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료]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평가―이번 회담에서 북미는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나!

 

신재길 | 교육위원장

 

 

 

* 이 글은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에 실렸던 글입니다.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분분합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겉보기에 회담은 기대했던 결과를 하나도 내오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회담이 결렬됐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회담을 돌이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일분일초가 급하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은 많다고 한 말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폼페어가 회담 결렬도 준비하고 왔다는 발언을 놓고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회담의 막후 내막은 알 수 있는 길이 없기에 발표된 내용들로 회담 상황을 돌아보고 향후 방향을 전망해 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먼저 회담이 성과가 없이 끝난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입니다. 미국 측은 북측이 제재의 완전해제를 주장하여 들어줄 수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제재의 부분해제와 그 대가로 연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다고 주장합니다. 두 주장이 상충되지만 미 언론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북측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결국 회담을 무산시킨 것은 미국 측이라고 보입니다. 즉 사전 실무급 예비회담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하나를 더 제기하여 회담 자체를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한 것이지요. 물론 그 역할은 볼턴이 담당했겠지요.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은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행위와 관련한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의 청문회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미 언론이 트럼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를 무마하려면 북미 회담에서 빅딜이 나와야 하는데,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된 내용은 스몰딜 내지 미들딜 수준이라 이에 못 미치고 오히려 미 언론의 역풍을 의식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그런 정도의 합의라면, 합의 없는 회담 결과가 더 좋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지요.

 

트럼프의 이런 협상계산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일단 미 언론의 이목을 코언의 청문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모아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양보 없는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도 성공한 듯합니다. 또한 북미 회담도 완전 결렬이 아니라 현상유지를 하도록 힘썼고 그런 노력은 일정 성공한 듯 보입니다. 즉, 회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마무리하였던 것이나, ≪노동신문≫에서 회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하며 미국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고 오히려 트럼프의 노고를 치하하는 기사를 볼 때 그렇습니다. 이는 이전에 북이 회담 결렬 때 보인 태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시 트럼프는 협상의 귀재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어떤 이는 합의 없는 합의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즉, 트럼프가 자신의 미국 내 사정으로 이번에 준비된 내용으로 합의할 경우 미국 내 역풍으로 합의 내용을 실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북측에 설득시켰다는 것이지요. 물론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 상호이해에 도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정도로 김정은과 트럼프 간에 신뢰가 형성되었는지는 의문이군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상황을 판단하기에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회담을 계속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담이 결렬된 것도 아니고 다른 제3의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입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노고를 무시할 수 없지만 과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북미 사이에서 미국의 뜻에 반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행동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지금의 교착상태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행동의 폭은 미국이 정해 주었다고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간의 대화를 주문한 것입니다. 그동안 계속 남북은 대화하고 있었고 트럼프도 모르지 않는데 남북의 대화를 주문한 것입니다. 새로운 내용의 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지요. 대부분의 대북 전문가들이 남북의 경협이나 금강산 관광 등은 당분간 물 건너간 듯이 말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미국이나 유엔의 대북 제재는 그대로 두고 남쪽에서 독자적으로 제재한 것은 해제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이것도 미국 눈치를 보며 해제하지 못하고 있던 것인데 이제 해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일 듯합니다. 미국 측에서는 이 정도는 열어 두어야 차후 북미 대화를 재개할 통로를 마련해 두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북측 기자회견을 볼 때 직접적인 북미 회담은 당장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승리라고 앞에서 지적했는데 과연 그런가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의도대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트럼프는 이번 회담을 무산시킴으로써 두 가지를 잃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습니다. 사실 이 점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북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오콘 강경파들을 제압하고 북미 회담을 이루어 낼 인물로 본 것 같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행동들과 미 정계와 언론을 다루는 능력을 보아 그렇게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이전의 그런 파격적 모습이 아니라 코언의 청문회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실망한 대목은 북측의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심정을 말하는 것을 통해 북측의 일반적 분위기를 보여 준 것이지요. 말은 부드럽고 웃고 있었지만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겠다는 심정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좀 과장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너는 내 상대가 못 되겠구만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말로는 시간이 많다고 했지만 사실은 시간이 촉박한 것은 북측이 아니라 미국 측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과 협상할 시간은 올해 1년뿐입니다. 2020년은 미 대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첫째 트럼프 개인의 불법문제와 관련한 야당의 공격, 둘째 경제문제, 셋째 대외문제 특히 북의 핵문제입니다.

 

먼저 경제문제를 보면 아직까진 미국 경제가 좋기 때문에 별문제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올해 말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내년 미 대선 기간에는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들어가 경제문제가 쟁점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국면이 되는 것이지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압박해서 기준금리 인상을 저지시켜 경기침체를 예방하고,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켜 미국 이익 중심 정책을 실행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저지와 미중 무역전쟁은 모순적 정책으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성공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즉,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오르게 되면 금리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두 정책이 동시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금리 인상 압박이 심해지고, 금리 인상은 주식 등 자산시장의 버블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문제인데, 이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의 청문회 증언에서 보듯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탄핵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요. 그렇다면 재선을 위해서는 북의 핵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한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유일하게 가능한 대선 전략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제2차 북미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서 이런 전략도 요원해진 것이지요. 북미 회담은 이제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듯한데 이때는 이미 미 대선 준비에 쫓겨 제대로 된 협상전략을 구사할 수 없을 것이고, 북이 이에 응한다는 보장도 없기에 획기적 양보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 제2차 북미 회담에서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트럼프의 큰 실수입니다. 트럼프는 이번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국내에서 반대 세력과 과감하게 싸워 갔어야 했습니다.

 

북측은 미국과는 대화도 아니고 대립도 아닌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남북 대화를 강화해 갈 것 같습니다. 북은 일면 미국의 남북 대화 방해를 미국과의 선을 유지하면서 막아 내고, 일면 남측과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는 대화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 이전 사회주의 국가들과 친선을 강화하고 우호적인 자본주의 국가들과도 결속을 다지는 데로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물론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아직 짐작되지 않지만, 북이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주의 국가와의 결속을 첫째로, 우호적인 국가와 관계 개선을 두 번째로,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세 번째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해서 볼 때, 이런 방향으로 대외 관계를 모색할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일차적 관계 개선의 대상이 될 것이고, 다음으로 이란, 시리아, 쿠바, 베트남 등과의 관계도 발전시켜 갈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러시아가 추진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연합과 관계를 만들어 갈지도 주목됩니다. 어쨌든 과감한 외교행보가 추진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이는 이미 새로운 세계경제 재편기에 들어선 세계경제의 균열을 발판 삼아 실행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번 제2차 북미 회담을 평가한다면 북은 운신의 폭을 넓혔고, 미국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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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 감사합니다. 현 북미관계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매우 유용한 참고가 되는 좋은 글입니다. 덕분에 안목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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