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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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연|회원, 농협노조

 

강제 전적 반대, 노예계약서 폐기!

노조탄압 조장하는 인사제도 개악안 폐기를 위해

지역농축협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이 들끓고 있다. 도대체 사용자가 누구인지, 사업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끝도 모를 미궁에서 헤매었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아직도 1100여 개에 달하는 지역농축협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작게는 면단위에서부터 크게는 군단위 통합 지역농협이 있고, 축협은 이미 군단위 혹은 그 이상의 규모로 지역축협을 구성하고 있다. 당연히 각자 고유의 지역 상황에 따라 사업 규모도 다르고 주력 업무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게 바로 협동조합이 아닌가.

 

하지만, 지역농축협의 연합회인 농협중앙회는 상식적인 협동조합중앙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상한 짓에만 매몰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역농축협과 사업 경쟁이다.

 

농협중앙회는 소소한 지역농축협의 규모상 개별 협동조합이 자체로는 할 수 없는 영역 혹은 규모의 사업을 담당하여, 개별 협동조합들과 상호보완하는 게 상식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의 농협중앙회는 그 스스로 신용, 경제 사업을 영위하면서 지역농축협과 경쟁하고 있다. 오죽하면 농협법상 “지역농축협과 500m 거리 내에는 농협중앙회의 영업장을 개설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었겠는가.

 

농협중앙회는 지역농축협에 대한 감사 권한이 있고, 통합전산망 관리의 주체다. 그런 농협중앙회가 지역농축협과 경쟁을 하면 이게 과연 경쟁일까? 설사 경쟁을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지역농축협은 “가진 패 다보여주고 치는 고스톱 판에 봉”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신용 및 경제사업을 분리했다. 농협중앙회의 고유 기능을 제외한 신용과 경제사업 부문을 금융지주, 경제지주회사로 분리한 것이다. 현재 금융지주가 먼저 출범한 상황이다. 문제는 농협법에도 명시했듯이 이러한 지주회사들은 “농협”이라는 간판을 쓰는 댓가로 (분리 후) 농협중앙회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즉, 지주회사들은 순수하게 농협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협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이런 농협금융지주회사와 지역농축협의 관계는 과연 무엇일까. 지역에는 농협중앙회의 시,군단위 지부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영농지원단이 새로이 개편되어 소수의 농협중앙회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소위 지부장은 농협은행 직원이 맡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경쟁상대인 농협은행의 직원이 지역농축협을 지도, 감독하는 농협중앙회의 시,군지부장이라니!!!

 

사설이 좀 길었으나 이제부터 현 시점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지난 9월 10일 농협중앙회는 지역농축협의 인사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내용의 주는 지역농협 간 인사교류(전적 ― A회사에서 B회사로 완전히 적을 옮기는 것)의 기본 조건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노예계약서(서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면서, 승진제도, 채용시험 등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4월에 이번 인사제도 개악안의 모태를 농협노조, 축협노조에서 입수하여 이의 철회를 요구했었다. 그 당시는 지역농협 간, 지역축협 간 임금조정을 통해 임금 수준을 통일하겠다고까지 했었지만 9월 10일 개악안에는 이 부분이 빠졌다. 각기 다른 사업규모와 영업 조건의 사업장의 노동자 임금을 인위적으로 맞추는 것은 현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지역농축협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조건에서는 말이다. 더욱이 “평균”으로 임금을 조정하겠다고 했으니 실현가능했겠는가.

전적은 이번 개악안이 아니더라도 항상 문제가 되어왔던 내용인데, 작금에 와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체류연한제를 명시하여 강제전적을 밀어붙이는 데 있다. 체류연한제는 한 지역농협에서 최장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을 5-6년으로 못을 박아서 기간이 지난 노동자들을 타 농협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항이 없었을 때에도 지역농협 간, 지역축협 간 전적은 조합장(사용자) 측근을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 안 듣는(?) 직원을 징치하는 수단으로 주로 이루어졌다.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그나마 개인동의의 적법성 등을 가지고 싸워서 막아냈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은 그야말로 조합장이 가라면 가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였다. 법적으로 “본인 동의”가 있어야 합법적인 전적이 이루어진다지만, 사업장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개인이 조합장의 “한마디”를 거스를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제 체류연한제라는 날개를 달아주려고 하니 조합장은 “할렐루야”가 아니겠는가.

노예계약서도 등장했다. 근로계약서라지만, 근로조건은 없고 “어떠한 처분도 감수하겠음”,“근로조건의 차등이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동의”,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 “제재조치를 할 수 있음” 등만이 적시된 근로계약서(?)에 의무적으로 싸인을 하도록 한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장기적으로 지역농축협 합병에 주력할 것이다. 이번 인사제도 개악안은 우려했던 구조조정을 동반한 합병을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이미 지역농축협에 배당되던 각종 카드, 공제, 유류 등의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축소하여 지역농축협 노동자들을 착취할 기반을 조성하고 있고 협동조합의 경영상태를 저하시키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의 반발을 누르기 위한 기재로 조합장(사용자)들을 앞세운 이번 개악안이 나온 것이다.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악안을 폐지하거나 무력화(사문화)시키지 않으면 노동조합에 타격이 오는 것뿐만 아니라 농업협동조합 자체가 지주회사들의 하청업체, 대리점으로 전락할 것이다. 당연히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없다.

거꾸로 선 농협중앙회와 지역농축협의 관계, 농협중앙회와 지역농축협 노동조합과의 관계. 이번에 제대로 그 관계를 정립해 볼 것이다. 그 첫 번째 과제가 인사제도 개악안 폐기다. 우리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지켜내고 싸움의 발판을 지켜낼 것이다. 그 투쟁에 많은 동지들의 관심과 격려 바란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Nov 9th, 2013 | By | Category: 2013년 11월호 제95호, 현장 | 조회수: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