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10월 혁명과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전술 (하) ―저서 ≪10월 혁명의 길에서≫의 서론

목차

  1. 10월 혁명의 국내외 정세
  2. 10월 혁명의 두 가지 특징 – 혹은 10월 혁명과 뜨로츠끼의 “영구”혁명론
  3. 볼쉐비끼가 10월혁명 준비기에 취한 전술의 몇 가지 특징
  4. 세계혁명의 출발점과 전제조건으로서의 10월 혁명

 

  1. 세계혁명의 출발점과 전제조건으로서의 10월 혁명

유럽의 주요국에서 혁명이 동시에 승리한다는 통속적 이론, 즉 한 나라에서는 사회주의가 승리할 수 없다는 이론은 억지스럽고 생명력을 잃어버린 이론이란 것은 의심할 바 없다.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7년 역사는 이 이론을 실증하지 않고 반박하고 있다. 이 이론은 명백한 사실과 모순되기 때문에 세계혁명의 발전방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다. 슬로건으로도 채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일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자본주의 전선을 독립적으로 돌파할 개별 나라의 주동성을 발휘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기 때문이다. 또 개별 나라가 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도록 추동하는 것이 아니라 “총 폭발”의 시기를 소극적으로 기다리게 하기 때문이며, 개별 나라의 프롤레타리아 속에서 단호한 혁명정신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햄릿식의 걱정을 배양하기 때문이다. 레닌이 한 나라의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는 “전형적인 현상”이고 “여러 나라의 동시적 혁명”은 다만 “예외적” 현상일 뿐이라고 한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제23권, p. 354를 보라)1)

 

그러나 알다시피 레닌의 혁명론은 단지 이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세계혁명 발전에 대한 이론이다.2) 한 나라의 사회주의 승리는 그 자체 자족적 임무가 아니다. 모든 나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고 지원 세력이 된다. 한 나라에서의 혁명 승리, 즉 현재의 경우 러시아는 제국주의의 불균등 발전 및 갈수록 심해지는 제국주의 붕괴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계혁명의 출발점이자 전제이기 때문이다.

 

의심할 바 없이, 세계혁명의 발전경로는 이전처럼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수 없다. 이전에는 어느 한 나라도 혁명에 승리하지 못했고, “사회주의 혁명의 전야”인 발전된 제국주의가 출현하지도 않았다. 발달한 제국주의의 조건하에서는 자본주의 나라들의 불균등 발전법칙과 같은 새로운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다. 이 새로운 요인은 군사적 충돌의 불가피성, 세계적 자본전선의 전반적 약화, 개별 나라의 사회주의 승리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한 새로운 요인인 강대한 쏘비에뜨 국가가 나타났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다. 쏘비에뜨는 서방과 동방 사이에 있고, 세계적 금융착취의 중심지와 식민지 억압 무대 사이에 있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를 혁명화하고 있다.

 

이것들(덜 중요한 다른 요인들은 말하지 않았다)은 세계혁명 발전경로를 연구하는데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들이다.

 

이전에는 혁명이 사회주의적 요소가 균등하게 “성숙”한 보다 발전된 “선진”국들에서 우선 발전할 것이라고 평범하게 생각했다. 이제 이러한 생각은 크게 달라져야 한다.

 

레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조성된 국제관계의 질서를 보면 유럽의 한 나라가 전승국의 노예로 전락했다. 독일이다. 다음으로 서구에서 가장 낡은 몇몇 국가는 승리를 획득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국의 피억압 계급에게 하찮은 양보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양보는 그 나라들에서 혁명운동을 지연시키고 모종의 ‘사회평화’ 국면을 조성하였다.”

“동시에 인도, 중국 등 동방의 많은 나라들은 최근 제국주의 전쟁으로 인해 자기의 정상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하였다. 이들 나라는 유럽식 자본주의의 길로 발전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 이들 나라에서도 실로 유럽식의 들끓는 소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이들 나라는 세계 자본주의 전반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발전 과정에 들어섰다.”

 

그러므로 “서유럽 자본주의 나라들의 사회주의로의 발전은 … 이전에 우리가 기대했던 것처럼 이루어질 수 없다. 이들 나라는 내부에서 사회주의의 균등한 ‘성숙’을 거쳐서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착취하는 경로를 거쳐 간다. 제국주의 전쟁에서 패전한 나라 중 제1 패전국에 대한 착취에 더하여 동방 전체를 착취하는 경로를 거쳐 사회주의로 발전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동방은 제1차 제국주의 전쟁의 영향으로 확실히 혁명운동에 들어섰고, 전 세계 혁명 운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들어 갔다.”(제27권, p. 415-416을 보라)3)

 

이밖에 다음의 사실, 즉 패전국과 식민지가 전승국에 착취당할 뿐 아니라 몇몇 승전국도 가장 강력한 승전국인 미국과 영국의 금융 착취 올가미에 빠졌다는 사실, 이 모든 나라들 간의 모순이 세계 제국주의를 와해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 이러한 모순 외에도 이들 나라 내부에는 매우 심각한 모순들이 존재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 또 이 모든 모순들은 이들 나라와 나란히 있는 위대한 쏘비에뜨 공화국 때문에 심각해지고 첨예화된다는 사실을 추가한다면 ― 만약 이 모든 사실을 고려한다면 다소나마 완전하게 국제정세의 특징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세계혁명은 다수의 새로운 나라가 혁명을 통해 제국주의 국가 체계에서 떨어져 나옴으로써 발전할 것이다. 동시에 제국주의 국가의 프롤레타리아트는 이러한 나라의 프롤레타리아트를 지원할 것이다. 최초로 떨어져 나온 나라, 최초로 승리한 나라가 이미 다른 나라의 노동자와 근로대중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나라를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의심할 바 없이 이러한 지원은 늘어나고 커질 것이다. 동시에 세계혁명의 발전은 최초로 승리한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더 신속하고 더 공고화 될수록, 이 나라가 세계혁명을 확대 전진시키는 기지로 더 빨리 될수록, 이 나라가 제국주의를 와해시키는 지렛대로 전환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세계혁명의 발전 자체와 다수의 새로운 나라가 제국주의에서 떨어져 나오는 과정은 그만큼 더 빠르고 철저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도 의심할 바 없다.

 

최초로 스스로를 해방시킨 나라에서 사회주의의 최후 승리가 여러 나라 프롤레타리아트의 공동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면, 동일하게 세계혁명은 다른 모든 나라의 노동자와 노동대중에 대한 첫 사회주의 나라의 지원이 적절하면 적절할수록 더 빠르고 더 철저하게 발전할 것이다.

 

이 지원은 어떤 의미인가?

 

첫째로, 승리한 나라가 “모든 나라의 혁명을 고무하고 지원하며 발전시키기 위해서 일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도”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레닌, 제23권, p. 385.)4)

 

둘째로, 일국에서 “승리한 프롤레타리아트는 자본가를 수탈하고 자국에 사회주의 생산을 조직하자마자 … 다른 자본주의 세계를 반대하는 데로 나아가 그 다른 나라들의 피억압 계급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자본가에 대항하는 봉기를 일으키며, 필요한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착취계급과 그 국가를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레닌, 제18권, p. 232, 233를 보라)5)

 

승리한 나라가 주는 지원의 특징은 다른 나라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를 촉진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 승리를 촉진함으로서 최초에 승리한 나라에서 사회주의의 최후 승리를 보장한다는 데도 있다.

 

십중팔구는 세계혁명의 발전과정에서 개별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제국주의 발원지 및 그 세계 체제와 나란히 개별 쏘비에뜨 국가에서의 사회주의 발원지 및 그 세계 체제가 출현할 것이며, 이 두 체제간의 투쟁이 세계혁명 발전의 역사를 가득 채울 것이다.

 

레닌은 말한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공화국들이 낙후한 국가에 대하여 상당히 장기간의 완강한 투쟁을 하지 않고서는 사회주의 민족들의 자유로운 연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같은 곳을 보라)

 

10월 혁명의 세계적 의의는 한 나라에서 제국주의 체제를 돌파한 위대한 시발이고 제국주의 나라의 대해(大海) 속에서 출현한 사회주의의 첫 발원지라는 사실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세계혁명의 첫 단계이자 세계혁명을 진전시키는 강력한 기지라는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10월 혁명의 국제적 성격을 유념하지 않고 한 나라의 혁명 승리를 순전히 일국적인 오직 일국적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자들만이 잘못을 범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10월 혁명의 국제적 성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혁명을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단지 수동적인 것으로 간주하려는 자들도 옳지 않다. 사실상 10월 혁명이 다른 나라 혁명의 지원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혁명도 10월 혁명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로써 세계 제국주의를 타도하는 사업을 촉진하며 전진시키는 것이다.

 

 

1924년 12월 17일

J. Stalin, ≪10월 혁명의 길에서≫

1925년 국가출판국판

 


 

1) Lenin Collected Works, volume 28, p. 253.

2) ≪레닌주의의 기초≫를 보라 −쓰딸린 주.

3) Lenin Collected Works, volume 33, p. 499.

4) Lenin Collected Works, volume 28, p. 292.

5) Lenin Collected Works, volume 21, p.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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