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9월 7일 소성리에 싸드가 다시 왔다

 

장진영 | 회원

 

 

 

사드저지소성리종합상황실은 8월 30일 비상대기 선포식을 가진다. 며칠 안에 싸드 잔여 발사대를 반입할 것이라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실의 비상대기령을 전해 듣고 짐을 싸서 9월 3일 소성리에 도착했다. 소성리 마을회관에 짐을 풀고 주위를 둘러보니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감돌던 소성리의 전운이 6일 오후에 현실이 된다.

 

6일 오전부터 7일 새벽에 추가 발사대가 반입된다는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오후 2시 조금 지나 오늘 국방부 사드 배치 발표 예정! 군, 경찰, 언론 통해 내일 새벽 사드 반입 예정이 확인됨! 지금 즉시 소성리로 출발! 경찰 도로 봉쇄 등 예상되므로 오늘 저녁 6시까지 모여 평화를 지켜주세요!라는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비상연락과 국방부 발표를 속보로 보고 성주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속속 소성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싸드가 지나가야 하는 마을회관 앞 도로에는 이십여 대의 차량이 놓여있었다. 대오의 앞뒤로 용달차로 벽을 만들어 경찰의 진입통로를 좁히고 안에는 많은 차량을 지그재그로 세웠다. 경찰의 차벽처럼 세운 용달차에 활동가들이 자신의 목을 자물쇠로 묶었다. 또한 대오의 중간에 세워진 차량 세 대에는 차량 안의 활동가와 차량과 차량 사이에 있는 활동가가 긴 PVC를 통해 서로의 팔을 연결했다. 이러한 배치는 경찰이 진입을 막는 차량을 렉카로 들어낼 경우 온몸으로 막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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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량 사이에서 PVC 파이프를 통해, 양팔을 연결하고 있는 활동가

(사진: 장진영 회원)

 

 

8,000여 명의 경찰이 약 4~500명의 사람들을 앞뒤로 둘러싼다. 도로를 차량을 통해 막고 인도로 적은 인원만이 통과할 만큼의 공간밖에 없었다. 바리케이트인 차량 옆의 그 공간을 경찰이 밀고 들어왔다. 일부의 사람은 진입하는 길목을 나머지 사람들은 차량들 안쪽 공간에 앉았다. 앉은 사람은 서로의 팔을 의지하면 팔짱을 끼고 눕는다. 두렵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경찰을 향해 밀고 버티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연좌를 하는 우리 자신을 위해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친다. 싸드가고 평화오라, 박힌 싸드 뽑아내고, 오는 싸드 막아내자. 경찰이 조금씩 밀고 들어온다. 차를 통해 통로를 좁히고 우리가 좁은 길목을 막고 버티자, 경찰은 인도 안쪽의 개신교 천막을 밀어버린다. 천막의 철골을 나무젓가락 부러뜨리듯이 구부려 점점 공간을 확보한다. 개신교 천막 뒤편의 천주교 천막까지 쳐들어간다. 그 안에 있던 십자가, 성경, 묵주들이 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혔다.

 

길목을 막던 사람들이 끌려가고 연좌한 사람들은 한명씩 들려나가기 시작한다. 바닥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주고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공포와 싸우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사람 다친다~ 사람 다친다고~ 그렇게 한 사람이 외치며 경찰 대여섯 명에 의해 들려 어둡고 컴컴한 곳에 떨어진다. 분명 분해서 눈물이 핑 돌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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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연좌한 사람들을 끌어내고 있다 (사진: 장진영 회원)

 

 

그러나 끌려나가고, 들려나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들려나가는 것을 분명 사진으로 찍었는데, 그 사람이 대오 안에 다시 앉아 있었다. 사실은 이랬다. 경찰이 사람들을 연행하지 않고 사람들을 들고나가 백 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내려놓고 가니까, 사람들이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무대 차량 앞쪽으로 빈틈을 비집고 다시 들어갔다. 이처럼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소리치고 발버둥치며 경찰의 해산을 온몸으로 막았다. 사람들은 이렇게 저항하며 18시간을 도로를 점거하고 싸웠다.

 

7일 오전 8시 12분. 싸드 발사대가 우리 눈앞을 지나간다. 그 뒤를 이어 군용 트럭과 덤프 트럭 등의 발사대를 설치하기 위한 기반공사 차량이 지나간다. 도로를 막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사람들이 경찰을 밀지만 역부족이다. 지나가는 차량에 참외도 던지고, 물병도 던지지만 몇 분 동안 지나가는 차량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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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드 발사대가 소성리 마을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장진영 회원)

 

 

오전 10시 마을회관 앞에서 싸드 발사대의 추가 반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이후 성주주민과 연대자들이 소성리를 하나둘 빠져나갔다.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눌린 예수살기 천막의 쇠기둥이, 땅바닥에 널브러진 부러진 십자가와 성경 등의 천주교 종교 기물이, 주인과 헤어져 공터 한편에 모인 여남은 켤레의 신발이, 지난 18시간 동안의 저항과 진압의 흔적으로 남았다. 이것들을 정리하자 마을회관 앞 공터와 도로가 더욱 휑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태양이 머리를 넘어가자 소성리 할머니들이 도로에 의자를 놓고 앉기 시작한다. 다시 소성리 자경활동을 위한 탁자를 도로에 설치한다. 그리고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님이 16일 소성리 5차 평화행동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며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며칠 동안 우리 주민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치면 울었습니다. 한밤중에 자다가 싸드가 들어오는 꿈을 꾸고 맨발로 마을회관 앞까지 뛰어나오고, 싸드 막아야 한다고 자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자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좌절하고 눌러앉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저희 손을 잡아주신다면 이제 긴 싸움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싸드 철거되는 그날까지, 1년이든 2년이든 긴 싸움 준비해서 싸드 뽑혀나갈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손을 잡자. 미국의 MD 체계인 싸드를 한반도에서 철거하는 날까지 그들과 함께 싸우자.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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