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알 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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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 회원, 건설 노동자

 

 

 

대통령 탄핵이 끓어오르는 민심과 함께 선거로 이어지자, 그 어떤 선거가 그랬듯 가진 게 많은 분들과 자본의 시중을 드는 정치인들이, 자신들 나름의 정당성과 불쌍함을 내세워 시민(이라고 쓰고 개돼지라고 읽겠지)들의 인정을 구걸하는 시기가 왔다. 표를 얻기 위해 기업인들의 출중한 능력과 자산을 자랑함과 동시에 노동자들과의 싸움에서 한 푼도 안 내놓기 위해… 저마다 내놓는 그럴싸한 소리들도 여전하고 요즘 화두인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난리들이다.

바로 지난 2012년 대선 부정선거를 이구동성으로 부정선거라고 언급도 안 하는 분들이 적폐 청산이라… 더 들어가서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국회의원의 이익이 되는 거는 대놓고 한뜻으로 통과시키고 그 사이에 온갖 악ㆍ폐습이 부활하고 민중의 피눈물이 늘어났는데 적폐를 청산하겠단다.

후보 시절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제가?라는 명언을 남기고 당선되신 뒤 탄핵을 당하고 잠시 감옥에 가신 유신여왕과 말만 번지르르한 거대 여당ㆍ야당 유력대권 후보라는 작자들이 보이는 행태에서 나는 다른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잠시라고 하는 이유는 전두환 노태우도 사형 선고받고 정치인들이 사면했는데, 박근혜도 그럴 것 같아서.)

나 또한 20살이 막 되던 해 투표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민중이 자각해서 스스로 세운 정치인과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는 자본주의 체제에 철저히 봉사하는 정치인들만 판을 치는 정치판에 거는 기대라는 게 너무나도 바보 같은 것이었지만 그땐 그랬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친하거나 아는 사람들이 정치나 선거 얘기를 하게 돼서 누가 대안이고 어떤 당을 찍을 거냐고 물어본다.

내 알 바 아니다.

이건 단순히 정치에 대한 냉소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쏘련이 망하고 대다수의 운동권이 방향을 잃고 방황하거나 단순 기득권에 목매기 시작하면서 노동자 인민대중을 위한 세력을 만들지 못했기에 기껏 투표권 쟁취해 놓고 밀어줄 사람이 없어져 버린 이 서글픈 현실.

이런 상황에서 유명 주류 정치인 기업가들과 속칭 지성이라고 떠들어대는 작자들과 돌팔이 선생들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내 알 바 아닌 것이다. 떠오르는 지성들의 경제, 사회이론과 예측이래서 공부했더니 장기적인 것은커녕 단기적인 것도 뭐 맞는 게 있어야지… 그래서 내 알 바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은 있는데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의미로 세상 문제에 내 알 바 아니라고 하는 태도는 사회과학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과 학습의 부재로 인해 (아니면 아예 무관심) 전망이고 뭐고 그들의 시커먼 속을 혼자서는 도저히 분간할 수가 없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 안보라는 것에 대한 태도 역시 가령 이 나라 안보 문제에서 이북에서 미사일을 쏘고 한국이 군사훈련을 하면서 방비 태세가 어쩌고 언론에서 떠드는 것도 예전 같으면 그냥 국방부랑 빨갱이들 또 쌩쇼하네 이러던 것이 어느 순간 생각도 좀 해 보고 가려듣고 찾아보는 경계심이 생겼다.

작게는 탈북자나 온갖 공안 사건이 났을 때, 과연 진짜로 저들이 원해서 그런 것일까? 하는 것부터 국가에서 시키는 군대식 정보통제가 얼마나 심한가 등.

갑자기 심각해진 정세 얘기를 빗대어 하자면, 2017년 4월 들어 저들 제국주의 지배계급이 미군 항공모함과 부대를 이끌고 한반도 근처로 온다니까 언론에서 열심히 짖어대는데, 이북에서 그것을 빌미로 자기네 행사 시기 때 미사일 쏘고 핵 실험하고 퍼레이드하면서 도발을 하는 건지 아니면 통상 다른 국가들처럼 평소 하던 훈련이나 연습 실험을 그때 하려고 하던 건데 도발한다고 하는 건지는 지배계급 본인들만이 알 것이다. 선거철에 이북 관련 소식이 나오면 평소 같으면 그 유치찬란함에 아 또 선거철이니까 표 달라고? 내 알 바 아니야!라고 해 버리게 되지만 이번 5월 9일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이북 관련 정세는 투표와는 다른 문제 같다.

그 어떤 누구도 분야 상관없이 신성한 국가에서 빨간색으로 칠해 놓은 국가보안법 혐오대상 접근금지라는 딱지를 붙여 놓는 순간 무시무시한 압박이, 우리 모두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는 상관없이,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반대로 내 알 바야라고 외쳐야 하지만… 저런 영역에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외치며 반항하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매장시키려 들 것이다. (작은 분쟁이라도 일어날 수도 있는 정세라서 단순 표면적인 것만 보고 글을 쓰는데도 뭔가 겁이 나는 부분이다.)

최근 제국주의 국가들이 평화와 정의의 이름으로 벌이는 추악한 전쟁들을 보면 이라크, 리비아, 씨리아 등등 온갖 나라들에서 대량학살무기가 있네? 썼네? 하며 분쟁 지역의 민중에게 선사하는 고통을 십수 년째 보던 중 미국의 트럼프 각하께서 씨리아 어린이들의 참혹한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서 씨리아 공습을 결정했다 하신다. (그냥 무기 쓰고 싶어서 이유도 아니고 말 막 갖다 붙이고 냅다 폭탄 떨어뜨리는 학살 같다만…) 후속타로 한(조선)반도에 무슨 볼일이 있는지 인접 국가에다 병력 대기시키고 군수물자 증원하고 항공모함 둥둥 띄우시고. 트럼프 각하의 참뜻을 그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미국 지배계급의 속내도 난 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한(조선)반도 포함 전 세계 곳곳 개입해서 삶의 터전에 퍼뜨려놓은 군사들을 보면서 타국의 민중들 또한 그럴 것이다.

니들이 무슨 이유에서건 내 알 바 아니니까 제발 좀 꺼져줬으면.

4월 전쟁설 어쩌고 하며 혼란과 판이 커진 걸 보니 저들이 자본주의 공황으로 인해 미쳐버린 나머지 힘의 논리로 합법적인 불장난을 하고 싶어 제정신이 아닌 것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수많은 조상들이 그랬듯 나도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저들이 그럴싸하게 표면적으로 지껄이는 세계 평화가 어쩌고 핵무기 포기하면 자유를 보장하겠네 하는 거짓말은 내 알 바 아니다. 그들이 무슨 탐욕의 이유로 왜 잔인한 행동을 하려는지 그 목적이 내 알 바다.

이러한 정세나 맥락은 생각 안 하고 반공주의에 갇힌 틀에서만 본다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 확실한(?) 북한 놈들과 반국가 단체로 의심되는 조직을 화끈하게 선제 타격해서 죽여야 된다고는 못 할망정 쫄아서 감싸고도는 거 아니냐고 게거품을 무는 분들께 (막상 그런 분들은 내 글을 역겹다며 집어던지실 분들이 태반이라고 본다만… 음.) 미국의 전쟁이 과거부터 얼마나 정의로웠는지 간략히 요약한 스메들리 버틀러(Smedley Butler, 1881-1940) 미국 해병대 소장의 말로 대신한다.

 

나는 33년 4개월 동안 쭉 군대에서 일해 왔다. 그리고 그 기간의 대부분을 대기업이나 월가나 은행가들의 고급 호위병으로 일했다. 한마디로 말해 자본주의를 위한 협박꾼, 깡패였던 셈이다.

 

또한 1914년에는 미국의 석유자본을 위해 멕시코, 그중에서도 탐피코를 안전한 땅으로 만드는 일을 도왔다. 또 아이티와 쿠바에서 시티뱅크가 확실하게 돈을 거둬들일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했다. 이는 곧 월가의 이익을 위해 중앙아메리카의 여섯 공화국을 유린하도록 도왔다는 얘기다.

 

1902년부터 1912년 사이에는 브라운 브라더스의 국제은행을 위해 니카라과를 공격했고, 1916년에는 설탕을 탐내던 미국 기업을 위해 온두라스를 제대로 된 나라가 되도록 도왔다.

1927년에는 중국에서도 스탠더드 오일이 방해받지 않고 사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 군대는 아름답게 포장된,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를 듣고 전쟁터로 떠났다. 그리고 죽어갔다. 그들이 전쟁터에 가서 죽고 또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이라는 것을, 아무도 병사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스메들리 버틀러 장군의 말, 1934년.)1)

 

최근에 벌어진 전쟁 또한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을, 걸프전에서 남동생이 전사(동생인 이스마엘 코토는 27세였던 1991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사했다고 나와 있다)한 마리아 코토라는 여성의 말을 들어 보자.

 

나는 이 전쟁을 빌미로 수십억 달러의 주식을 샀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봤습니다. 그들은 월가에서 탄성을 질렀습니다. 마치 게임이라도 하는 양 탄성을 지르다니 어떻게들 된 모양입니다.

그들은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그들 자신이 아닌, 그들의 가족도 아닌, 내 동생 같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것을2)

 

이들이 벌인 전쟁들이 하나같이 침략국과 당하는 국가 모두 가진 거 없는 민중들만 푼돈에 희생당하고 제국주의의 정복욕과 자본주의의 투기를 위해 행해졌는데 공황이 엄습해 오는 오늘날에는? 군대가 의무인 이 나라에서 본인들의 삶이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면 장사꾼들의 웃음과 가진 거 없는 민중의 비명뿐이라는 것을 겪어봐야 안다는 말인가?

이번엔 일상에서 한국이 오늘날까지 근로대중에게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지 다음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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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여러분이 찾아 주세요!

뽀로로가 엄지 척! 따봉! 자세를 취하면서 자랑스레 떠드는 저 말이 달리 생각해 보면 교과서에 국가가 우리에게 기본 의식주는 보장해 주려는 게 기본이고 고난이 닥쳤을 때 민중을 위해 있다고…… 뭐? 찾아 주세요? 니들이 찾아 개자식들아! 세금 걷어서 뭐했어? 군대 징병해 놓고 한 달에 돈 10만원으로 수많은 청춘들 착취하고 복지예산 삭감하고 담뱃값은 민중 건강이 어쩌고 열심히 올리고 술값도 올린다고 간 보더니 뭐가 어째요?

당신네들 지금 우리 보고 너네 고충은 내 알 바 아니다라고 하는 거 같은데… 현실이 이러면서 복지국가 같은 사기나 맨날 치고 자빠져 있다. 정부가 1.0이건 3.0이고 간에 우리는 세금 내는 기계여야 할 뿐이지. 잠시 성질나서 욕을 좀 했다.

국가만 저러면 다행인데 광장 한복판에서는 민중의 편이라고 떠드는 분들이 점점 자신도 모르게 은연중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서서히 드러내는 광경이 보이는 것 같다.

4월 15일 토요일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남성 사회자가 광화문 광고탑에 올라가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한마디를 그냥 툭 던졌다.

빨리 내려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광고탑 위에 올라가신 분들 잠시 언급하시길래 뭐 대단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당신들이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말투에서 노동자가 어찌되던 상관없다 우리들은 민중을 잘 꼬드겨 부르주아 정치 조직들에 잘 보여서 정권이 바뀌면 떡고물을 챙기기만 하면 된다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민중이 살기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 하기에 그들은 물론 광장에 나온 분들도 곧 노동자인데, 노동자와 민중은 별개의 존재라는 시각과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손잡고 나가자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하고 불편해 하는 태도…

그 한마디 갖고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누군가 그런다면?

민중들이 저항할 때마다 민중을 짓밟던 경찰에게 경찰 여러분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며 박근혜라는 뼈다귀를 물고 신나서 공권력에 감사의 한마디 인사를 전한 게 한 달 전인데, 이들이 집회에서 외치는 구호나 행동을 보면 보수야당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이 시국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봤자 저들이 듣지도 않을 것 같고. 저들이 뭐라고 떠드는지 무슨 공약과 사회적 약속을 하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앞으로 노동자 민중들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터져 나오는 시기에, 혹시라도 자본가들과 그들을 따르는 지식인들이 근엄 엄격한 척 다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아픈 소리 우는소리 귀여운 척 하면서 징징대고 회유하려 든다면, 불쌍하게 여기지 말고 이렇게 답해 주자.

그동안 우리 고통 내 알 바 아니다라고 하며 잘 해 처드셨잖아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니들 고통은 내 알 바 아니니까 합리적, 논리적인 척 하지 말고 착취한 거 다 내놓으시지.  [노/사/과/연]

 

 

 


1) 조엘 안드레아스(Joel Andreas) 지음, 평화네트워크 번역, ≪전쟁중독―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pp. 18, 19, 20.

2) 같은 책, p. 57.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Apr 28th, 2017 | By | Category: 2017년 05월호 제133호, 회원마당 | 조회수: 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