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두려움을 떨치며, 다시 시작이다―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으며

 

심미숙 | 회원

 

 

 

너무 많은 의혹과 거짓,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믿기 어려운 사실들 앞에서,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두려움과 무력감부터 앞선다. 모든 것이 뿌옇게 흐려지는 듯하다. 국가에 대한 두려움. 이 두려움을 어떻게 해야 할까? 수백 가지가 넘는다는 저 의혹들을 어찌할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혹은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의혹이 수백 가지가 넘게 되면 한 가지 결과가 나타나는데, 그것은 바로 사실상 의혹이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의혹이 한두 가지인 경우, 사람들은 이를 의혹이라고 인지할 수 있고 또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그거 어떻게 됐지? 하고 상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수백 가지가 되면 우선 무엇이 의혹이고 무엇이 의혹이 아닌지 구별하기가 대단히 힘들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의혹을 인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인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기억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 돼 버립니다. 의혹이 수백 가지가 되면 모든 것들이 뿌옇게 흐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잊힙니다.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활동이 있었고, 선장ㆍ선원ㆍ123정장ㆍ청해진해운ㆍ진도VTS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있었고, 감사원의 감사가 있었고,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진상 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떠한 사안이 의혹인지 아닌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뭔가 석연치 않은 문제 중에서 명명백백하게 의혹 사항인 것들을 확정해 나가려고 합니다. 국정조사 때 국회에 제출된 방대한 자료들,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고 생산된 방대한 자료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문서 자료, 영상 자료, 사진 자료, 음성 녹취록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을 분석해, 사람이 살다 보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인지, 단순히 석연치 않은 수준의 일인지, 아니면 명백한 의혹 사항인지를 확정해 나가고자 합니다… (중략)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도 배제하고 풍부한 자료와 건강한 상식에 기반해 정보를 분석해 나가려고 합니다.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의혹을 확정해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명백한 의혹들을 정리해 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정한 큰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1)

 

지난 4월 15일 토요일, 광화문 광장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집회와 여러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3주기 대학생 사전대회와 교사 도보행진 등이 있었고, 저녁에는 세월호 3주기 22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와 서울 수도권 전야 기억문화제가 열렸다.

이제, 참사의 주범인 국가기관의 최고 책임자 박근혜가 구속되었고, 세월호도 인양되었다. 사람들은 많이 모였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예전에는 흐느낌 같아 듣기 힘들었던 유가족 합창단의 노래도 어느 정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두가 슬픔과 분노를 가슴속에 묻고 담담하고 차분하고 조용했다. 그러나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말은 모두가 되뇌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텅 빈, 어두운 광화문 광장. 이리저리 둘러보며 서성거렸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깃발이 보였다. 한쪽에서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무리 지어 별도의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었다. 대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앞으로의 각오를 말하고 있었다. 구조하지 않고 구조를 막은 것은 분명 학살이며, 그 진상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것, 정치인도 법조인도 아닌 우리 자신들의 힘으로만 진상 규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4주기는 이런 허전함과 분노로 맞을 수 없다! 대학생들이 앞장서서 진상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라고 힘차게 결의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학살이라는 세월호 투쟁의 본질을 공유하면서 투쟁을 다짐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학살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가가 구조하지 않고 구조를 막았기 때문이다. 수사로서의, 은유로서의 학살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로서의 학살, 이것이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근원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의 구체적인 의혹들을 계속 직시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주권방송-615TV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여러 의혹 사항들을 꼼꼼하게 분석 정리하고 있는데,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영상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에서는 현장출동세력, 해경상황실 및 지휘부, 언론, 국정원 등을 주제로 공개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당시 헬기들을 현장 지휘했던 해경초계기(B703호)와 헬기 간 미공개 교신 기록이 공개되었고, 해경초계기가 임무에 집착 말라는 지시를 헬기에 내린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교신 기록들이 하나씩 조금씩 공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신록을 보면 세월호가 9시 58분 좌현 5층까지 물에 잠기며 급속히 기울어지던 시각에, 703호는 잠시 후 본청1번님께서 출발하셔 가지고 현장에 오실 예정이니까, 너무 임무에 집착하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라고 명령한다. 여기서 1번님이란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을 가리킨다.

2분 뒤인 10시 정각에도 같은 지시가 반복된다. 지금 저 공군에서도 헬기가 들어와 있으니까, 너무 무리해서 임무하려고 하지 말고 (혼선) 어느 정도 인원을 실었으면 빨리 서거차도 쪽으로 이동하고 빠지라는 것이다. 무리하지 말라는 말은 10시 3분까지 반복됐다. 세월호는 이 시간대에 이미 가파르게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 불과 10여 분 뒤 배 바닥이 선실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지시의 반복적인 패턴을 볼 때, 이는 B703 지휘관의 단순한 말실수나 경황이 없는 가운데 나온 명령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는 20분 뒤인 10시 26분, B703호는 항공에서 할 수 있는 조치 없을 것 같다, 이어 10시 30분엔 배가 90% 이상 침몰돼 구조할 수 없다(10시 30분)고 헬기들에게 전달한다. 임무에 집착 말라 무리하지 말라는 내용에서 불과 20분 만에 구조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명령이 달라진 것이다.2)

 

세월호 참사 앞에서, 착하고 책임감 강한 일부 국민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교육했다고 학교 교육의 책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매사에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가르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교사들도 있다. 무능한 사회, 책임감 없는 어른 일반이 문제라고도 한다. 안전 불감증, 안전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도 한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교육이 엄청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초등 1학년의 경우, 안전한 생활이라는 교과가 신설되어, 주당 1시간의 수업시수까지 늘었다.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만연한 부정부패가 참사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국가기관의 재난 구조 매뉴얼이 없거나 재난 구조훈련이 부족해서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여전히 탐욕의 자본, 규제 완화, 비정규직, 관피아, 과적, 고박불량, 조타 미숙 등을 참사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노동조합, 노동단체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정부가 참사의 원인을 감추기 위해 사용한 가림막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세월호가 인양이 되었다. 유가족들은 인양 관련한 여러 과정과 절차들이 애초부터 의혹과 거짓투성이라고 말했다.

 

수중 촬영을 못하게 하고, 밤에만 작업을 하고 등등… 그동안 인양과 관련하여 해수부가 특조위나 국민들한테 보인 모습은 대체로 거짓말이었다.3)

 

304명을 실은 채 바다로 가라앉아야만 했던 세월호는 처참한 모습으로 올라왔다. 크고 작은 수많은 구멍이 뚫렸고, 급속한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한 중요한 열쇠일 수 있다는 좌현 선미 램프(화물 출입문), 스태빌라이저, 앵커(닻)를 비롯해 여러 부분이 잘려나갔다. 이 와중에 ≪조선일보≫ 등은 잠수함 충돌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서둘러 못을 박았다.4) 세월호는 좌현으로 드러누운 채로 올라와서 거치되었다. 잠수함을 포함한 외부 물체와의 충돌설을 제기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자로세월호를 바로 세워 좌현을 보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 눕혀서 인양했기 때문에 제대로 배에 들어가지도, 서 있기도 힘든 상태에서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선체 조사를 하고 있다. 다시 또 진입을 위한 구멍을 뚫고, 이동을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이를 지켜보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절규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선체는 수중에서 바로 세운 후 인양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양, 수색, 수습, 조사, 복원이 쉬워집니다. 2010년 천안함 침몰사고 때도 우현으로 90도 누워 침몰한 천안함 함수도 바로 세워 직립으로 인양했고, 2012년 선장이 먼저 탈출한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유람선 콩코르디아호 역시 거의 옆으로 드러누웠으나 바로 세워 인양했습니다. 해수부는 어제 육상거치를 위한 모듈트랜스포터 운송시험테스트 결과 선체가 예상보다 무거워 기존 장비로는 어렵다며 모듈트랜스포터 120대를 추가 투입하여 5/10일까지는 육상거치를 완료하겠다고 합니다.

세월호는 입니다. 배는 물에 떠다니는 운송수단입니다. 그런 세월호가 가라앉았습니다. 물에 빠진 선박이 무슨 이유로 침몰했는지 알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인양방식을 예상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체외판의 손상가능성입니다. 암초충돌(좌초) 혹은 선박 간 충돌 그리고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선체 외판의 손상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물에 띄울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아집니다. 그러나 뻘이나 모래와 같이 해저지반이 부드러운 곳에 좌초한 경우 운항은 어렵더라도 선체외판의 손상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물의 과적 혹은 밸러스트 과실에 따른 복원력 상실에 의한 침몰일 경우에는 선체외판의 손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1) 수중에서 선체를 바로 세우고 (2) 선체 내부에 부력제를 넣거나 다량의 에어백을 넣어 부력을 얻은 후 (3) 크레인으로 수면까지 끌어올리고 (4) 충분한 기일을 두고 자연배수를 실시하면, 건져 올린 배를 그냥 바다에 띄울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왜냐. 니까요.

물론 해저에 가라앉을 때 해저지반과의 접촉에 따라 부분적인 선체외판의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고, 그 손상이 수중에서 보수 가능한지 여부의 변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세월호의 경우 암초, 충돌, 폭발의 징후가 없었고 침몰 당시 외판의 손상(damage)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선체외판의 손상은 없거나 경미한 경우로 분류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첫째, 선체외판의 손상이 전혀 없는 경우 ― 크레인에 매단 상태에서 침몰의 일차적 원인이 되었던 복원력 상실 부분을 밸러스트 등으로 조절해주면 자체적으로 해상에 떠 있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미 상당양의 해수가 선체 곳곳에 침투한 상황이므로 하중이 급격히 늘게 되어 거의 대부분 크레인 인양을 해야만 할 겁니다.

둘째, 선체외판의 손상이 심각한 경우 ― 현재와 같이 플로팅도크(반잠수식도크)를 선체 하부로 넣어 수면 위로 띄우면 됩니다. 단 이 모든 경우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선체를 바로 세우는 것(직립)이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Floating Dock라는 용어로 검색을 하면 위와 같은 사진들이 무수히 많이 나옵니다. 대부분 선체를 바로 세운 상태로 운송을 합니다. 그리고 수리조선소로 이동하게 되면 위 사진과 같이 레일(Rail)을 이용하여 거치하면 되므로 무척 쉽게 운송할 수가 있습니다. 선체를 눕혀서 인양하고, 눕힌 채로 플로팅도크에 싣고, 부두에 접안하여 모듈트랜스포터 수백 대를 동원해서 선박을 육상으로 올리고 있는 작금 대한민국 해수부의 작업은 두고두고 세계 해운ㆍ조선ㆍ인양 역사에 최악의 사례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일단 선체가 바로 서기만 하면 미수습 희생자분들을 위한 선체수색은 즉시 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화물창 내부의 수색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선실 내 수색은 모든 경우에 있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거지요. 미수습자에 대한 수색과 수습이 완료된 이후엔 수리조선소로 이동하여 선체조사 및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하고 그것이 완료되면 선체복원 작업에 들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5)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모든 의혹은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과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침몰의 원인은 구조하지 않고 구조를 막은 이유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인양과 관련하여, 그리고 침몰의 원인과 관련하여, 합리적 이성과 과학의 힘으로 제기하는 모든 구체적인 의혹과 추론 역시 진실을 밝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글을 쓰려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보다가, 개구리 소년에 관한 국가 폭력의 의혹도 살펴보게 되었다. 개구리 소년은 지난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살던 5명의 초등학생들이 실종된 사건이다. 그 후 2002년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되어 타살당한 것임이 밝혀졌으나, 이후 현재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이 사건에서도 군부대 관련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유족들의 삶은 파괴되었고, 지금이라도 그저 왜 그랬는지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한다. 지난 3월 26일에는 대구 와룡산 새방골에서 개구리 소년 26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2002년 9월 26일 실종 11년 만에 아이들의 유골이 와룡산 중턱에서 발견됐다. 당시 그 지역은 과거 군부대 사격장과 가까이 있어 탄피가 많이 발견되고 실제로 인근 어린이들이 탄피를 모으기 위해 와룡산에 자주 올랐다는 제보도 잇따라 오발탄에 의한 타살로 추정됐지만…6)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ㆍ416국민조사위원회ㆍ416연대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공동 성명을 냈다. 진실규명ㆍ미수습자 수습의 희망이 인양되다라는 제목으로,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 규명을 위해 해수부와 국회,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기억식에서 대통령 후보 4명과 손을 잡고 진상 규명을 약속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는 진상 규명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가에 의한 학살이므로 국가는 진상 규명을 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민중들은 이제 세월호를 보며 광주 5.18항쟁제주 4.3항쟁을 생각한다.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유가족 중 한 분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때 우리가 지켜본 정부, 국가는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자기들만의 성을 갖고 있는, 국민들과 똑같이 보는 그런 투명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벽을 높이 쌓고, 자기들만 다닐 수 있는 성만을 꽉 채우고 있어서, 우리가 뚫고 들어갈 수도 없고 그들이 우리를 보기에도 그렇고, 아주 먼 거리의 사람처럼 구경하는,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사람들이었다.7)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304명의 생목숨을 바다에 수장시키고, 관련한 핵심 자료는 국가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하면 그만이다. 교신 기록, 항적 기록, 레이다 영상 기록 등만 확인하면 모든 의혹이 한순간에 다 풀린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일을 왜 할 수가 없을까? 왜 민중들은 이렇게 끝없이 힘들고 두렵고 고통스러워야 하는가? 왜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국가 폭력은 끊임없이 계속되는가? 국가는 정말 무엇인가? 그런데 130여 년 전에 이미 제출된 답이 있다.

 

국가의 두 번째 특징은 자기 자신을 무장력으로서 조직하는 주민과 더 이상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공권력의 설립이다. 이 특수한 공권력이 필요한 것은 계급으로의 분열 이후 주민이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무장 조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략) … 공권력은 무장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씨족 사회에는 없었던 물적 부속물, 즉 감옥과 온갖 종류의 강제 시설들로도 이루어졌다… 공권력은 국가 내부에서 계급 대립이 날카로워지고 인접한 국가들이 더 강대해지고 인구가 많아질수록 강화된다. 오늘날의 유럽만을 보더라도 계급투쟁과 정복 경쟁으로 말미암아 공권력은 전체 사회와 국가 자체까지도 집어삼킬 만한 위세를 얻게 되었다.8)

 

국가는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국가나 국가 권력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국가 없이 일을 꾸려 가던 사회가 있었다. 계급으로의 사회적 분열과 필연적으로 연결된 경제적 발전의 일정한 단계에서 국가는 이 분열로 말미암아 필요한 것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빠른 걸음으로 모종의 생산 발전 단계, 요컨대 이러한 계급들의 존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그 존재가 오히려 생산의 직접적인 장애물이 되는 그러한 단계로 접근해 가고 있다. 계급의 소멸과 함께 국가도 불가피하게 소멸할 것이다. 생산자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연합에 기초하여 생산을 새로이 조직하는 사회는 전체 국가 기구를 그것이 응당 가야 할 곳으로 보낼 것이다. 고대 박물관으로 보내 물레, 청동 도끼 등과 나란히 전시할 것이다.9)

 

우리가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온갖 환상을 돌아보고, 국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공부하며 투쟁한다면, 베일에 싸인 정부를 낱낱이 펼쳐 보이고 싶다는 세월호 유가족의 바람을 더 빨리 이룰 것이다. 한국 사회와 역사의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은 그 사물에 대하여 알지 못할 때 생긴다. 국가와 국가 폭력의 구체적인 실체와 본질을 직시하고 알아내고 이해할 때 두려움과 무력감도 사라져갈 것이다.  [노/사/과/연]

 

 

 

 


1) 박영대, [세월호 의혹의 확정①] 세월호 의혹들이 사라졌다!―해경 123정에 탄 ‘스즈키복’ 남자의 정체?, ≪프레시안≫, 2016. 3. 3.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3725> 세월호 최초 출동 구조세력인 해경의 의혹에 관하여 씨리즈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2) 문형구 기자, 세월호 좌현 잠길 때 헬기들 임무에 집착 말라 [세월호 참사 3주기③] 헬기 지휘한 초계기 교신록 입수… 헬기 6대가 왜 35명만 구조했나 했더니, ≪미디어오늘≫, 2017. 4. 17.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6262>

3) 주권방송-615TV, 세월호 1,000일 특집 곽박사의 잠수함X’”, 2017. 1. 12.

4) 권승준 기자, 잠수함 충돌설 사과 않고… 또 의혹 제기한 네티즌 자로’”, ≪조선일보≫, 2017. 3. 3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0/2017033000207.html>

5) 신상철, 세월호는 배다, ≪서프라이즈≫, 2017. 4. 7. <http://www.surprise.or.kr/board/view.php?uid=39801&table=surprise_13&PHPSESSID=e905923b99f0059d7e4c25c1e8c14392>

6) 한예지, 개구리소년 사건 유족 범인 왜 그랬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다’”, ≪티브이데일리≫, 2015. 5. 20.

7) 주권방송-615TV, [세월호특집] 국가폭력이 우리에게 미치는 것들, 2017. 4. 30.

8) F.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맑스 엥겔스 저작 선집≫ 제6권), 박종철출판사, p. 188.

9) 같은 책, p.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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