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간질과 분열책동에 맞선 당당한 노동자들 ―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동래・동명정화현장위원회 파업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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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옥/ 회원, 부산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

 

2000년 4월 1일,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의 희망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정신으로 창립되었다. 노동자, 민중에게 자본의 위기를 전가하려는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무한한 이윤을 위한 탐욕을 채우기 위해 노동시장유연화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 그것을 위해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나, 여전히 민주노총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인 것이 현실이다. 전체 노동자의 대다수인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해서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가지기 위한 활동가들의 의지와 노력이 일반노조운동이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최초로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러한 일반노조의 현장 중의 하나가 동래・동명정화현장위원회이다. 부산시의 16개 구・군청의 하나인 동래구의 정화조청소 민간위탁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2004년 8월에 만든 조직이다. 출발 당시에 사무・경리직을 제외한 전 직원이 모두 가입해 18명이었다. 현재는 계약직 3명만 빼고 사무・경리직까지 모든 노동자가 조합원이다. 다만 조합원이 14명인 정말로 조그만 영세사업장이다. 이들은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을 푸는 일부터 정화조 청소까지 다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기피하는 직업인지라 스스로 자존감도 떨어지기도 하련만 십몇 년 노동조합을 통한 투쟁과 단련은 이들의 자존심을 강하고 당찬 노동자로 만들었다. 해마다 임・단협을 하면서 간간히 파업을 하기도 하였지만 2014년 지금의 사장으로 바뀌면서 파업을 한 이후에는 그럭저럭 원만한 노사관계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4월 2일부터 9일까지 4시간 파업, 4월 10일부터 20일(현재)까지 전면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협상의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장기화의 기운마저 드리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화조청소에 직접 종사하는 모두 남성노동자들 뿐이었던 현장 기사, 정화공들의 조직에 사무・경리직 여성노동자 3명이 2017년 9월에 노동조합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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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경리직 여성노동자는 동래・동명정화 사무실에서 최저임금 기본급에 식대 10만원을 받으며 청소요금 수금, 관청과 통화하고 연계하는 업무, 거래처들과 통화하고 연락하는 업무, 배차업무 등을 담당했다. 이 여성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CCTV의 감시 아래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동안 노동조합에서는 사무직들이 조합원은 아니다 하더라도 일반적 구속력에 의해 노조의 교섭결과를 함께 적용받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통비 7만원, 상여금 기본급의 400%, 근속수당 연 1만원, 가족수당 월 13만원, 연장근로수당 월 12시간(실질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월차수당 매월 1개씩 유급, 하계휴가비 50만원, 식대 일 8,000원이라는 단체협약은커녕 취업규칙마저도 이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고 노동조합은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회사에 노조가입사실을 통보하고 교섭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회사의 반응은 이 경리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라고 하면서 조합원이 될 수 없으니 이들에 대해서는 교섭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단지 주장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조합원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이란 것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떠한 교섭도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동래정화의 사장은 김제현이고, 동명정화의 사장은 김제현의 아버지 김옥상이라는 사람인데, 기초자치단체에서 정화조청소를 민간위탁할 때 한 개의 업체에만 독점적으로 위탁할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이 두 개의 회사를 만들어서 청소대행업을 수탁하고, 사무실은 한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것이 독점이 아니고 무엇인가? 참 눈 가리고 아옹하는 짓이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장이라 불리고 아들은 사장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 제 22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에서 착안하였다. 사무실의 경리노동자들은 바로 그 조항에 해당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현장조합원들이 받는 상여금, 명절휴가비, 차비 등등에서 차별받고 CCTV로 감시당하며 일하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사용자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욱 기가 찬 노릇은 이 상황에서 보여주는 노동부, 검찰의 태도이다.

가장 먼저 검찰에 고소한 CCTV설치는 증거불충분이라며 무혐의로 처리되었고, 여직원들의 조합원 자격문제로 교섭에 응하지 않는 사측을 교섭해태와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더니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무혐의로 결론 내렸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임금체불진정을 넣은 것마저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정부기관과 행정관청의 태도를 확인한 사용자들은 소송결과를 보자며 버틴다. 버티기만 할 뿐만 아니라 현장의 남・여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려고 온갖 짓을 다하고 있다. 파업기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하는 노동자들에게 속삭인다. 여성조합원들에게는 소송결과를 보고 기존의 조합원들만 합의하면 임금 올려주겠다고 한다. 남성조합원에게는 저 딸같은 여성노동자 3명만 버리고 오면 너희 11명의 임금은 정화조 수수료로 15% 인상되었으니 대폭 인상해줄게 하고 속삭이고 있다. 그러나 11명의 남성노동자들은 일반노조의 조합원답게,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하면서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기를 당당하게 선택했다. 이간질과 분열책동에 맞서는 당당한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한 달에 한번 겨우 일반노조 집중집회를 박아도 참석자는 50에서 70여 명, 매일 동래구청 앞에서 파업집회를 하지만 전체조합원이 총 출동해도 14명에 불과하다. 정말이지 사측이나 구청이 콧방귀를 뀔 만하다. 생각하다 못해 지역의 여성단체들에게 이런 제안서를 보냈다. 지역연대를 조직하고 장기항전을 모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안서

 

○ 제안내용 : 여성노동자 인권, 노동권 무시하는 동래구청, 동래구 정화조 청소대행업체 규탄 부산지역 여성·사회단체 기자회견 (4월이 다 가기 전에)

 

○ 제안취지 :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경리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임금을 받고, CCTV로 감시당하면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동래구청에서 민간위탁한 정화조 청소 대행업체 동래정화, 동명정화에서 경리업무를 보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입니다. 이들 3인은 차별과 감시를 떨쳐 일어나 2017년 9월,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용자는 경리직은 사용자(사장)라며 노동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원에 ‘조합원지위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린다며 모든 교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같은 현장직 남성조합원 11명에게 딸 같은 사무직 여성조합원 3명을 버리고 오면 합의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일반노조 동래동명정화 현장위원회는 3월 초부터 집회를 시작하였고, 4월 2일부터 9일까지 4시간 파업, 4월 10일부터 16일까지 시한부 전면파업을 진행하면서 매일 동래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래구청에서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조합원이 아니니 파업하면 불법이고,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협박을 일삼고, 사측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며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여성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부산지역의 양심적 여성단체의 지지와 응원을 요청합니다. 동래구청 앞에서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함께 연대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민주노총 부산본부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부산지역의 여성단체들 각 단위의 논의를 요청 드립니다.

 

2018년 4월 12일,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이 제안서를 통해 4월 24일 오후 1시에 동래구청 앞에서 부산지역 여성・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성사되었다. 이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좀 더 폭넓은 연대와 여론전을 해야 한다.

 

정화조 청소는 원래 구청에서 주민을 위해 직접 해야 하는 공공영역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고 간접고용 노동자인 정화조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향한 민간위탁 폐지, 직접고용 쟁취 투쟁으로 나아가야 했다. IMF경제위기 이후 김대중 정권이 도입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공공부문의 노동집약적 단순노무업무를 민간위탁으로 외주화하기 시작했고, 2003년 노무현 정부는 행정서비스 전반에 걸쳐 민간위탁의 전면화를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장효율성을 앞세운 경비절감에 방점이 찍혀 저임금을 통한 비용절감, 최저가낙찰제, 용역업체의 회계조작, 중간착취의 강화라는 공공부문 간접고용은 각종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고 백화점이 되어 있다. 부산의 정화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일반노조에 가입해 있던 현장위원회를 깨기 위해 간부를 돈과 직책으로 회유하고 매수하고, 조합원들을 룸살롱으로 불러내어 술 사먹이며 노조를 깬 다음에는 그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면 되었다. 현재 몇 개 남지 않은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제 60을 넘어서 내일모레 정년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하수관로 공사는 변기의 오물도 하수관으로 흐르게 하여 친환경적이라 하지만 정화조 청소 업무 자체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아서 공사가 진행될수록 청소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정년에 의해 인원이 감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늙은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노동자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서 파업 20일차를 넘어서고 있다.

 

한편 동명정화의 사장이고 동래정화 사장의 아버지인 김옥상 회장은 1954년 거창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부산에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재 대방운수, 대상운수, 거북운수, 연제정화, 동명정화, 대방환경, 일박이일 렌트카 등 20여 개의 사업체를 가지고 1000여대의 화물차를 보유하고 있고, 2004년부터 9년 동안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장을 연임하면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도 원성의 대상이었다. 거창지역의 학교에 물품을 기증하고 장학금을 전달하고 마을에서 경로잔치를 하면서 존경의 대상이 되어 있지만, 그가 그렇게 기부한 돈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한 것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2014년 동래・동명정화를 사서 들어와 처음에 한 일은 노조를 깨기 위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일반노조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약 15일간의 파업으로 합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이후로 그는 호시탐탐 노조를 깨기 위한 기회를 노려왔는데 여성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은 동래・동명정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노조에 가입되어 있고, 자신이 소유한 연제정화부터 시작해서 전 부산의 사업장의 사무직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임이 두려운 것이다. 김 회장은 이제야말로 더 이상 일반노조에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의 결의 또한 만만하지 않다. 아래 글은 4월 20일 파업 19일차에 일반노조 밴드에 여성조합원이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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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동명정화 파업 19일차

 

오늘도 동래구청 앞에서 10시에 집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2시까지 시청으로 이동하여 “부산지역 공공부문 민간위탁 부정비리사례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저 역시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공공부문이 민간위탁이 되지 않았더라면 환경・정화에 종사하시며 돌아가셨던 노동자분들이 생명을 잃는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며 위험하고 고된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비통합니다.

 

열심히 일을 하고 대가를 받고 싶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힘든 투쟁을 통하여 이뤄 나가야하는 이 상황도 참으로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이제는 우리 노동자들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여성노동자 노조할권리가 없다며 정화협회에 가서 여성노동자 3명을 “미친년”이라고 부르고 있는 악질사용자(김제현, 김옥상)들에게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습니다!!

 

우리 사업장과 같이 이 세상 곳곳의 노동현장에서 악덕사용자에게 인간적으로도 대우받지 못함은 물론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아직도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고 생각됩니다. (오늘도 생활폐기물수거업체 노동자 분 얘기를 듣고 분노를 느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가 있기에 사업장이 성장하고 사용자도 먹고 사는 것인데… 사용자들 대부분이 본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며 착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투쟁을 통해서 누가 진짜 회사의 주인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반드시 쟁취해야할 것입니다.

 

인간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다!!

하나로 똘똘 뭉쳐 반드시 승리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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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Apr 22nd, 2018 | By | Category: 정세와노동, 현장 | 조회수: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