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문재인 정권의 노동시간 단축, 또 다른 착취의 시작!

정진혁 | 금속노조 조합원

 

 

‘저녁이 있는 인간다운 삶!’

 

문재인 정권은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얼마나 그럴 듯한 얘기인가? 잔업, 특근, 철야, 각종 교대근무로 자본에 빼앗겨버린 노동자의 저녁을 보장해주겠단다! 문재인 정권은 올해 7월 1일부로 300인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 1월, 5인 이상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을 공표하며 일사천리로 노동시간 단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촛불 항쟁 덕에 집권한 정권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듯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 인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루겠다고 약속하며 작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역대급’ 인상안을 노동자에게 안겨주었다.

 

이런 쌍끌이 노동정책 시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민중의 환심을 얻는데 성공하며 더불어 최근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남북평화정책과 함께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문재인 정권의 친(?)노동 정책에 자본과 그 ‘찌라시들’인 언론과 종편은 다음과 같은 기사와 보도를 연일 쏟아내며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다. 기업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고, 한국의 노동환경이 외국과 달라 정책 시행에 많은 부작용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니 시행 연기와 보완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들 말이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의 시행령으로 그렇게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는가? 100년도 넘게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해 수없이 많은 파업과 투쟁을 전개했고 이를 위해 희생한 노동자들의 피는 전 세계 곳곳에 아직도 붉게 물들어 있지 않는가? 하기에 다시금 계급적 관점으로 이 사안을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시간 단축은 박근혜 정권 역시 추진했었고 여야 간 어느 정도 의견조율이 되었지만 노동계 반발에 따른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안이었다.

 

이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장기 공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경제 상황에서 실업률 제고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장시간 노동에 의존한 현 노동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을 여야 할 것 없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야 간 인식에 본질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세부적 디테일의 차이만 존재했다.

 

문재인 정권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과 인력 충원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담아내지 않았다. 때문에 정책 시행의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모자란 인원은 비정규직으로 메워지거나,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이 삭감되거나, 노동 강도가 강화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삭감과 노동 강도 강화, 비정규직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며 생활 임금에 턱도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과연 비약과 과장일까?

 

이쯤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에 대비한 부분적 대책이 최저임금 인상임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 자본의 요구에 굴하여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산입하며 조삼모사로 만든 최저임금법은 문재인 정권의 계급적 민낯을 확인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자 이제 노동자의 벗인 척하던 그 가면마저도 귀찮은지,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노동시간 단축 시행 6개월 보류라는 선물을 자본에게 안겨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최근 행보에서 과거 노무현 정권이 노동자에게 행한 배반적 행태가 떠오르는 것은 섣부른 기시감일까? 아니, 노동인권 변호에 앞장섰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배달호, 김주익 열사를 떠나보내야 했었던 우리 노동자들의 의심이 과연 문재인 정권에 대한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종부세 도입 등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여 자본과 투기 세력에 맞서는 듯 보였지만, 또 한 편으론 행정수도 이전과 혁신도시라는 명분아래 공공 부문 지방 이전 및 신도시 건설을 통해 부동산 광풍을 지방으로 확산시켜 자본에게 커다란 투기의 기회를 제공했던 노무현 정권의 행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미국에게 안 되는 것은 ‘NO’라고 당당하게 말하겠다던 노무현 정권은 불평등하고 예속적인 협정문구로 가득한 한-미FTA를 전격적으로 합의하였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과연 노무현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 앞으로 온갖 감언이설로 노동자・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처럼 민주 세력이니 진보 세력이니 떠들어대도 저들 역시 부르주아 지배 권력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세력임이 분명하다.

 

장시간 노동과 실업! 자본주의 태동 때부터 한 쪽에선 일자리가 없어 단시간 품팔이 노동과 실업 상태로 기아에 허덕였으나, 또 한쪽에선 저임금의 굴레 속에 장시간 노동으로 자본의 무한 이윤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것이 노동자의 삶이다. 노동시간 단축의 끝이 결국 임금 삭감과 비정규직의 확대라면 노동자의 미래는 아마도 투잡, 쓰리잡의 형태로 왜곡되어 또 다른 장시간 노동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망가진 노동자의 삶은 개별 노동자의 문제로 은폐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권 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운동 출신 변절자들이 통상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을 포함시키겠다며 거간꾼 행세를 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니, 압도적인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 지지율을 믿고 문재인 정권은 민주노총을 패싱하며 일방적인 노동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정국이다.

 

여기에 북미평화협상의 진행 상황에 따라 노동자・민중의 눈과 귀는 더욱 더 현혹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현장은 조용하다. 공황의 여파로 생산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축소되고 있는 일자리에 대한 근심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관심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더욱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계급적 대안을 제시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 최저임금 투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은 결코 분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어떤 것은 받고, 어떤 것은 포기할 수 있는 투쟁도 아니다. 정권과 자본은 끊임없이 이 모든 사안들을 분리하려 하고 있고, 노사협조주의 세력은 거간꾼 행세를 하며 교란하고 있다.

 

장기적 공황 상황에서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며 착취율을 강화하려는 자본의 노동시간 단축이냐? 아니면 생활 임금 보장과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나아가는 노동자・민중의 노동시간 단축이냐? 이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 투쟁이 치열해 질수록 문재인 정권의 계급적 본질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2018년 지금, 변혁운동의 치열한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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