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의 분리가 아닌 통일로!― 비정규직 교사ㆍ강사의 정규직화 논란을 겪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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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숙 | 회원, 전교조 조합원

 

 

 

문재인 정부는 어느 날 갑자기(5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이후 7월 20일에는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처별ㆍ기관별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에서 세부추진계획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부처별ㆍ기관별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와 여론을 수렴하면서 계획을 세워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8월 8일에는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회의가 시작되었고, 한 달여의 논의 기간(4번의 회의)을 거쳐 교육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기로 예정되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애초에 참여가 배제되었고, 전교조는 자체 판단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전교조 내부 논란과 토론의 과정

 

교총은 기간제 교사ㆍ강사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며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고, 전교조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중앙집행부에 전교조는 찬성이냐 반대냐는 항의성 질문을 하면서, 전교조가 찬성 입장이면 탈퇴하겠다 하고 실제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중앙집행부 내부에서도 혼란이 생겼고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지부ㆍ지회별로 토론회를 시작하기도 했고 중앙집행부도 몇 차례 회의를 계속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9월 2일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8월 말에 토론회를 잡아둔 지회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논란과 토론을 이어가는 중에, 중앙집행부는 8월 23일에 전교조의 입장을 성급하게 결정해버렸다. 내용이 많지만 몇 개의 주요 내용만 골라서 옮겨본다.

 

– 학교 안의 모든 고용 형태는 정규직을 원칙으로 하며,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한다.

–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한다.

–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를 폐지하고 정규교원으로 배치하고 초등스포츠강사는 신규채용하지 않는다.

– 현직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초등스포츠강사의 고용과 처우에 관해서는 정부와 당사자가 협의하여 결정한다.1)

 

표현이 애매모호하여 해석도 분분하였지만, 핵심은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에 동의한다는 표현이 없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분분한 의견을 수렴하여 결국 전교조라는 조직의 반대 입장을 정해버린 것이다. 결국, 학교 안의 모든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론은 확인하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은 외면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중집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지난 9월 2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전교조는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한다를 전교조의 명확한 입장으로 정할 것을 제안하는 안건을 31명 대의원이 발의했다. 이 발의안은 노동자계급의 대원칙을 확인하고 환기시키며 이후 계속적인 토론과 실천투쟁의 매개점이 되었다. 그러나 대의원대회에서 약 1/3의 득표를 얻고 부결되고 말았다. 부결된 결과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충분하게 토론하지 못한 것이 더 아쉬웠다.

 

 

뼈아픈 논리 전교조도 반대한다

 

그리고 지난 9월 11일 교육부는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대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제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대부분의 강사들은 모두 무기계약직에서도 제외되었다. 특히 교육부는 논의 과정의 막바지에, 전교조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크게 이용하였다고 한다.

이에 관하여 ≪한겨레신문≫은 다음과 같이 논평하면서 정규직 양보론을 유도하고 있다.

 

교육부의 정규직 전환심의위가 11일 내놓은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 등 현실적 제약이 컸음을 고려해도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정부가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하기보다 이해당사자의 갈등에 기댄 모습은 매우 유감스럽다.

… 무엇보다 이번 심의위는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희망고문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학교 현장 비정규직 문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이2) 청년 일자리 창출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늘리고 땜빵식 교사 임용정책을 펴온 탓이 크다. 그래 놓고 당사자들의 반발을 내세우는 정부 태도는 무책임하다. 정규직ㆍ비정규직이 계급처럼 된 사회에서 중재와 조정 없이 이해당사자들끼리 갈등을 조정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심의위 구성에서 보듯 노조조직률이 낮은 비정규직은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정규직 특권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 격차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는 빈 공약에 그치고 말 것이다.3)

 

≪한겨레≫는 마치 자신들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간절히 바랬는데 좌절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기간제 교사ㆍ강사의 편을 든다. 이해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 때문에 정부도 어쩔 수 없었다고 두둔해 준다. 그러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첨예한 갈등을 더욱 부각한다. 그리고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적극 중재와 조정을 해야 하고 정규직의 특권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와 ≪한겨레신문≫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비정규직을 활용하여 정규직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말려들었고,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교육노동자의 분열은 악화되었다. 정규직노동자는 귀족노동자가 되어 국민들로부터 고립되었다. 전교조는 엄청난 손실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논란의 뿌리, 야비한 국가와 교사노동의 특수성

 

논란의 뿌리에는 야비한 국가와 교사노동의 특수성 있다. 현재 한국의 교사가 교사로서의 자질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과정 즉, 교원자격증 취득을 포함한 전체 임용 과정과 관련하여 갈등이 시작된다. 초등과 중등의 경우가 다르고 공립과 사립의 경우가 다른 등 구체적인 상황은 매우 복잡하지만 거칠게나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가는 교원자격증을 취득하고서도 임용고사를 통과해야만 교사가 될 수 있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만들었다(1991년부터). 그러고는 다른 한편으로는, 교원자격증은 있지만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은 사람을 기간제 교사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1997년부터). 심지어 교원자격증도 없는4) 사람을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으로 교단에 서게 했다(2008년부터). 한편에서는 교원자격증과 임용고사라는 과정을 만들어 정규직 교사가 되기 위한 끔찍한 경쟁을 치르게 하고는,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공식 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정규직 교사와 강사를 만들어 고용 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게 했다.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문은 좁히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문을 넓혀서, 오른손으로는 실업자를 늘리고, 왼손으로는 반실업자를 늘리는 야비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영어몰입교육을 추진하면서 초등의 영어수업 시수 확대와 함께,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강압적으로 시행하였다. 그래서 도입 시기부터 현재까지 초등교사들 사이에서 특히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고통도 그만큼 클 것이다.

 

그런데 한편, 이러한 임용 씨스템은 공립 초중등학교에만 해당한다. 사립 초중등학교(주로 중등학교, 전체 중등학교의 거의 절반)는 애초에 교사 임용권을 재단이 가진다. 중등사학 운영비의 약 99%가 국민의 혈세이거나 등록금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그래서 중등사립학교는 대부분 임용고사가 아닌 다른 별도의 자체적인 임용 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정규직 교사 대신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립학교의 기간제 교사 문제는 공립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현재, 한국 초중등학교의 정규직 교원의 수는 약 43만이고 기간제 교사가 약 3만3천, 강사는 약 7천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국가는 점점 정규직의 비율을 줄이고 비정규직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모두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피해자

― 교사노동의 보편성

 

하늘의 별따기라는 정규직 교사되기와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박한 비정규직 교사되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가? 국가는 왜 정규직 교사를 임용해야 할 자리에 비정규직 교사ㆍ강사를 밀어 넣고 있는가? 누가 이득을 보고 있는가? 정규직 교사인가? 비정규직 교사인가? 아니다. 그들은 모두 힘들다. 두 개의 임용 과정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그들은 나란히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생님으로 불린다. 담임을 맡고(기간제 교사의 경우만 해당), 수업 시수를 나누어 수업하고 있다. 서로 사이가 좋든 나쁘든, 학교의 구성원이 되어 있고 동료가 되어 있다. 비정규직 교사도 정규직 교사와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며 교육노동을 하고 있다. 임용고사를 통과하고 교원자격증을 가진 정규직 교사가 더 잘 가르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비정규직 교사ㆍ강사가 더 잘 가르칠 수도 있다.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은 모두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학교 현장에 들어왔다. 한국의 모든 비정규직이 그렇듯이, 교육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또한 노동이라는 보편성 속에 있다. 성과급, 교원평가, 총정원제, 소규모학교통폐합 등도 모두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이며 동시에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다.

그리고, 현재 비정규직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투쟁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폐지로 가는 길이다. 그들을 외면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지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들을 당장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국가는 정규직 교사 임용을 줄이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사용해서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값싸게 노동자를 양성하여 자본의 부를 더욱 증대시키려 하고 있다. 국가를 향해 지금 당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고 외쳐야 한다. 지금 당장 정당한 임금을 그들에게 지불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모든 비정규직 제도의 철폐, 모든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교사ㆍ강사들도 이 모두를 자신의 과제로 받아안아야 정규직과의 연대가 가능하다. 교대ㆍ사대생과 임용고시생 등의 예비교사들도 한목소리를 내야 임용 티오를 늘릴 수 있다. 지금의 이 논란이 폭넓은 연대를 시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의 통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교육노동자로!

 

교원의 전문성에 관한 논란은 임용고사의 유효성과 폐지론 등 나아가 교원자격증의 유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임용고사의 폐해는 모두가 공감했다. 지금 당장 임용고사의 폐지를 주장해야 하는가?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전문가가 각 과목을 가르치면 되지 않는가? 그것은 다시 무분별한 교직 개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아니면 기회의 평등 확대로 나아가는 것인가? 교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과연 무엇으로 교사의 자질을 판단할 것인가?로 질문은 이어졌지만 당장 정답은 찾기 힘들다. 결국 교사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과 고민에 갇혀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교원의 진정한 전문성에 관한 고민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런데 만약에, 모든 사람들의 생존이 보장되고 실업자가 없는 사회라면, 착취당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면, 이런 논란들은 필요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복잡한 교원 임용 절차도 필요 없고, 교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소모적인 경쟁으로 많은 것들이 낭비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진정 원하는 사람이 교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전망도 가져야 한다. 노동운동 없이는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한다. 노동자들 모두가 연대하고 단결해야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교육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노동운동과 결합하지 않으면 답이 없는 것이다. 노동운동 역시 교육운동의 근본적인 고민을 안고 가야 한다. 교사들은 오늘 당장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뀌는가? 교육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는가? 둘 다이다. 두 가지를 결합시켜 명확한 전망을 가지고 전진하는 교육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노/사/과/연>

 

 


1)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결정 사항, “전교조 하반기 총력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 첨부자료”, 2017. 9. 4. <http://www.eduhope.net/bbs/board.php?bo_table=maybbs_eduhope_4&wr_id=210604&menu_id=2010>

 

2) 기간제 교사 제도는 1997년에 시작되었다.

3) “[사설] 교육부, 이러려면 ‘정규직 전환 심의’ 왜 했나”, ≪한겨레≫, 2017. 9. 11.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10537.html#csidx873c2ecbfeaf407bfb0d9066df713df>

4) 초등영어회화전문강사의 경우, 1800여 명의 절반인 900여 명이 교원자격증이 없으며, 나머지 900여 명의 대부분이 중등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있다(“전교조 내부 토론자료” 참조. 중등영어회화전문강사의 경우는 정확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이 부분은 초등교사의 전문성과 관련하여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다.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Sep 22nd, 2017 | By | Category: 현장 | 조회수: 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