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권정기 | 소장

 

 

 

오늘 제13차 총회를 맞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해서,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멀리 지방에서 와 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난 12년 동안, 우리는 꿋꿋하게 반동의 시대와 맞서 왔다고 자부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노고와, 여러 이유로 지금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 덕분입니다.

그러나 시대에 맞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더욱 절감하고 있습니다. 전체 회원들의 숫자는 2014년부터 정체 혹은 감소세에 있습니다. 운영진의 경우 떠나간 사람들보다 들어오는 사람의 수가 부족합니다. 무엇보다도 몇몇 사람의 경우, 10년 이상 직을 맡으며, 쌓인 피로가 심각합니다.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에 걸쳐 연인원 1600여만 명이 참여했다는 촛불혁명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인파이고, 거대한 함성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공허합니다. 동물원 철창 속에서 포효하는 맹수, 힘차게 날갯짓하는 새장 속의 새를 보는 듯합니다.

고대사회의 노예들은 노예사회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는 인식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인으로 살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노예라는 것을 알았고, 해방을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임금노예, 즉 노동자계급의 상태는 어떠합니까. 그들은 자신의 주인,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환호하고 있습니다. 그러곤 다른 주인을 옹립하기 위해 문재인에게, 이재명에게 줄을 서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대의 노예처럼 계급사회를 철폐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습니다. 그러나 고대의 노예도 알고 있었던 자신의 계급적 처지, 즉 자신이 임금노예라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해방에 대한 생각도 없습니다.

 

정국은 박근혜 퇴진 정국에서 대선정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부르주아 정치꾼ㆍ야바위꾼들이 대목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찢어지는 입을 주체하지 못하고 외칩니다. 나는 8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그러곤 숨도 안 쉬고 외칩니다. 나는 수십‒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 버리겠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완수하여, 모든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겠습니다.

 

이러한 블랙코미디도 막을 내릴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촛불혁명이 보여 주는 것이 있습니다. 대중의 삶이 막다른 길에 몰려 있습니다. 그들은 포효하고 있습니다.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혁명(AIㆍ로봇혁명)은 노동계급에게 결단과 결전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이 잔혹한 계급사회(노예제-봉건제-자본제)가 붕괴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 영광의 상처라고 서로를 위로합시다.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나아갑시다. 안타깝지만 이 길 이외엔 대안이 없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와 격려 그리고 비판을 기대합니다.  [노/사/과/연]

 

 

* 지난 3월 25일 개최된 제13차 정기총회의 인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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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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