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부르주아 민주세력의 정치적 파산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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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기 (소장)

“6월 항쟁”을 다루었다는 영화 ≪1987년≫이 제법 인기인가 봅니다. 감상들도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지난 1987년은 격동의 한 해였습니다. “6월 항쟁”,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 터져 나왔고, 12월에는 직선제로 대통령선거가 치러졌습니다. 크게 보아 당시에 세 개의 세력이 충돌했습니다. 극우파시즘세력(군부독재),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김대중·김영삼·재야민주세력·학생운동), 노동자·민중이 그것입니다. “6월 항쟁”에서 핵심적인 물리력을 담당했던 학생운동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의 좌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구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극우파시즘세력은 자유한국당, 부르주아민주주의 세력은 더불어민주당, 노동자·민중은 민주노총, 전농 등이 그것입니다. 재야민주세력은 소부르주아 시민운동으로 발전했고, 학생운동은 그 당시의 힘과 비교하면 현재는 거의 몰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의 정치사회구도를 직접적1)으로 산출했다는 의미에서, “1987년”은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1987년에, 박종철, 이한열의 희생 외에도, 수많은 민중의 희생을 통해서 전두환 군부독재를 무력화시켰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습니다. 그러나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이었던 김대중과 김영삼이 권력을 독차지하겠다고, 대통령선거에서 아귀다툼을 벌였습니다. 결국 노태우 군사정권을 합법적으로 탄생시켰습니다. 뼈아픈 결과를 평가하며, 노동자·민중은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만 했습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을 추종해서는 결코 극우파시즘세력을 몰아낼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도 없다는 것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죽 쒀서 개 줬다”는 것을 깨닫고, 저들의 정치적 파산을 선언해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김영삼은 극우파시즘진영으로 투항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또 어떠합니까. 살인마 전두환 노태우 일당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파시즘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을, 금과옥조라도 되는 듯이 털끝만치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정리해고, 파견법, 노사관계 로드맵 등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며, “헬조선”을 만들었습니다. 구속노동자 수를 봅시다. 김영삼 정권은 632명, 김대중 정권은 892명, 노무현 정권은 1037명, 이명박 정부는 449명(2008~2011년, 4년 동안 집계2))입니다. 1987년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여전히 부르주아민주주의 세력을 추종한 노동자·민중은 혹독한 시련을 다시 겪은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중의 환멸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낳았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이른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만들어 놓은 탄탄대로를 달린 것에 불과합니다. 부르주아 민주세력의 역할이 극우파시즘을 재집권시켰다는 의미에서, 1987년이 다시 반복된 것입니다. 늦었지만 이때라도 저들의 정치적 파산을 선언해야만 했습니다.

2018년 현재는 어떠합니까? 2016-17년 이른바 “촛불항쟁”으로, 극우파시즘정권이 축출되었습니다. 1987년처럼 “항쟁 이후” 극우파시즘이 다시 집권하지 않고, 부르주아 민주세력이 집권하였다고 기뻐하여야 할까요? 지난 30여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건망증에 걸린 사람들만이 그러할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안타깝게도 건망증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소부르주아들도, 노동자들까지도 어릿광대 같은 문재인의 어설픈 몸짓 손짓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비교해 봅시다. 싸드배치와 위안부 합의를 봅시다. 현 정부는 말로는 부정합니다. 하지만 행동으로는 긍정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말로도 행동으로 긍정합니다. 이것이 저들이 다른 유일한 부분입니다. 양심수 석방문제도 동일합니다.

노동자 민중들이 부르주아 민주세력에 대한 환각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등 기존에 존재했던 노동자정당들은 노동자들을 계급적으로 각성시키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민주연합전술을 펼치며, 부르주아 민주세력의 꼬리를 자임했고, 이러한 환상을 조장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했던 것은 그 극단적 형태입니다. 최근 다시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역사적 경험을 진지하게 평가하고, 그 반성 위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민중들의 삶의 고통과 절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실업자 수와 청년실업율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로또판매액도 지난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투기광풍이 가상화폐시장에 불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흉악한 범죄소식이 들려옵니다. 모두 다 절망의 표현입니다.

올해는 거대한 금융위기였던 “2008년 리먼사태” 이후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경제위기가 “대략 10년마다 반복”되었던 경험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2007년 이후의 세계경제는 이전과는 다른 경제순환을 보여주었습니다. 본격적 호황국면에 돌입하지 못하고 만성적 침체와 위기가 재격화되는 “만성적 공황” 상태가 그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약간 경기상승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위기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2007년 말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대략 10년”을 맞이하는 올해, 거대한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상화폐 광풍은 그 조짐으로 여겨집니다.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거대한 위기가 닥쳐올 것은 확실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는 가망이 없습니다. 부르주아 민주세력에 대한 환상도, 아니 부르주주아가 지배하는 이 세계에 대한 환상도 더 이상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노사과연>


1) 멀리 보면, 현재의 정치사회구도를 가장 근원적으로 만들었던 시기는 1945년-1950년 이른바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의 시기이다. 당시에 노동자 인민의 정치세력이 절멸되고 파시즘이 구조화된다.

2) 이원보, ≪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의 기록≫,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3.3.26. p. 413.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Jan 31st, 2018 | By | Category: 정세, 정세와노동 | 조회수: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