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대 부르주아 경제학 비판

이 책에 실린 13편의 글은 ‘쏘련 과학 아카데미’ 소속 경제학자들의, 현대 부르주아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연구의 성과이다. 편역자인 나는, 그 자모(字母, Алфавит)를 어떻게 발음하는가를 겨우 알 뿐,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불가피 일본어 번역본으로부터 중역하였고, 그 글들의 출전(出典)은 각 편의 말미에 밝혀 두었다.

이들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대상은,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부르주아 경제학의 혁명’으로서 탄생하여 사실상 현대 부르주아 경제학 일반을 지배하고 있는 이른바 케인즈주의 경제학과, 1970년대에 본격화된 자본주의적 생산, 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 위기의 재격화를 계기로 케인즈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ㆍ반대’의 목청을 높이면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선도해 온, 시카고 학파를 위시한 통화주의ㆍ신보수주의 경제학이다.

오늘날 케인즈주의 경제학과 통화주의 혹은 신보수주의ㆍ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서로 요란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주관적 지향, 즉 부르주아 개량주의와 노골적ㆍ극단적 반동이라는 정치적 성향에서 그러할 뿐, 그 경제학적 내용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 위기의 시대, 국가독점자본주의 시대의 부르주아 속류경제학일 뿐이다.

1980년대 후반, 고르바쵸프 정권 하에서는 쏘련에서의 경제학 연구도 대개는 급속히 기회주의를 강화하면서 그 과학성을 잃고 속류경제학으로 전락해 갔기 때문에, 이 책에 수록된 ‘최신’의 연구래야 1980년대 초의 그것들이다. 이를 두고 혹시, “아니, 30년 전의 연구를 어떻게 ‘현대 부르주아 경제학’에 대한 연구ㆍ비판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 독자가 있다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 “그 이후 ‘부르주아 경제학’에는 본질적으로 어떤 새로운 내용도, ‘발전’도 없다!”

실제로, 2007년 하반기에 새로운 대공황이 발발하고, 특히 2008년 9월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나 2010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파탄’이 명백해지자 다시 목청을 높이고 있는 자들은, 국내에서도, 세계적으로도 다름 아닌 케인즈주의자들, 소위 새케인즈주의자들(New Keynesians) 아닌가?

주지하는 것처럼, 일찍이 맑스는 ≪자본론≫ 제1권, “제2판 후기”(1873)에서 이렇게 쓰지 않았던가?

 

경제학은, 그것이 부르주아적인 한, 즉 자본주의적 질서를 역사적으로 일시적인 발전단계로서 이해하는 대신에, 거꾸로 사회적 생산의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자태로서 이해하는 한, 그 경제학이 과학일 수 있는 것은 다만, 계급투쟁이 아직 잠재적이든가, 혹은 단지 개별적인 현상으로서만 나타나고 있는 동안뿐이다. (MEW, Bd. 23, SS. 19-20.)

 

그런데 자본주의는 산업혁명으로 기계제 대공업의 시대를 맞으면서 이미 오래 전에 격렬하고 항상적인 계급투쟁의 시대로 진입했고, 더구나 1930년대 이후에는 전반적 위기의 시대로 전화되었다. 게다가 지금 다시금 그 위기가 심히 격화되면서 세계에는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체제의 구조와 그 변화ㆍ운동의 법칙을 객관적ㆍ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대신에 그것을 변호해야 하는 운명의 부르주아 경제학이 개량주의, 즉 케인즈주의와, 극우적 반동인 통화주의, 즉 신보수주의ㆍ신자유주의로 나아가는 이외에 어떤 길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그들이 번갈아 서로의 파탄을 선언하면서 티격태격하고 나아가는 길 이외에 어떤 다른 길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리고 더구나 아직도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강한 의혹을 가지고 물을 것이다. ― “하지만, 패배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닌가? 쏘련을 위시한 20세기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해체가 그것을 증명하는 게 아닌가?”

역사는 결코 일직선으로만 전진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여러 사정과 이유로 일시적인 후퇴와 반동ㆍ반전이 불가피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후퇴와 반동ㆍ반전이 역사의 전진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세의 봉건제ㆍ절대왕정기로부터 근대 부르주아 사회,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과정을 보라. 프랑스 부르주아 혁명의 전진과 후퇴ㆍ반동ㆍ반전과 그 최종적인 이행, 승리의 과정을 보라!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 101쪽에서 161쪽까지의 2편과, 185쪽에서 286쪽까지의 4편의 글은 1989년에 ≪부르조아 경제학 비판≫(도서출판 장백)이라는 책 속에, 다른 5편의 글과 함께, 번역ㆍ출간된 적이 있다. 당시 ‘민주화운동 청년연합’(민청련) 부설 민족민주운동연구소 경제분과원들의 의욕과 수고로 번역ㆍ출판된 것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다수의 오역을 범하고 있었고, 특히 내용 속에서 인용ㆍ언급되고 있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의 로마자 이름을 확인함이 없이 단순히 음역하고 있었다. 이 책을 지금 번역ㆍ출간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물론,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학 강단뿐 아니라 사회 일반의 경제 이데올로기를 지배하고 있는 현대 부르주아 경제학의 비과학성을 독자들에게 정확히 폭로하는 것이 중요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차적으로는, 지난번에 번역ㆍ간행된 책의 오류와 결함이 당시 다름 아닌 내가 그 연구소의 소장직에 있을 때의 일이어서 그에 대한 책임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수년 전에 우리 연구소의 운영위원회의에서 ≪부르조아 경제학 비판≫을 다시 번역ㆍ출간하자고 제안하여 동의를 받았는데, 차일피일 오래도 미루다가 이제야 마음의 부담의 일부를 덜게 되었다.

지난번 책에 수록되었던 11편의 글 가운데 이 책에 수록되지 않은 5편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그중 3편―“부르조아 경제학 중의 새로운 과정 – 그 비판적 분석”, “부르조아 경제학의 진화 – 역사의 지그재그”, “현대 서방경제학의 물신적 기초”―은 구태여 다시 번역ㆍ출간하지 않아도 이 책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금, 화폐, 통화제도, 인플레이션”이라는 제목의 나머지 2편의 글은, 여기에서 묶어 번역하고 있는 글들과는 그 주요 문제의식이 약간은 다를 뿐 아니라, 그 자체로서 보다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글들과 함께 다음 기회에 별개의 책으로 엮어 번역ㆍ출간할 생각이다.

일본어로부터 번역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이 책 속에서 인용ㆍ언급되고 있는 현대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의 로마자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일본의 가타카나로 표기된 이름들을 그대로 음역하는 것만으로는, 한국의 독자들이 그 대부분의 사람을, 그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에서 ‘サッチャー(삿챠)’로 표기되는 인물이 저 악명 높은 ‘대처(Margaret H. Thatcher)’임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독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그리고 특히 인터넷의 검색 기능과 해외 지인들의 도움으로, 한 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확인하여 특정할 수 있었다. 확인할 수 없었던 유일한 인물은, 이 책 338쪽의 ‘미국의 부르주아 경제학자 월릭(ウォリック)’이다.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를 이 책의 독자들 중에 확인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음 쇄(刷)에는 수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ㆍ탈자 교정을 봐 준 처 최선영과, 편집을 감수해 준 김해인, 인상 깊은 표지를 디자인해 준 이규환 동지에게 감사한다.

 

 

 

2012년 6월 20일

채만수

편역자 서문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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