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 교양경제학≫ 쎄미나 후기

 

하승우 | 자료회원

 

 

 

7개월 동안 매주 진행된 ≪노동자 교양경제학≫ 쎄미나가 끝났다. 쎄미나 이전에도 이 책, 그리고 경제학에 관심(만)은 있었다. 처음부터 ≪자본론≫을 보면 힘들 수 있으니 ≪노동자 교양경제학≫을 먼저 보는 게 좋다는 풍문을 어디선가 듣고 혼자 책을 보려 했었는데, 막상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앞에 두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읽지는 않고 마침 책 커버도 두껍겠다 종종 냄비 받침으로 쓰고는 했다. 그러던 중 노사과연에서 ≪노동자 교양경제학≫ 쎄미나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보나 싶었지만 같이 공부한 분들과 팀장님, 그리고 훌륭한 뒤풀이 덕에 어찌어찌 마칠 수 있었다.

 

이따금씩 발제도 하고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지금도 이 책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경제학 기초가 없기도 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주입받아 온 상식(지배계급의 사상)이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정말 그런가 하는 의심이 약간 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 책의 열변이 나의 상식을 깨뜨려 주었다. 평소에 뭔가 께름하지만 잘 반박할 수 없었던 부분이나 대충은 알더라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던 부분도 쎄미나에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라는 주장과, 이 엉터리 주장에 과학적 이론이라는 세련된 의상을 입히려는 시도생산성임금제실질임금의 상승률은 노동생산성의 상승률과 같아야 한다라는 주장이 틀렸음을, 또한 “‘생산성임금제의 전제가 되는 일반적인 생산성 증대율이라는 통계 자체가 사실은 작성 불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것 외에도 많다. 특히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다뤘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보 언론, 지식인, 정당, 그리고 민주노총에서도 자주 나오는 주장들이 과학적으로 따지면 어떻게 되는지, 실제로는 누구를 이롭게 하는 것인지를 책에서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소름이 돋았다. 재벌개혁, 재벌해체, 경제민주화 등은 그저 자본주의 체제를 더 공고화하는 요구일 뿐이다.

 

금융과두제는 현대자본주의의 구조, 현대자본주의의 기업구조와 절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 … 족벌체제 타도의 기치를 들고 재벌의 개혁 혹은 해체를 외치는 자들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소유와 경영의 분리지만, 이러한 주장은 재벌체제 자체에서, 나아가서 주식회사라는 현대 대기업체제 자체에서 이미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은폐하는 주장일 뿐입니다. … 이건희나 그 가족들, 혹은 정몽구 형제들이나 그 가족들은 그들이 경영·지배하고 있는 자본·기업의 주식의 불과 10퍼센트 남짓도 될까 말까 한 주식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엄청난 비율의 부채를 감안하면 …

불과 1‒2퍼센트, 기껏해야 3‒4퍼센트도 될까 말까 합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이렇게 이미 재벌체제 내에서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입니다. … 거대 독점기업, 독점자본을 이렇게 극소 비율의 자본소유만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자본주의의 기업소유·지배형태로서의 주식회사제도의 본질적 특징의 하나이고, 무소불위의 금융과두제 지배의 비밀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현대자본주의 기업형태의 이러한 본질적 측변에 비하면, 재벌 해체론자 등이 주장하는 족벌지배체제전문경영인체제의 차이는 극히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것입니다.

 

실제 경험이 보여 주는 바에 의하면, 한 주식회사의 사업을 좌지우지하기 위해서는 주식의 40%를 소유하면 충분하다. (주: 오늘날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비율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분산되어 있는 소주주의 특정 부분은 실제상 주주 총회에의 참가 등등의 어떤 가능성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르주아적 궤변가나 기회주의적인 사회민주주의자들이 거기에서 자본의 민주화나 소생산의 역할과 의의의 강화 등을 기대하고 있는 (혹은 기대하고 있다고 칭하는) 주식소유의 민주화란 것은 실은 금융과두 지배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이다. (≪노동자 교양경제학≫에서 인용.)

 

지금도 가끔 헷갈리는 부분이지만 임금인 것과 임금이 아닌 것의 구분도 있다. 1) 회사가 부담한다는 건강보험료는 의료비가 노동력의 재생산(임금은 노동력 재생산비)에 절대적으로 필요불가결한 비용인바, 회사가 대신해서 지불하여 형태상으로는 임금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임금이다. 2) 근로소득세 즉 노동자들의 소득에 붙는 직접세는 아무리 월급/임금이라는 명목 하에 지불되더라도 실제로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 아니므로 임금이 아니다. 3) 노동자들의 주식 소득(이른바 국민주, 우리사주 등)은 임금의 일부이다. 결국 임금의 일부가 배당금이나 매매 차익의 형태로 지불되는 것이지, 그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전부터 궁금해 했던 정보재(정보상품)의 가격에 대한 해답이 인상 깊고 충격적(?)이었다. 다른 교수들은 정보상품의 가격과 이윤은 주로 지대(강남훈 외, ≪정보재 가치논쟁≫)라느니 뭐니 하면서 괜히 어렵게 헛소리를 하지만 (아니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하는 말이기에 더욱 온갖 치장을 한 것이겠지만), 이 책에서는 아주 간단 명쾌하면서도 논리적인 답을 해 주었다.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노동시간)이다. 그런데 윈도우나 오피스 프로그램, 포토샵 등 정보재(정보상품)는, 그것을 개발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노동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을 재생산하는 데는 거의 아무런 노동시간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가치는 사실상 0에 가깝다. 그런데도 프로그램의 가격이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원에 이르기도 하는 것은 지적재산권이라는 국가의 폭력이 보장하는 극히 작위적인 독점에 기초한 작위적인 독점가격일 뿐이다. 복돌이라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단, 국가의 폭력에 당하는 건 책임 못 진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단순재생산·확대재생산 파트였다. 이 책이나 ≪자본론≫을 공부했다는 사람들 반응을 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인데, 하필 이 파트 발제가 나였다. 발제자로서 표식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야 했지만 포기하고 팀장님께 떠넘겼었다. 쎄미나 마지막에 가서야 다시 복습을 하여 어떻게든 표식 그리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완전히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쎄미나를 통하여 좋은 분들도 만나고 나 자신도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책에서 많은 내용을 다루고는 있지만 책 이름이 노동자 교양경제학인 것처럼 요 바닥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인 것 같다. 하지만 진보 지식인이나 진보정당은 물론이고 민주노조 활동한다는 사람들도 재벌개혁, 재벌해체를 노동자를 위한 것인 양 외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슬프기만 하다. 나에게도 그랬듯이 그분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경제학 입문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혹시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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