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두 개의 역사 – 학살당한 자와 학살한 자

변순영 | 회원

 

 

감옥인권운동 ≪해방세상≫ 제17호에 현장의 소리 “국가의 학살 – 통한의 역사 금정굴에서 베트남, 세월호까지” 글을 쓰면서 지면이 부족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정세와 노동≫에 쓴다.

 

 

기사를 검색하면서 분통이 터졌다. 첫째, 더불어민주당 최성시장의 야비함과 둘째, 이승만 정권 당시 우익 청년단이었던 태극단이 아직도 고양시의 지원을 받으며 버젓이 반공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가을비가 내리는 날, 나는 고양시 동구청 앞 광장에서 최성시장이 연설을 하고 노인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을 봤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꽹과리 치는 젊은 여성한테 “무슨 경사 났어요?”라 물으니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경축행사란다. 시간이 한참 지나 여성이 뭐라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최성 시장이 금정굴 유가족의 한을 풀어 주겠다 약속했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료집과 모금함을 들이밀어 나는 흔쾌히 주머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넣었다.

 

금정굴에 대한 설명은 ≪해방세상≫ 제17호에서 인용한다.

 

“금정굴은 일제시대 때 일제가 부족한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금광을 개발한 곳이다. 금광 입구가 수직으로 내려가는 동굴이다. 금정굴은 6.25전쟁 때 남진했던 인민군이 퇴각한 후 1950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고양경찰서에 의해(경찰 하수-치안대, 청년 태극단 가담) 1000여 명의 주민들이 대량 학살당하는 참극의 현장이었다. 주민들이 학살당한 이유는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와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남은 가족들은 평생 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살아야만 했다.”

 

지금의 고양시는 신도시로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 흔적을 알 수 없지만, 1950년 당시 고양군에서 민간인 학살은 금정굴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 흩어져 수십 명, 수백 명씩 경찰에 의해 학살된 곳이다. 나는 이제나 저제나 금정굴 평화공원조성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금정굴을 둘러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최근 집 뒤 고봉산에 오르다 내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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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의 피해’, ‘6.25 전쟁의 참상’이라는 반공 홍보용 게시판이 주민들 왕래가 많은 약수터 정상에 설치되어 있었다. 금정굴은 약수터에서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인적이 드문 야산에 초라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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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는 새도시 한복판인 일산문화공원에 1억 1천만 원을 들여 이달 초 ‘6·25전쟁 전사자 명비’를 만들고, 2014년 말 3천만 원을 들여 고봉산 등산로에 6·25 전투를 알리는 공원을 조성하는 등 ‘반공’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금정굴 학살에 가담한 태극단 유족회에도 해마다 1천만 원의 위령제 비용과 자료 전산화 사업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경기도 ‘고양 금정굴 위령탑’ 세운다”, ≪한겨레 신문≫ 박경만 기자, 2016. 12. 21.)

 

1995년 금정굴에서 발굴된 153구의 유골은 갈 곳을 못 찾고 서울대 의대 연구실에 보관되었다 2011년 9월 유해를 고양시 납골당 청아공원에로 임시 보관되었다. 그나마 발굴된 유골 또한 갈 곳을 못 찾고 있다. 유족들은 유골을 평화의 공원에 편히 모셔 본인들 또한 지긋지긋한 빨갱이 딱지를 간절히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최성 고양시장은 지방선거에서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 공약을 두 번이나 걸고 당선되었지만 최근 유족들을 만나 “의회가 반대하니 해줄 방법이 없다”며 궁색한 변명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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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 도시 두 얼굴] 비밀 학생유격대 ‘태극단’”, news.chosun.com, 서지혜 리포터, 2008. 6. 30.)

 

여기가 어디냐 하면 탄현 금정굴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태극단 참전 기념 현충탑’이다. 보수우익들은 “북한군의 남침 직후인 1950년 6월 말 반공투쟁단체인 태극단이 결성된 곳이며 전쟁기간 다양한 유격 활동을 전개한 곳”이라 칭하며, ‘통한의 역사 금정굴’학살을 저들은 “1950 고양 전투”이라 부른다. 이건 마치 서울구치소에 적폐 박근혜와 양심수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꼴이다.

 

“지금의 태극단 묘역은 1957년 9월 파주 지역에 가매장되어 있던 45위의 유해를 현재 위치로 합동 이장한 것으로, 1980년대 이후 다른 곳에 묻혀있던 순국단원 9위도 옮겨와 현재의 54위가 모셔지게 되었다. 한편, 지난 3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개정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오는 10월부터 살아남은 태극단원 40명도 국가유공자로 격상되게 되었다.”

 

2007년 6월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금정굴 사건을 고양경찰서장 책임하의 불법 집단살해로 규정했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08년 10월 정부는 태극단원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기가 막히는 현실이다.

지난 11월 19일 연구소 회원들과 금정굴 탐방을 했다. 당시 경찰이 천 명의 민간인을 단 열흘 만에 어떻게 학살 할 수 있었는지 회원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했다. 또한 금정굴이 너무 외롭게 방치되어 안타까워했다. 말은 안했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공부하고 실천하기로 각자 결의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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