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을 넘지 마시오

공유하기

 

이영훈 | 회원, 건설 노동자

 

 

 

3월 10일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민중이 뭉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무리 그래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의지, 쪽수의 무서움을 보여 주고 광장을 얻었고 사람들은 승리했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고 광장에는 축하하는 폭죽이 하늘 높이 펑펑 터져 나갔다. 나는 시큰둥했지만 역시 같이 옆에 있던 동지가 그래도 자기 생애에 정권퇴진을 이룩했다는 기쁨에 오늘은 좀 신나보자며 둘 다 각자의 깃발을 들고 효자로를 앞장서서 민중가요를 부르짖으며 행진하고 술잔을 부딪치며 흥겹게 마시고 놀았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현장의 자본은 눈에 가시 같은 노동조합을 내치겠다고 여전히 눈을 부라리고 있고 대통령이 어찌되건 저질의 절정이자 결정체인 국정 교과서를 끝끝내 한 권이라도 학교에 팔아먹겠다며 길길이 날뛰는 저 추한 작태 또한 멈추지 않는 마당에 음… 벌써부터 속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기억을 10일부터 그 이후까지 다시 돌려봤다.

그놈의 경제 경제!! 대통령이 탄핵되고 바로 TV에 한 줄 기사에는 오랜만에 경제타령이 등장했다. 대통령 탄핵됐으니 조속히 경제를 안정화 시켜야 된다는 그 기사들. 공황의 한복판에 언제 경제가 안정된 적 있었나? 누가 노동자 탄압하라고 대통령 후원하고 사주한 덕에 민중의 경제는 죽을 맛인데 안정화? 잘난 재벌 경제 안정화 타령 후 세트 메뉴처럼 같이 나오는 사회 안정화와 대국민화합, 단결. 북이 미사일 쐈다니까 도발한다며 떠들어 대는 건 덤이다. 한국의 우방은 세계의 평화를 너무 사랑해서 핵미사일이 셀 수 없이 많은 걸로 아는데?

그리고 11일 촛불집회. 우리의 여성 사회자 분께서 했던 말 하나는 확실히 기억난다. 경찰 여러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 이거 뭔가 불안하다. 이후 연설에서 싸드 때문에 싸우는 지역 분들은 경찰 군인과 티격태격했다고 그러시던데… 저들이 뭘 수고했다는 건지? 당장 탄핵 일주일 후 3월 18일이 되자 민중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경찰 여러분들 수고했다는 여성 사회자의 말이 무색하게 싸드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던 중 싸움이 났다고 한다. 민중들 신나게 짓밟다가 분노한 여론에 떠밀려 수백만 인파에 안 밟히려고 꾹 참느라 수고했다는 건가?

탄핵 판결하는 인용문에도 박근혜만 나쁜 놈이고 노동자를 학살하고 다닌 돈으로 뇌물 바친 재벌은 선의의 피해자요 다른 정치 권력자들은 관련 없다는 양 떠들고 절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훌륭한 법관 나리들을 시켜 박근혜를 민중에게 던져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더 이상 넘어오지 마라.

군대나 사회의 회사 혹은 억압적 집단에서, 밑에 사람들이 조금 날뛰는 것 같으면 좋은 말로 할 때 들어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와중에 5월 9일이 선거 날이란다. 국민의당 국회의원 안철수는 탄핵 며칠 전 YTN TV 뉴스에서 이번 대선은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짖었다. 그래 이러니까 박근혜가 탄핵당하지.

평소에 국민들이 우리 좀 지켜주세요! 살려주세요! 할 때는 외면하고 증거인멸하고 짓밟던 국가에서, 이정미라는 고귀한 헌재 법관 한 분이 나 위험하니 경호원 좀 붙여주시오! 하니까 얼른 경호원 붙여주는 거 봐라! 심지어 퇴임하고도 경호라니…. 이게 지배계급과 개돼지의 차이인가 보다.

이 나라는 우리를 위한 적도 위해서 바뀐 적도 없는데 자꾸 우리나라라고 착각하고 부르짖는 이 서글픈 현실에서 민중은 싸드로 제국주의 힘겨루기로 고통받고 세월호 유족들은 배 인양 할라고 했는데 줄도 꼬이고 날씨가 어쩌고 사정이 생겨서 히히거리며 간 보는 국가에게 우롱당하고 있다. (결국 뭔가 마지못해 증거인멸하면서 배를 끌어올리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민중을 착취해 긁어모은 세금을 자연을 파괴하는 아무 의미 없는 일에 자본의 이윤 때문에 수조 원씩 아낌없이 쏟아부으면서, 이유도 원인도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는 민중들의 진실과 구명을 위해서는 비용 한푼 두푼 운운하며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정신병자 같은 행태는…) 이렇게 훌륭하게 국정이 돌아가는데 새로운 악폐가 우리 눈앞에 쌓여서 눈 녹듯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던 분노는 조만간 세상에 다시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청와대를 호위하던 경찰들이 언제나 앞에 내세웠던 노란색 질서유지 푯말이 그것을 염려하듯 지배계급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선을 넘지 마시오.

 

Rotation of Rotation of 효자로 앞

 

 

국가에서 자본주의 정당 어디가 정권을 잡던 싸드 설치 때문에 미국, 중국 눈치 보랴 박근혜가 열 받게 한 재벌들 대우하느라 바쁘실 텐데 근로 대중은 표 찍는 기계 취급당할 것이고 이 상황에서 지배계급 얼굴마담을 바꿔서 적폐를 청산하고 민중 행복세상을 이루자고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분해서 못 참겠다. 얌전히 있어라! 선 넘지 마라! 온 사회가 단합하자고 하지 마라. 그러지 마시라고? 역사공부 하라고 외쳐대면서 자신의 세월의 대한 역사공부는 안 했나? 표 던지고 다시 4년 5년을 참으라고 하지 마라. 항상 그런 식이었다. 당장 나 자신과 이웃이 매일 형편없는 노동의 가치, 살인적인 노동 강도, 실업이라는 자본주의 세계의 수백 년 묵은 병마에 시달리는데 지배계급이 내일의 희망이라고 부르짖는 허상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광장에 타올랐던 폭죽이 한 자락 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지듯이 우리는 사라져 줄 수 없다. 자신들이 조장하고 방치한 적폐와 뭐라도 되는 양 앉아 있는 그 권좌를 편안하게 자본가의 친구들에게 물려주고 유지시켜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뺏어야겠다. 그 잘난 국가에서 법전에 형식적으로 적어놓은 민중의 권리조차 인정 못하겠다는데 알아서 찾아 먹어 주마. 다수의 민중이 권좌를 가시방석으로 만들어 드려야 사람 취급해 주겠다는데 그렇게 만들어 드리는 것이 노동자 민중의 진정한 진보를 위한 순리이자 의무가 될 것이다.

 

첫 글을 쓸 때 썼던 내용이지만 요즘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의 말씀 중 여러분들이 꼭 큰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어야 성공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거라고 본다라고 한 것이 정말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아니 애당초 투기 안 하면 뼈 빠지게 노동해야 겨우 먹고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 평범을 무슨 의미라고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해서든 세상이 괴롭게 만들 때이건 저 말이 생각날 때가 많아졌다. 삶을 위해 지금의 일터로 향하게 만든 세상과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어디로 향하든 적성 따위 가릴 처지도 안 되지만 후회할 걸 알면서도 가는 것은 그래도 가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고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아가면 그래도 얻어가는 것이 있기에.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지식과 용기로 글을 쓰고 있다. 일상에서도 무언가 자꾸 빠뜨리고 다니는 것 같은 나 자신이 나름 과격한(?) 생각을 글로 써도 되나 하면서도. (어쩌다 보니 세상 이야기는 안 하고 자신의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3월 말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잠잠하던 기득권 언론은 기지개를 켜며 더러운 아가리를 신나게 놀리며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과 여러 의혹들을 제시했던 네티즌들을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도 없는 마당에 괴담유포 운운하며 개돼지들은 주둥아리 조용히 하라는 투로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한 기사의 제목을 보자면, 잠수함 충돌 괴담 퍼뜨리던 이들… 이젠 무책임한 침묵(≪조선일보≫, 2017. 3. 28.)

괴담? 무책임? 천안함 때 믿을 수 없는 해명과 날조 자료 가지고 인간어뢰 운운하며 검은 유머를 구사하던 분들이 의혹 해소라고 쓰고 사기를 치면서 언론의 힘으로 민중을 밥 먹듯이 우롱하던 그들이 지배계급에게 도움이 안 되는 사실에는 철저하게 괴담이다! 허위사실이다!고 일관하자 참다못한 시민들이 여러 사실들과 그나마도 접근 차단된 자료들을 뒤져가면서 한 의혹 제기에는 온갖 독설을 내뱉고 신뢰성과 도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대로 둔다면 잠수함 충돌설을 제시했던 인터넷 네티즌 자로와 다이빙벨로 내가 나서서 남아 있는 것이라도 수습하고 사실이라도 밝혀내고자 했던 이종인 씨는 역사 속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기득권 사회로부터 공개적으로 해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매도되어 참수되듯 매장당할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관련 기사 제목 하나만 인용했을 뿐이지만 이것이 아직도 세상은 너희 개돼지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야 착각하지 마라 이것들아 니들이 무슨 혁명을 했어? 상황 파악 안 되나 봐? 우리 세상이야 여기는 자본주의라고 자본주의! 이 세상은 소수의 지배계급을 위한 거라고 우리가 그어준 선 안에서만 놀아라. 저녁 늦은 시간 동안 공부와 노동이나 열심히 할게 아니면 촛불 들고 까불지 말고 일찍 집에 들어가거라.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놀이터에서 놀되 언론과 권력이라는 장난감 잘 가지고 놀았으면 우리한테 돌려주는 것 잊지 말고라고 하는 것 같다.

바깥에서나 컴퓨터 속 인터넷 세상 어디에서도 저들이 민중의 삶에 그어놓은 제한 선은 너무나 건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3월 11일 토요일에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자, 광장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탄핵을 만끽하는 민중들 옆에서 생존을 위해 처량하게 개성공단에서 만든 상품을 하나라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는 진정 승리한 것이 맞나?라고, 다시 생각하고 있다.

 

Rotation of IMG_0681

 

 

뭔가 했던 얘기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내가 할 말이 딱히 그것밖에 없어서이다.

이 상황을 학습하고 이해하고 나아갈 방법은 저들이 경기를 일으키는 칼 맑스주의와 노동자들의 단합된 단결 투쟁! 이 역시 어렵지만 단순하고 확실한 길인 듯하다. 왜냐고? 저들이 저것만 보면 피가 거꾸로 솟고 게거품을 물고 발광을 하니까.

이 선을 넘지 마시오라는 통제에 지쳐버린 나는 이 말로 마무리 짓겠다.

이 선을 없애고 그 선도 넘어가겠습니다. 막지 마시오. 더 이상 막겠다면 부수고 들어가겠소.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Apr 22nd, 2017 | By | Category: 2017년 04월호 제132호, 회원마당 | 조회수: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