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레닌주의 문학․예술론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한 고찰 ―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복원을 위한 시론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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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

I.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치적 예술이라는 전도된 관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예술의 독자성과 가치중립성에 대한 환상이 만연하다. 그리고 그와 대비하여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문화 예술에 대한 당의 검열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속류적인 이해가 넘쳐난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사회주의 진영의 쓰라린 패배 이후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세기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 원인은, 내적으로는 사회주의 사회의 주요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호한 수정주의와, 외적으로는 제국주의 진영의 포위 압살에 의한 붕괴책동으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내외적인 상호작용이 결국 쏘련 해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그 이후 변혁운동 진영은 사상․이론적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며 지지부진하고 있다. 사회주의 진영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붕괴공작은 비단 군사전략과 자유노조 공작 등에 한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책략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치밀하게 전개되었다. 미술에서 행한 공작의 예를 들자면 미중앙정보국(CIA)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의 약자) 출신의 인사를 중용하여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며, 양식상으로 추상적인 미술인 추상표현주의를 비밀리에 막대한 예산을 할애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이들이 추상표현주의에 착목한 것은 그것이 사회주의 진영에 대항한 개인주의․자유․순수성 같은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순수를 표명하는 추상표현주의가 어느 정치미술보다더 정치적인 미술이 되었다. 질질 흘리는 잭(Jack the dripper. 잭슨 폴록의 뿌리기와 번지기 기법을 풍자한 것이다. 이는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미궁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가상의 잭—Jack the ripper를 변형한 것이다)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화가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의 작품 <넘버 5> 가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4천만달러에 낙찰된 것은 CIA의 오래된 추상표현주의 지원이라는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추상표현주의 미술 뿐만이 아니다. 초기 재즈음악에 대해 경계하던 미국 지배계급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전세계에 재즈 음악을 보급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재즈와 록음악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대중음악이 유행하게 된 원인은 마셜플랜과 전세계 도처에 주둔한 미군의 존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고찰하지 않고 20세기 사회주의 진영이 추상표현주의 미술에 대해 적대적이고, 재즈와 록 음악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이유를 체제의 경직성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은 일면적인 비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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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6th, 2013 | By | Category: 〈노동사회과학 제2호〉 사회주의 20세기와 21세기 | 조회수: 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