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우리 이니만 믿어~”―문재인의 거침없는 ‘개혁’ 행보들

 

하승우 | 자료회원

 

 

 

전례를 찾기 힘든 무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지도 100일이 넘었다. ―밀양의 싸움에서 부상 입거나 죽은 주민들, 세월호 학살,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물대포에 살인당한 백남기 열사, 광화문에서 소신공양을 한 정원스님 … 이들의 피는 알 바 아니다― 달리 말하면 이제 겨우 100일인데, 벌써부터 적폐청산을 빨리하지 않는다고 성질부리는 자들이 있다. 사람이 좀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리고 이런 성급한 자들의 소리와는 상관없이,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겨우 100일 동안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다음 날 첫 일정으로 현충원 참배를 한 후 자유한국당을 방문했다. 역대 최다 표차로 당선된 만큼 조금 우쭐할 수도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그건 선거이기 때문 … 다시 나라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 자유한국당은 국정의 동반자. 그렇다.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결국 같은 나라의 국민이 아닌가? 이전에 이승만ㆍ박정희 묘역을 참배한 것도 그렇고 나라의 통합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던 것도 분명 이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부르주아 정당이란 게 선거 때는 치열하게 쑈를 벌이지만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것은 알 필요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당선 3일 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어떤 대통령이 이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야말로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제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안심하며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시고용으로 상대적인 고용 안정만 있다고 해서 그게 정규직인가는 따지지 말라(따지게 하지 말라)―

일부에서는 이게 진짜 정규직화가 아니라 자회사 고용 등 무늬만 정규직화라느니, 상대적인 고용 안정만 있을 뿐 임금, 처우는 그대로라느니 하면서 비판을 하던데. 문재인 대통령의 말마따나 노동자들도 한번에 다 받아내려 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들은 영원히 받아낼 수 없다― 지금 당장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먼저 생각하자. ―결국 저임금 비정규직의 영구적 고착화임은 말하지 말라. 자회사 고용은 노동자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한 분할 통제 전략이기도 하다는 것은 말하지 말라―

누구는 또 이러한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많이 했던 것이라고, 그러니 문재인=박근혜라고 비판을 한다. 그게 정말이라면 박근혜 정부 시절에 싸웠어야지, 왜 가만히 있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러는지. 문 대통령이 제일 만만한가? ―이명박근혜 시절에 있었던 수많은 투쟁들은 알 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렇게 (진보가 정부를 흔들어서) 망했다! ―노무현 정권 때 세상을 떠난 수많은 열사들은 알 바 아니다―

물론 삶의 문제이니만큼 걱정하는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자. ―누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는 노동자들이 알 바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정규직 고용부담금 제도도 곧 도입된다. 비정규직이 일정 비율을 넘기는 대기업에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보고서를 준용한다면, 비정규직 고용률이 11%를 넘는 300인 이상 사업체에 최소 7000만 원‒최대 1억 780만 원의 부담금을 부과한다. 또한 거두어진 부담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활용된다. 일석이조다. ―대기업이 100% 비정규직만 사용해도 1억 780만 원만 내면 되는 제도가 비정규직 사용 제한을 위한 것인지 비정규직 사용 보장을 위한 것인지는 따지지 말라―

물론 관점에 따라 부담금 액수가 적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거두는 게 어딘가.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무조건 대기업에만 책임을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이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특히 정규직이 양보를 해야 한다. 사실 비정규직이 많아진 건 정규직 노동자와 귀족 노조가 자기 이익만 챙긴 책임도 크지 않은가?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의 전문가들도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장, 곧 주류(부르주아) 경제학에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마침 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데, 그러면 임금이 줄어들 수 있으니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해서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합리적 방안이란 결국 노동자가 임금삭감을 받아들이라는 것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대놓고 말하지는 말라― 정규직 노동자와 노조는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펼친 논리와 같다는 것은 알 바 아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2020년까지 반드시 실현할 것임을 확언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일단 약속한 공약은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모습이 참 멋지다. ―2020년까지 느긋하게 인상하는 게 당장 심각한 저임금의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따지지 말라. 경제학적으로 말도 안 되더라도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을 계속하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행보는 경제 부문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많은 비난을 받아 왔던 국가정보원의 개혁에도 착수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장에 취임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의 뜻을 유념해 대테러업무 수행 시 적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다음 발언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테러ㆍ사이버테러 방지법은 필요하다,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에 대해 한 말(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정보 수집에 따른 기본권 침해 소지를 우려한 것이다. … 테러방지법에는 … 테러 위험인물로 한정하고 있다, 없애겠다는 것은 선거 개입 행위나 민간인 사찰, 기관 사찰, 정치와 관련된 정보의 수집 등 … 국내 업무 가운데 정치 관여 등 부작용을 조정하겠다는 취지 … 대북, 데테러 등 국가안보에 필요한 정보는 오히려 강화하겠다.

테러 위험인물을 국정원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변 인물도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그가 말하는적법 절차란 결국 테러방지법ㆍ사이버테러방지법을 말하는 것임 또한 신경 쓸 필요 없다. (신경 쓰지 못하게 하라)―

거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병기 의원도 국정원 개혁을 위해 원오브뎀(여러 조언자 중 하나)으로 나섰다. 테러방지법에서 독소조항을 빼고, 오남용 시엔 강력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넣겠다고 밝혔다. 무기란 어떤 사람이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이명박근혜 때는 국민을 위협하는 국정원이었지만 개혁을 통해 앞으로는 국민을 지키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병기 의원이 말하는 국정원 개혁이란 본인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국정원의 역량 강화, 국정원 구성원들의 애국심ㆍ위계질서ㆍ동료애 강화라는 것. 그리고 법 오남용 방지니 어쩌니 하는 것도 결국은 테러ㆍ사이버테러 방지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런데 일부 극좌익 세력들은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분명 촛불집회에서 한상균 석방이니 이석기 석방이니 외치던 자들일 것이다. 이제 숟가락 얹기 그만하고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좀 하자. ―국정원의 역사와 그동안의 소리 없는 헌신에 대해서는 알 바 아니다. (알지 못하게 하라) 박근혜 파쇼 정권에 누구보다 먼저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간 사람들을 버리고 무슨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느냐는 지적은 알 바 아니다. (알지 못하게 하라)―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 트럼프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가겠다. 위대한 한미동맹의 토대에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에서 한 발언들이다. 안보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시켜 준다. ―5월 광주 학살의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 바 아니다―

또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불법적으로 싸드를 반입한 적폐 세력들에 대해서도 크게 질타했다. 또 싸드를 배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한국의 주권적 사안임을 강조하며, 그저 빨리 배치하고자 하는 미국을 상대로 뜻을 굽히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착수를 지시했다. 미국과 적폐 세력이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무기를 반입하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싸드 배치가 절차적 정당성만의 문제가 아님은 알 바 아니다. 필요할 경우 적폐, 적폐 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되 그 범위를 과도하게 잡지 말라. 지배계급의 모든 분파가 그 표현의 범위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국가보안법 문제를 크게 공론화하지 못하게 하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언급하지 말라―

 

이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행보들 중 일부를 살펴보았다. 겨우 100일 동안만 해도 이런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된다. 물론 사람이 모든 걸 잘할 수는 없고, 실수도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잘한 건 잘했다고, 못한 건 못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1000만의 국민들이 촛불혁명까지 일으켜 가며 당선시킨 대통령이다. 국정농단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듯이 국민들이 힘을 합치면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 대통령이 재벌 등 적폐세력의 방해를 물리치고 개혁을 해 나갈 수 있기 위해서도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비정상의 정상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힘을 내자.

국정농단 사태(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도 박근혜 타도를 위해 계속 싸워왔던 많은 사람들이 바랐던 게 단지 대통령 하나 바꾸는 것이 아니었음은 말하지 말라.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자유당과 재벌 등 소위 적폐세력, 이 두 세력이 적대적 관계가 아님을, 결국 다 한통속임은 말하지 말라. 일자리 문제 곧 실업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필연적인 것임을,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숨겨라. 공황에서 정부는 더욱더 철저히 자본, 특히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여 노동자를 공격할 것임을 깨닫게 하지 말라. 지금 문재인 정권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있다. 정권이 이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의 삶을 더 악화시킬 경우, 이들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에 대한 걱정은 우리의 사기만 떨어뜨리므로 하지 말라. 어떻게 하든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고, 결국 머잖아 이를 깨달은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라. 다만 그 시기를 어떻게든 늦추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라―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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