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권두시]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김남주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는 않았다

오월은 왔다 비수를 품은 밤으로

야수의 무자비한 발톱과 함께

바퀴와 개머리판에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를 새긴

전차와 함께 기관총과 함께 왔다

오월은 왔다 헐떡거리면서

피에 주린 미친 개의 이빨과 함께

두부처럼 처녀의 유방을 자르며

대검의 병사와 함께 오월은 왔다

벌집처럼 도시의 가슴을 뚫고

살해된 누이의 울음을 찾아 우는

아이의 검은 눈동자를 뚫고

총알처럼 왔다 압제의 거리에

팔이며 다리가 피묻은 살점으로 뒹구는

능지처참의 학살로 오월은 오월은 왔다 그렇게!

 

바람에 울고 웃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일어나거나 쓰러지지 않았다

오월의 무기 무등산의 봉기는

총칼의 숲에 뛰어든 맨주먹 벌거숭이의 육탄이었다

불에 달군 대장간의 시뻘건 망치였고 낫이었고

한입의 아우성과 함께 치켜든 만인의 주먹이었다

피와 눈물 분노와 치떨림 이 모든 인간의 감정이

사랑으로 응어리져 증오로 터진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이었다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을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바람

학살의 야만과 야수의 발톱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을

바람에 일어나는 풀잎으로 풀잎

피의 전투와 죽음의 저항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학살과 저항 사이에는

바리케이트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는

서정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자격도 없다

적어도 적어도 오월의 광주에는!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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