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현장에도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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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노동운동가

 

2012년 10월 21일 밤,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은 회사 앞 굴다리에 스스로 올랐다. 그곳은 유성지회가 ‘심야노동 철폐’ 투쟁을 벌인 2011년, 수많은 노동자들이 용역과 경찰의 폭력에 두개골이 내려앉고, 얼굴이 함몰되고, 팔다리가 부러졌던 곳이다. 그는 목에 밧줄을 걸고 그곳에 올라 151일을 선두에 서 싸웠다. 투쟁은 그렇게 가속화 되었다.

*유성기업에는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아산지회와 대전충북지부의 영동지회가 있으며, 창조컨설팅과 유성 자본이 개입해 만든 기업노조가 대표노조로 존재하며, 현대차에 피스톤링 등의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상생의 길’, 그 기만

2011년 5월, 유성기업 사 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대항한 유성지회의 공장점거파업은 고작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다. 현대차 자본의 압박 때문인지 언론은 연일 ‘연봉 7천만원 귀족노동자의 이기적인 불법파업’ 소식을 쏟아내었고, 그런 정세 속에 공권력이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지회는 그 이후에도 공장 앞 비닐하우스에 거점을 잡고 끝끝내 싸우며 버텨나갔으나, 결국은 굴욕적 상황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담고 현장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복수노조법이 들어선 직후 사 측은 노·사 ‘상생의 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어용노조를 세웠고, 발 빠른 회유·협박 작업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어용으로’ 넘어오지 않자, 결국은 관리직 직원을 추가 채용하여 그들을 모조리 신노조에 가입시켰다. 순식간에 노동조합은 절반으로 뚝 잘려 갈렸고, 이 나라의 법은 ‘인원이 더 많으니 앞으로는 신노조가 대표노조다!’ 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유성지회는 졸지에 소수노조가 되었다. 여기에 창조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전문업체가 개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였다.

“어용노조가 좋다면 남아라! 아니면 금속노조로 오라!”

2011년부터 상경투쟁, 천막농성, 현장파업, 고공농성 등 수많은 투쟁을 전개했지만 사 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손배 가압류부터 시작해서 온갖 벌금을 간부들에게 줄줄이 달았고, 유성지회와 유성기업노조(신노조) 간에 눈에 띠는 차별 등 민주노조를 깨는 일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며, 지회와의 교섭에도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불법이 있었고, 노동조합은 그 증거들을 모두 정리하여 제출했으나 법, 그리고 이 나라 공권력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심지어는 그들에게 ‘혐의 없음’이라는 판결을 선물해주었다.

사 측은 점차 기세등등해졌으나 지회는 포기하지 않았다. 홍지회장이 굴다리에서 농성을 시작한 약 1년 전부터 아산지회와 영동지회 모두 일상투쟁을 강화했는데, 주2회씩 진행하던 출근투쟁을 주5회로 매일 진행한 것이 효과가 좋았다. 앞뒤로 꽉 찬 현장선전물도 매일 제작해 직접 한 명 한 명 배포했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고 애써 시선을 피해가던 어용 조합원들은 농성일수가 하루하루 늘어갈수록, 출투에 나오는 조합원들이 점차 많아질수록, 선전물도 받아가고 지회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1년을 매일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조합원들은 그만큼의 결속력을 가질 수 있었다. 사 측의 지속적인 감시로 실제 민주노조로 돌아오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매일 출근길에 보이는 ‘어용노조가 좋다면 남아라! 아니면 금속노조로 오라!’ 라는 현수막, 그리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인사는 ‘배신을 하고 떠나간’ 이들의 마음을 들쑤시는 데 충분했다.

빼앗긴 현장에도 봄은 왔다!

일정 인원이 돌아온 이후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금속 복귀자’는 2011년 투쟁으로 해고되었던 이들이 복직을 하며 다시 점차 늘었고,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수가 늘어 법의 판결에 기대지 않고 대표노조를 되찾아올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금속노조에 재가입한 인원은 9월에만 42명이나 된다. 2년 반의 지난한 싸움 끝에 이번 겨울이면 다시 민주노조가 현장을 되찾을 수 있다. 매일 진행한 파업으로 임금을 백만원도 채 받아가지 못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웃으며 싸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가열 찬 현장투쟁을 함께 몸으로 겪으며 느꼈던 교훈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역시 투쟁 승리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1월이 오지 않아 완전히 승리한 것이 아니기에 지금은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으나, 빼앗겼던 현장권력을 다시 민주노조가 되찾아오는 이 흔치 않은 사례는 암울한 정세 속을 헤매는 우리에게 따뜻한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빼앗긴 현장도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되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소중한 역사의 한 페이지다.

완전한 승리의 날까지 함께 싸웠으면 한다. 민주노조 사수, 투쟁!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Oct 10th, 2013 | By | Category: 2013년 10월호 제94호, 현장 | 조회수: 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