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조미 관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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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I

 

1. 지난 2월 27-28일 양일간 비엣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조미 정상회담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하지만 조미 간 협상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어질 협상의 진행 과정 및 결과들과 연동하여, 한(조선)반도를 둘러싼 정세 역시 변화해 갈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금의 조미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지점들을 간략하게 짚어보고, 현 정세에 부응하는 노동자계급의 대응 방향을 대략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촉박한 시간과 부족한 자료 등으로 인해, 문제의식을 밝히는 수준에서 글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점 회원ㆍ독자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한다. 아울러 다음 호에 보다 완결된 형태의 글을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2.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무엇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의 국면을 연 주동적 요인은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라는 것이다. 2018년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함으로써, 미국이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의도야 어떻든 문재인 정권도 현 국면이 오기까지 일정한 역할을 맡긴 했다. 내가 당신 잘되게는 못 해도, 안되게는 할 수 있다는 시쳇말처럼, 미 제국주의의 용인 하에서 운신할 수밖에 없는 정부이긴 해도, 끝까지 발목을 잡고, 일이 안 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영삼 정권이 조미 간 협상 국면에서, 이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3.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문재인 정권이 발목을 잡을 상황도 아니고, 저들의 입장에서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아시는 것처럼, 문재인은 당 대표 시절 이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조선으로의 진출을 밝힌 바 있고, 집권 후에도 이것을 국정의 주요 과제로 설정ㆍ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 타계책이자, 남북 관계에 있어 기존 수구 정권과 일정하게 차이를 보임으로써, 지지율을 유지ㆍ상승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시절 개성공단만 하더라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 1명을 고용할 수 있는 돈으로 조선의 노동자 10-15명을 고용하여, 막대한 이윤을 올렸다고 한다. 저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에는 이러한 저임금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인프라 구축, 자원 개발, 에너지 수송, 물류 등 엄청난 시장이 있다. 문재인의 평양 방문에 동행한 삼성, SK 등 한국의 독점자본들은 이미 조선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저들에게 조선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에 어떤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시절 햇볕 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권에 대해, 일부에서 지나친 환상을 가졌던 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로 인해, 총자본으로서의 국가 권력에 맞선 투쟁이 일정하게 교란되었다.

 

4. 물론 발목을 잡고 있는 세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기존의 대결 국면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세력들이다. 한국의 보수 야당들, 일본의 지배 세력들, 군수산업계 등 비롯한 미국의 네오콘들 등등이다. 물론 이해관계는 상황에 따라 일정하게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저들은 방해 세력으로 역할하고 있고, 이번 2차 조미 정상회담에서도 저들의 방해는 계속되었다.

즉, 조미 관계의 주동축 중 하나인 미국의 국내 상황이 트럼프의 발목을 잡았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집권당의 정책을 공격할 필요가 있는 야당이, 그리고 과거에 더 이해관계가 있는 세력들이 협상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처럼, 현실은 다양한 요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 조미 관계에서 주동축은 분명 조선과 미국이지만, (즉,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힘이지만,) 부차적ㆍ보조적 요인들 역시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관 속에서 변화ㆍ발전한다. 오늘 주동적 요인이 내일 부차적 요인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즉, 부차적이었던 것이 상황에 따라서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역할 중 하나가 있다. 우리는 방해 세력에 맞서 평화의 분위기를 내오는 데 가능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평화는 노동자ㆍ민중에게도 사활적인 과제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면, 그 의도를 경계하면서도, 평화의 국면을 열어가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I

 

5. 이번 하노이 협상은 합의 없이 끝났지만, 이미 실무회담 선에서의 합의는 도출되어 있었고, 합의문까지 작성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은 모든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중지하고, 영변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하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한미연합훈련 중단(또는 축소), 종선 선언, 조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 민수 관련 제재 해제 등이 합의문에 담길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서, 트럼프는 더 큰 것을 합의하거나, 아니면 이번에는 아무 합의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며, 영변+α, 알려진 대로면, 이른바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의 폐기, 우라늄 농축 시설 리스트의 제출 등과 모든 제재의 해제를 맞바꾸는, 소위 단계적 접근이 아닌 일괄 타결을 제시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미국은 현재의 국면, 즉 더 이상의 핵실험이 없고, 로켓 시험도 없는 국면을 유지하며, 조선의 개방을 압박하는 것에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의 핵무력 완성과 미국의 대응으로 지금의 국면이 시작되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 핵무력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에게 향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 내고, 더 중요하게는 경제 제재 등으로 조선을 더욱 압박하여, 조선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경제 제재는 직접적으로 조선 인민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은 안보리 제재 중 5개, 그중에서도 민수경제와 관련된 부분의 해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것이 사실상 모든 제재의 해제라고 했다. 즉, 민수경제와 관련된 제재가 사실상 모든 제재인 것이다. 이처럼 미 제국주의를 위시한 소위 국제사회는 자신들이 조선 인민의 삶을 담보로, 조선을 겁박하면서도, 적반하장 격으로 조선에 대고 국민을 굶겨 죽이는 정권이라는 망발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 이러한 엄혹한 제재 속에서도 조선의 경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하에 자력으로 일정하게 발전하고 있다.

셋째, 조선의 조선반도 비핵화개방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는 조선이 내놓을 수 있는 단계적 조치로는, 거의 최고 단계의 조치이다. 또한 제재 해제를 통해, 해외 자본 유치 및 무역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

 

6. 조선은 현재 무역과 합영ㆍ합작, 외국투자 유치, 경제지대 개발 사업을 비롯한 대외 경제사업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며, 외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대외경제성을 두고, 27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대외경제성 산하 경제개발지도국에서는 중국 등 해외 자본을 대상으로 경제개발구 투자설명회도 개최하고 있다. 조선은 최저임금 월 30유로의 저임금을 주요한 이점으로 선전하며, 경제개발구 내에서 기업의 운영을 위임하는 방식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조선은 제재 해제를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이를 경제 개발에 활용하려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것은, 중국식 혹은 비엣남식의 개혁ㆍ개방은 사회주의의 포기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조선은 과거 쏘련의 뻬레쓰트로이까와 중국ㆍ비엣남의 방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제개발구에서 기업 운영의 위임을 어느 수준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나, 자본-임노동 관계에 종속되지 않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개성공업지구에서처럼, 조선의 노동자가 해외 자본에 직접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 당국을 통한 파견제의 형식으로, 즉 해외 자본은 임금 전액을 조선 당국에 납부하고, 조선 당국이 이를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이 여기서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본의 유치를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위임이 필요할 것이나, 이에 대한 통제ㆍ감독권은 엄격하게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은, 공업ㆍ농업 개발구에서 특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고, 관광개발구에서는 이보다는 문제가 덜할 것이다.

현재에도 조선에서는 인민폐, 달러 등 외국 화폐가 비공식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일국에서 다른 나라의 화폐가 통용되는 것은, 즉 화폐가 통일되어 있지 못한 것은, 경제 계획 및 운영에 있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도 조선 당국에서는 이 점이 골칫거리겠으나, 향후 이 지점의 해결 또한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겠다.

그 외, 일본과의 수교 협상에서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대일청구 배상금 등도 조선의 경제 개발에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처럼 조선은 일정하게 해외 자본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자본의 직접 투자, 합작, 차관 도입, 무역 활성화 등은, 경제적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계급투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조선은 지금 또 다른 형태로, 자본주의와 대내외적으로 계급투쟁에 나선 것이다.

 

7. 조선의 경제 개발 상황, 자본주의적 요소의 성장 및 내부의 관리 체계 등등은 다음 호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하겠다. 분명한 것은, 해외 자본의 활용은 주체적ㆍ자력적 경제개발 하에 놓여 있는 것, 사회주의 경제 관계를 침식하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을 일단 강조해 두고 싶다. 여기에서 간략하게 짚어야 할 것이, 조선의 지도 이념인 김일성ㆍ김정일주의, 즉 주체사상의 문제이다. 주체사상은 과도하게 상부구조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토대가 상부구조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인류 발전사를 규명한 위대한 발견이었으며, 과학적 사실이다.

현재의 국면에서, 조선을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견지한다는 의미에서 조선 내부에서는 주체사상이 흔들려서는 안 되겠지만, 일정한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조선도 이 지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겠다. 이것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다면, 일정한 개방으로 인한 사태가 어디까지 전개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상을 고려하여, 주체조선의 빛나는 발전을 기대해 본다.

 

 

III

 

8. 끝으로 우리의 역할이다. 앞서 말한 대로, 조미 관계의 주동축은 조선과 미국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차적 요인이다. 하지만 그 부차적ㆍ보조적 요인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음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평화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우리는 한-미 정부를 압박하고, 방해 세력을 막아 나서며,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동적 요인으로 되는, 즉 현 정세에서의 한국 내부의 문제이다. 현 정세에서 우리가 주동적으로 역할할 수 있고, 해야 할 부분은, 국가보안법 철폐,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ㆍ국정원 해체, 주한미군 철수, 한미일 동맹 해체 등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실현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의 정세를 활용해, 이러한 투쟁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주체를 형성해 내고, 그 역량을 모아내며, 이러한 과제들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관성적인, 대중과는 일정하게 괴리된, 했다식의 투쟁을 지양해야 한다. 이상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민들 스스로가 이것을 자신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과 미군 주둔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의 정치적ㆍ조직적 발전, 우리의 삶에 어떤 족쇄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더욱 철저하고 대중적으로 선전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선진 활동가들 스스로가 이것을 자신의 과제로 받아안아야 한다. 이로부터 현장 간부, 조합원, 노동자 대중, 인민 대중이 이것을 자신의 과제로 인식하는 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전ㆍ선동이 반드시 이러한 순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이것을 자신의 과제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고, 여기서 선진 활동가들이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9.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 그중 정치파업의 보장은 법률로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우리가 정치파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실제로 정치파업을 전개하고 탄압을 받으면서, 그로부터 성장해 나갈 때, 그것은 실제화되는 것이다. 즉, 선진 활동가, 현장 간부, 조합원 대중이 이러한 정치적 과제들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을 스스로 실천할 때, 진정한 정치파업의 자유도 가능해질 것이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더욱 분발하자.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3월 11th, 2019 | By | Category: 제149호(2019년 3월), 정세 | 조회수: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