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날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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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부지부장

 

 

우리는 2004년 4월 1일 KTX 개통과 함께 승무원으로 입사했습니다. 대한민국 처음으로 고속열차가 개통되면서 승무원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 언론에서는 연일 ‘지상의 스튜어디스’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승무원들에 대한 홍보에 집중을 했습니다. 입사 후 준공무원 대우, 정년 보장 등을 언급하며 채용공고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많은 지원자들로 인한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승무원 합격통보는 집안에 큰 경사가 난 것처럼 부모님께는 큰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입사교육 당시에는 공공연하게 현재는 철도청이라 승무원을 직접고용 할 수 없지만 철도공사 전환 시에는 직접고용으로 전환된다는 말을 들었었고 우리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20대 사회초년생으로 첫 발을 내딛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KTX 승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개통 당시에는 모든 승무원들이 힘들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고속열차가 개통되면서 이런저런 불만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KTX가 역방향으로 가서 멀미를 토로하는 승객들과 자리가 좁아서 불편하다는 승객들 이외에도 개통 초기에 발생된 여러 가지 불만 등은 현장에서 고스란히 승무원들의 몫으로 승객들을 직접 케어하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이런 불만들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승무원으로서의 안정을 찾아갈 때쯤 우리는 근무환경과 조건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보건휴가를 제비뽑기로 진행하고 명찰 값을 개인 급여에서 차감하고 근속년수는 올라가는데 급여는 내려가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구조에 분노를 느꼈지만 조금만 참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 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다들 묵묵히 일을 했습니다.

 

2005년 철도청은 철도공사로 전환하였고 KTX 승무원들은 다른 자회사(철도유통) 계약직으로 고용승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6년도에 또 다른 자회사(현 코레일관광개발)로 이적 통보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 이런 노동현실을 참을 수 없기에 우리는 이적 통보를 거부하고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주장하면서, KTX 승무원 350여명은 2006년 3월1일 철도노조와 함께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들어온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노동가요가 낯설었고, 팔뚝질이 어색했습니다. 며칠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던 그 파업이 현재 13년째 이어질 줄 알았다면 어느 누가 시작을 할 수 있었을까요?

 

파업을 진행하면서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고 외쳤고 점거로 인해 연행이 되는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결국 2006년 5월 19일 280여명 승무원들에게는 핸드폰으로 해고 문자통보가 왔습니다. 이후에도 삭발, 단식, 천막농성, 점거, 고공농성 등을 이어가며 많은 분들에게 호소했고 끊임없이 우리 문제를 알리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다들 많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KTX 승무원 최종합격통보를 받았을 때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던 우리가 파업으로 인해서 언제부턴가 부모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법적 투쟁으로 마지막 희망을 가지기로 했고 각자의 삶 속에서 판결을 기다렸습니다. 20대 초・중반에 시작했던 투쟁이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승무원들은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고 엄마가 되면서 다른 이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아가면서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KTX 문제를 잊지 않고 살았습니다. 언젠가는 해결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면서…

 

기다리던 2010년 1심 판결(근로자지위확인청구소송) 승소로 인해 “KTX 승무원들을 철도공사가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인정해주었고, 매달 철도공사에서 승무원들을 채용할 때까지 급여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2011년 2심 승소에도 1심과 동일하게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대법원까지 항소하면서 4년 만에 2015년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KTX 승무원은 안전을 담당하지 않는다. 승무원은 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다.”라는 상식 이하의 이유로 그동안의 모든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고 파기환송을 하였습니다. 그로인해 그 동안 철도공사에서 받았던 임금을 모두 돌려줘야 했고 승무원에게는 1인당 8640만원의 빚이 남게 되었습니다. 원금에 이자가 붙고 있었기 때문에 1인당 1억 원 상당의 빚으로 돌아왔고 철도공사에서는 환수금 반환소송을 진행하면서 승무원들에게 강제집행도 가능한 상황까지 압박을 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사법부를 믿고 있었던 우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판결이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무너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 또 한 번 승무원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판결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에서도 ‘2015년 최악의 판결’로 꼽을 정도로 판결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판결이었습니다. 결국 대법원 판결로 인해 승무원 한명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여졌지만 누구 하나 펑펑 소리 내어 울 수도 없는 현실과 지금껏 정당함을 외치며 소신껏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던 승무원들 스스로에게 너무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승무원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꼭 해결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각자의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투쟁 방법들을 통해 현재까지도 33명은 이를 악물고 힘든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시작한 부산역, 서울역 선전전과 서명전, 오체투지, 108배등 다양한 투쟁 방법을 이어나가면서 서울대책위와 부산대책위가 출범하게 되었고 각계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올해 1월 종교계(개신교, 불교, 성공회, 천주교 등)에서 KTX승무원 환수금 반환에 대한 중재안을 제안했고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원금의 5%를 지급하기로 조정・권고를 결정했고 많은 분들의 연대로 인해 환수금 문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는 KTX 승무원들의 복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2017년 철도노조의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계를 가진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구분 없이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자 함. 따라서 선박, 자동차, 철도, 항공기 등 여객 운송 사업 및 해당 분야에서의 정비, 승무 업무 등에서의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고 직접 고용 정규직화 하도록 할 것”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KTX 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한다.”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점에 우리 승무원들은 답답할 따름입니다.

아울러 최근 공개된 박근혜 정권과 대법원의 거래로 인한 KTX 승무원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사실에 분노를 감출 수 없습니다. 2015년 당시 대법원 판결 시에도 정치적 판결이었음을 짐작은 했지만 현재 밝혀진 문건으로 확인되는 정황을 보고 우리 승무원들은 다시 한 번 가슴에 대못을 박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믿었던 사법부마저 본인들의 기득권과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법 앞에 모든 이는 평등하다’는 것을 무시하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로 인해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갔고, 33명은 오랜 시간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자꾸 흐릅니다. 엄마를 잃은 여섯 살 아이에게는 이런 대한민국 현실을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까요?

 

누군가는 우리에게 “아직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냐? 13년의 긴 세월동안 KTX를 잊고 다른 삶을 살았어야 하는 건 아니었냐?”고 물어봅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왜 여기까지 온 것일까?’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었기에 바로잡고 싶었고, 반드시 KTX 승무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했기에 현재 남아 있는 33명의 승무원들은 이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 승무원이 자신의 여섯 살 아이에게 떳떳한 엄마로 남을 수 있도록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이 문제가 잊혀지고 있는 현실이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 KTX 해고 승무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을 꼭 알리고 싶습니다. 기나긴 힘든 시간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온 승무원들이 언젠가 ‘다시 빛날 우리’의 모습을 손꼽아 기다리며 우리는 오늘도 KTX 해고 승무원 원직복직을 위한 서울역 천막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소리 높여 외치고 싶습니다. “KTX 해고승무원의 투쟁은 정당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영식 사장은 적극 해결에 나서라!”,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 직접 고용하라!”고 말입니다. 많은 분들의 지지와 연대로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었던 우리 KTX 승무원들 꼭 현장으로 돌아가서 당당히 웃는 모습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다시 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다려봅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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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Jul 9th, 2018 | By | Category: 정세와노동, 현장 | 조회수: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