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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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딴((穆旦)

 

 

 

걸어도 한이 없는 산맥의 기복(起伏), 강과 들판

세어도 한이 없는 빽빽한 마을, 닭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

황량한 아시아의 토지에 연이어 있다

망망한 들풀 속에 메마른 바람이 소리치고

낮은 검은 구름 아래 동으로 흐르는 물이 단조롭게 노래하고

우울한 숲 속에는 무수한 세월이 매장되어

조용히 나와 포옹한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 하지 못한 재난, 침묵은

사랑, 하늘의 비상하는 매의 떼,

마른 눈은 용솟음치는 뜨거운 눈물을 담고 있다

꼼짝 않는 회색의 행렬이 요원한 하늘 끝을 기어다닐 때

나는 너무나 할 말이 많고, 너무나 오래된 감정이 있다

황량한 사막, 험난한 길, 노새 수레로

나룻배, 산 가득한 들꽃, 비 오는 날씨로

나는 모든 것으로 너를 포옹한다, 너

도처에서 보는 백성이여

치욕 속에 살아가는 백성 등 굽은 백성이여

나는 피 묻은 손으로 너희 하나 하나와 포옹할 것이다

한 민족이 일어섰으니까

 

농부 하나, 거친 몸이 들판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여인의 아이 무수한 아이들의 아버지

얼마나 많은 세대가 그의 몸에서 일어나고 쓰러졌던가

희망과 절망이 그를 누르는데

끝내 아무 말 없이 쟁기를 따라 오락가락 하며

똑같은 흙을 엎어 조상의 것에 섞는다

똑같은 수난의 형상이 길가에 굳어진다

대로에서 유쾌한 노래가 흘러갈 때마다

뒤따라오는 것은 그에게 닥친 근심

대로 위에서는 사람들이 주장하고 소리치고 기뻐하나

다시 한 번 명사를 믿고 대중의 사랑에 빠져들며

꿋꿋하게 자신이 죽음 속에 빠져드는 것을 본다

그러나 이 길은 끝없이 펼쳐질 수 있고

그러나 그는 눈물을 흘릴 수 없다

그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한 민족이 일어섰으니까

 

산들의 포위 속 파란 하늘 아래

봄과 가을이 그의 마당을 지날 때

깊은 골짜기에는 비애가 숨어 있다

한 여인은 자식을 기다리고 수많은 자식들이 기다리는 것은

기아, 그리고 기아 속의 인내

길가에는 여전히 시커먼 초가집이 모여 있고

똑같은 알 수 없는 두려움, 똑같은

생활을 침식하는 흙

그러나 그는 떠나고 저주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나는 사람마다 포옹하리라

그 때문에 나는 포옹의 위로를 잃었다

우리는 그에게 행복을 줄 수가 없으니까

통곡하라, 그를 위해 통곡하라

한 민족이 일어섰으니까

 

똑같은 이 유구한 세월의 바람

똑같은 이 기울어진 처마에서 흩어지는

끝없는 신음과 추위

메마른 나무 위에서 노래하고

황량한 소택과 갈대 벌레소리를 지나고

똑같은 까마귀 소리

지나가면서 나는 머뭇거린다

나는 머뭇거린다, 치욕의 역사가

여전히 이 광대한 산하에 기다리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말없는 고통이 너무 많다

그러나 한 민족이 일어섰다

그러나 한 민족이 일어섰다

 

 

해설: 1941년 12월에 창작. 시인 무딴((穆旦)은 1940년 22세의 나이에 대학 졸업한 후 조교로 근무하면서 학생문예 단체 활동을 한다. 이후 중일 전쟁의 전선에 복무하며, 도시를 벗어나 가난한 농촌지역의 인민들과 함께 하며 중국의 현실에 대하여 고뇌하는 시를 창작한다. 이 시는 항일투쟁과 현실참여의 의지를 담아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출처: 이선옥, ≪목단시선≫, 문이재, 2003, pp. 44-49,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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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Feb 8th, 2018 | By | Category: 권두시, 정세와노동 | 조회수: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