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철
군인들이 다가 왔다
함덕주둔 2연대 3대대
불길이 덮친다
부락민들이 끌려간다
젊은이들은
벌써 다 산 속으로 갔다
재판을 요구하자
날아든 미제 카빈 총탄
인민의 심장을 겨눈
대한미국 제국의 법
삶도 죽음도 평등하지 않았다
추수한 돈 찔러주고
아버지는 살아오셨다
‘인민공화국 만세’ 두 번 외친
어머니 가슴팍엔 총알이
10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도
아이를 배에 품은 어머니도
그 겨울 긴 하루
436 송이 동백꽃 지어
꽃상여에서 꽃놀임1)하다
해방의 봄 온 몸에 유채꽃
주석: 양성자가 정리한 고 김진언 할머니 인터뷰 “남녀평등이란 말이 좋아서…”와 “조천읍 북촌리 ‘아이고’ 사건”(출처: ≪4370≫ 1월호,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2018.)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제의 나열에 불과했던 습작이 시의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은 전적으로 고희림 동지의 조력 덕분이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1) 제주 조천읍 북촌리의 오랜 풍습으로 시신 대신 죽은 이의 옷을 꽃상여에 넣고 생전에 살던 곳, 놀았던 곳을 찾아간다는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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