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현재 ‘공사중’입니다

천연옥 | 회원,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부산・양산・김해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자기발전과 재충전 프로그램을 기획 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내용으로 2005년에 독지가의 기금출연으로 출발한 <민들레 기금>의 배려로 2017년 11월 말에 11박 12일로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다른 네 명의 산별노조 상근활동가들과 함께 네팔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다. 네팔의 두 개 노총과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운동의 1세대였던 분들이 네팔로 돌아와 활동하는 여러 단위를 방문하고 안나푸르나가 보이는 히말라야 산맥을 트레킹하는 일정이었다. 2017년 말은 민주노총 직선 2기 선거를 비롯하여 많은 동지들이 열정을 쏟아야 할 시기임에도 혼자서 네팔연수를 다녀오게 되어 마음이 무거웠고, 그 벌로 네팔에 대해서 공부하게 된 것을 나누고자 한다.

네팔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거리의 건물과 도로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전반이 모두 ‘공사중’인 나라였다. 또한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날씨마저도 사계절이 공존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네팔 전통의 털모자에 서양식 패딩코트에 얇은 하의와 슬리퍼를 신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침에는 봄, 가을 같은 날씨에 낮에는 여름처럼 덥고 밤에는 겨울처럼 추웠다.

네팔은 13억의 인도와 17억의 중국에 둘러싸여 있고, 한국의 1.5배 정도의 면적에 약 2,900만 명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8,000m가 넘는 높은 산이 8개나 있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국가로 히말라야 트레킹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인구는 2,900만 명인데 모시는 신은 3,000만 명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신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125개의 민족(부족?)과 123개의 언어가 있고, 외국으로 떠난 이주노동자가 600만 명에 이르고, 하루에 1500명이 떠나고 2명이 시체로 돌아온다고 한다.

네팔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은 네팔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골카 지역의 쁘리띠비 나라얀 샤 왕이 현재의 네팔 수도인 카투만두 지역을 점령하고 1769년 최초의 통일네팔왕국을 세우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샤왕이 통일국가를 수립하기 이전에는 군소 국가들이 지역별로 자신의 영토를 통치하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후 정거 바하둘 라나가 1846년 왕궁 내에서 반란을 일으켜 샤 왕조의 권력을 무력화, 스스로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 그는 1854년 1,400장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국가 법규를 제정하면서 국가를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국가법규는 힌두이즘에 기반을 두고 의례와 카스트 그리고 종족 집단의 구분을 기초하고 있다.

네팔은 국민의 약 80%가 힌두교이며 이에 따라 카스트 제도를 가지고 있다. 4가지 바르나로 구분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달리 바훈과 체뜨리가 상층 계급으로 분류되고, 나머지는 달릿이라는 하층계급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네팔 지형의 특성상 산악에 사는 바훈, 체뜨리와 평야에 사는 바훈, 체뜨리가 다르다. 달릿 또한 산악에 사는 민족과 평야에 사는 민족으로 각각 분류된다. 이외에도 20%에 이르는 비 힌두교도인이 있는데 대부분 불교와 샤머니즘을 믿었는데 카스트 제도와는 관계가 없었다. 라나 재상의 국가법규는 네팔에 살고 있는 모든 민족들을 법적으로 카스트제도 안으로 편입하였다. 힌두 상층 엘리트 계급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높은 지위를 유지하고, 토착 민족 및 하층 계급은 모든 권력에서 배제되었다. 국가 법규는 물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그룹과 물을 같이 먹을 수 없는 그룹으로 크게 나누고, 성사를 메는 그룹, 술을 먹는 사람이며 노예화 할 수 있는 그룹, 술을 먹는 사람이며 노예화 할 수 없는 사람, 접촉이 있어도 정화의식을 할 필요없는 그룹과 접촉이 있을 경우 정화의식을 해야 하는 그룹으로 나누었다. 이로 인해 네팔은 2006년 국왕이 하야하고 2007년 임시헌법을 공표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유일한 힌두국가였다.¹⁾

1951년 네팔에서 104년에 이르는 라나 가문의 지배를 종식시키고 왕정이 권력을 회복하였다. 궁정혁명의 뒤에는 인도가 있었다. 인도를 등에 업은 네팔의회당(NC)은 네팔의 민주주의 과정에서 때로는 인도의 지원을 받는 무장반란을 꾀하기도 했다. 트리부반 국왕의 아들 마헨드라는 왕립 판차야트(의회)체제를 통해 모든 정당을 금지하고 왕실이 정치적으로 지배했다.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나서자 국왕은 1979년 4월, 판차야트 체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980년 5월 국민투표는 판차야트 체제를 승인하고 말았다. 1990년 1월 10일 7개 공산주의 정당이 통합좌파전선(ULF)을 결성하고 의회당과 협력하기로 합의한다. 그들은 다 함께 민주주의회복운동(MRD)을 결성하였고, 더 급진적인 7개 공산주의 정당은 통합민족민중운동(UNPM)을 결성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2월에서 시작하여 4월, 승리할 때까지 7주간이나 계속되었고 이것이 네팔의 1차 자나 안돌란(민중봉기)이다. 이것의 결과는 온건한 야당과 견고한 판차 간의 협상으로 엘리트 주도의 형식적 민주 정부로의 이행이었다. 판차야트는 해체되었고 과도정부가 수립되었다. 11월에 새헌법은 네팔을 ‘힌두․군주제 국가’로 선포했다. 입헌군주제 국가 네팔의 1991년 5월 전국선거는 네팔의회당이 37.75%를 득표하고 110석을 차지함으로서 1당이 되었고, 네팔공산당 통합맑스레닌주의파(CPN-UML)이 27.98%를 득표하고 69석을 차지하여 2당이 되었다. 1972년에 이미 네팔의 공산주의자들은 혁명이론의 해석과 그것을 실천하는 방식에서 상당히 다른 14개의 정당으로 조직되어 있었다. 1990년 이전에 공산주의자들은 네팔에서 실질적 권력이 없었지만, 민중이 각성하면서 그들은 군주제, 카스트지배, 계급지배와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명확한 입장으로 많은 지지자를 확보했다. 가장 급진적인 공산주의 정당인 네팔공산당 마오주의파(CPN-M)는 총선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고, 이후 UML정부에서 배제되었다. 1996년 2월 인민전쟁을 선포한 간부와 지도자 85명의 소규모 정당은 몇 년 안에 5,000명에서 1만 9,000명의 무장전투원으로 이루어진 인민군으로 성장했다. 최소한 21개 지구에서 그들은 ‘봉건분자들’과 ‘매판 및 관료자본가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를 통해 인민의 정부를 구성했다. 마오주의 사업체제는 농촌 빈민들 사이에서 광범한 지지를 얻었다. 마을 수준에서 부의 재분배는 수세대의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에서 해방된 많은 사람들이 마오주의를 지지하도록 이끌었다. 그들은 농민들의 은행부채 기록을 태우고 마을 사람들에게 연간 60%까지 이자를 부과하는 대부업자들과 세금 관리들을 공격했다. 많은 경우에 그랬던 것처럼 이 대부업자들이 빚을 갚으라며 빚진 가족들에게 아이들을 성노예로 팔라고 강요하면, 공산당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마오주의자들은 토지를 재분배하고, 여성을 지도부로 승진시키고, 여성만의 전투부대를 결성하고, 어려운 처지의 개인들에게 보통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었다. 주사위 놀이, 카드, 술, 부인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엄격히 금지했다. 또한 왕실이 소수민족에게 강요했던 불가사의한 산스크리트 교과서를 가르치는 일을 중단시키고, 부자의 자식들만 다니지 못하도록 사립학교의 수업료를 인하했다. 2002년도에 마오주의자들이 전국의 25%를 통제했다. 2006년까지 마오주의자들이 중국에서 권력을 장악한 경로(확보한 기반 지역에서 장기적 인민 전쟁)를 채택한 것은 아주 성공적이어서, 그들은 농촌의 절반 이상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무장투쟁을 수도로 확신시킬 위치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고, 수도의 이미 많은 사업체에 자신만의 세금 제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들을 끝내기 위해 군사지원으로 2,000만 달러 이상, 전쟁 수행을 지원한 개발원조로 4,000만 달러를 추가로 제공했다. 1990년 헌법의 아킬레스건은 제 115조로, 이는 국왕에게 비상사태를 선언할 권한을 부여했다. 2002년 5월, 가넨드라 국왕은 국회를 해산했고, 몇 달 후에 절대권력을 장악했다. 카투만두에서 집회의 자유를 폐지하자, 전제적 통치에 반대하는 운동이 다른 도시로 퍼졌다.  2005년 2월 1일, 국왕은 농촌 마오주의 반도들이 위협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7개 정당들이 동맹(SPA)를 결성했다. 2005년 11월 22일, 인도정부의 지원으로 SPA와 마오주의자들이 군주제에 반대하여 단결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정당들은 헌법을 개정할 권한이 있는 제헌의회 선거를 실시하기로 약속했고, 마오주의자들은 다당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기로 약속했다. 2006년 4월 2차 자나 안돌란이 19일간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마오주의자들의 무장투쟁이 비무장반란을 보완했다. 11월 21일 승리의 기쁨이 여전히 생생한 가운데, 마오주의자들과 SPA는 농촌의 무장투쟁을 끝내는 평화조약에 서명했다. 2008년 4월에 치러진 1차 제헌의회 선거의 결과는 CPN-M이 30.52%를 득표하여 229석을 차지하여 1당이 되고, NC가 2당, CPN-UML이 3당이 되는 경이적인 결과가 나왔다. 마오주의자들은 가난에 찌든 수십만 민중을 봉건적 속박의 고통과 지독한 자본주의적 착취에서 해방할 뿐만 아니라 군주제를 끝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들은 여성해방과 민족 독립을 위한 투쟁에서 선봉에 섰다.²⁾

네팔은 2008년 1차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이 헌법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2012년 2차 제헌의회 선거에서 NC가 제 1당이 되었다. 네팔을 주도하는 세 개의 주요 정당인 CPN-M, CPN-UML, NC는 번갈아 가면서 총리를 배출했지만 한 정당이 1년 이상을 집권하지 못하고 교체되면서 친미, 친인도, 친중국 등의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제 2차 민중봉기로 군주제를 폐지한 지 10년 만에 2015년 새헌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부 마데시족은 전국을 7개 주로 나누는 연방 구성방안에 대해 반발하여 마데시족 만의 주를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를 핑계로 네팔 헌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도는 국경을 봉쇄하기도 하였다. 인도의 국경봉쇄는 석유와 각종 생활필수품의 부족으로 네팔 민중을 고통에 빠트렸고, 네팔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가난한 나라의 민중을 더욱 가혹한 상태로 만들었다. 2017년 5월, 7월, 9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UML이 1당, NC가 2당, CPN-M이 3당이 되었다. 1당이 35%를 2당이 20%를 득표했다. 11월 26일과 12월 7일 실시한 연방선거에서 UML과 CPN-M은 공산당 연합으로 공동대응하고 연정을 하기로 합의했다. 선거결과는 하원 전체 275석 가운데 비례대표를 제외한 165석 중 연정구성에 합의한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과 마오주의 중앙 네팔공산당(CPN-MC)이 각각 80석과 36석을 확보해 23석을 확보한 종전 제 1당인 네팔회의당에 크게 앞섰다. 그리고 2018년 2월 15일 UML의 총재인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63세)가 총리가 되었다. 이번 선거는 UML과 마오이스트. 즉 명목상 공산당 세력이 부르주아세력인 회의당을 제치고 정치적으로 연합을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민중봉기로 왕정을 타도하고 제헌의회를 통해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50% 여성할당제를 명문화한 새헌법에 의한 연방-주-지방선거를 통해 공산당들이 집권한 나라 네팔은 ‘공사중’이다.

네팔공산당은 1949년 4월 29일에 네팔 왕실에 대항하기 위해 인도의 캘커타에서 결성되었다. 1952년 1월 24일을 기해 당의 정치 활동이 중단되어, 1954년에는 지하에서 제1회 당대회를 개최하였다. 1956년 당의 정치활동이 가능해졌고, 1957년 제 2차 당대회를 열었다. 이후 친입헌군주제노선, 해산된 의회를 광범위한 국민운동에 의해 회복시키는 노선, 제헌의회 소집을 요구하는 노선 이라는 세 가지 노선에 따라 분열과 이합집산을 반복하게 되었다.³⁾

1956년 쏘련공산당의 수정주의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공산당들은 평화적 이행 노선을 채택한 반면, 마오주의자들은 농촌에서 해방구를 만들고 2차 민중봉기에서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네팔의 자본주의적 경제발전과 다당제 의회주의에 합의한 마오주의자들은 아직도 인민전쟁을 수행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팔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정당은 UML 임이 분명한데, 노동조합은 UML의 영향력하에 있는 지펀노조보다 마오바디 노조(조합원 60만명으로 약 33%조직)가 더 조직율이 높았다. 네팔의 노동조합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조직되어 있었는데, 자본에 대응할 때는 공동으로 한다고 했다. 네팔의 양 노총 주요 간부들은 선거에 출마하였고, 대부분의 조합은 선거운동으로 바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인 네팔, 명목상 공산당들이 집권한 나라 네팔의 ‘공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는 현실의 뿌리 깊은 힌두교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마오주의 통일 공산당이 수행중이라는 인민전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1) 정인석, ≪네팔 카스트제도의 제도적 형성배경과 특성≫, 2016.

2) 조지 카치아피카스, ≪아시아의 민중봉기≫, 원영수, 2015.

3)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