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이주노동자 문제와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

 

천연옥 | 회원,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

 

 

 

필자는 요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부산지회에서 진행 중인 ≪맑스 엥겔스 저작선집≫ 쎄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주제로 글을 써도 ≪맑스 엥겔스 저작선집≫을 인용하게 된다. 쎄미나에서는 최근에 프랑스 혁명사 3부작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 ≪프랑스에서의 내전≫을 다루었는데, 특히 1871년 빠리 꼬뮌을 다룬 ≪프랑스에서의 내전≫을 공부하면서, 역사상 최초의 노동자계급 혁명정부인 빠리 꼬뮌의 노동 장관이 헝가리 노동자운동의 지도자이자 국제노동자협회 총평의회의 평의원인 프랑켈이란 사실을 알고 놀라웠다.

 

이렇듯 꼬뮌이 프랑스 사회의 모든 건강한 요소의 진정한 대표자였고 따라서 진정한 국민 정부였다면, 꼬뮌은 동시에 노동자 정부로서, 노동 해방의 완강한 전위 투사로서 말 그대로 국제적이었다. 프랑스의 두 지방을 독일에 병합한 프로이센 군대의 눈앞에서 꼬뮌은 전 세계의 노동자들을 병합시켰다.

… 꼬뮌은 모든 외국인에게 불멸의 대의를 위해 쓰러지는 영예를 허락했다. … 꼬뮌은 한 독일인을 노동 장관으로 만들었다. ― 띠에르, 부르주아지, 제2 제정 등은 떠들며 동정을 약속함으로써 계속 폴란드를 기만하는 한편, 실상은 폴란드를 러시아에 팔아먹고 러시아의 추잡한 작업을 수행하였다. 꼬뮌은 폴란드의 영웅적 아들들을 빠리 방위의 선두에 세움으로써 그들에게 영예를 부여하였다.1)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를 표현하는 구호이다. 한국에서 이 구호는, 부산에서 시작된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구호인 노동자는 하나다!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노동자계급의 대표 조직인 민주노총이 이 정신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사건이, 민주노총의 주요 조직인 건설노조에서 발생했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2016년 12월 30일,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1월 25일, 전북지역 건설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진행되었고, 5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출국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산하 전북지역 건설노조는 반인권적인 단속추방에 항의한 것이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추방을 행정기관에 촉구하고 적극적으로 조력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은 단속추방으로 삶이 송두리째 파탄 나 강제 출국된 이주노동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 차별과 착취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사과 말씀드립니다. …2)

 

2016년 11월, 전북지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민주노조에 의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척은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면서, 민주노총의 이주사업담당자들은 건설노조ㆍ연맹과의 간담회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2017년 1월 22일, 건설노조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는 동탄2신도시 건설현장에서 불법 외국인 체류자 근절 및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이란 이름으로 건설현장의 모든 정문을 봉쇄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저지하였다. 이러한 이주노동자 배척활동은 1월 22일 새벽부터 진행되다가 민주노총과 연대단체 등 건설노조 안팎의 비판과 문제제기로 3일 만에 중단되었다.

1월 25일 이주노조는 모든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이주노동자도 정주노동자도 민주노총의 동지입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1월 26일에는 노동자연대에서 건설노동자 고용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배척행동은 중단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월 27일 이주민방송(MWTV)에서는 이주노조 성명서를 소개하는 보도를 했다. 1월 31일에는 대구지역에서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조직하고 있는 성서공단노조가 총자본을 향한 총부리를 이주노동자에게 겨누지 말라. 더 이상 민주노총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성명서를 냈다. 성서공단노조는 성명서 말미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밝혔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가능하게 열어 놓는 건설연맹의 대선 6대 쟁취요구 아래 24대 세부의제에 나와 있는 외국인력 불법고용 근절의 방침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 건설노조, 건설연맹은 이주노동자 단속을 자행하는 건설지부의 책임자들을 징계하고,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식적으로 천명하라.

– 총연맹은 산하 산별에서 발생하는 반노동자적 행위에 대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총연맹의 공식 입장을 천명하라. 더 이상 다른 산별에 반노동자적인 행태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그 방안을 제시하라.

 

1월 31일 경기이주공대위는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 배척행동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냈고, 2월 2일에는 부울경이주공대위에서 민주노총은 이주노조 합법화를 위한 10년의 투쟁을 부정하려는가? 최근 건설노조 일부 조직에서 벌어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척에 반대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2월 2일 건설연맹과 민주노총은 간담회를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건설연맹, 건설노조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건설노조는 현재 1,500여 명의 이주노동자 조합원이 있으며, 계속 가입을 조직하고 있고, 이주노동자를 배척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최근에 발생한 일부 지역 조직들의 문제는 건설노조 밖의 문제제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내부토론을 통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돌발적인 상황이지 결코 건설노조가 방침이나 입장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총연맹은 외국인력 불법고용 근절이란 요구의 내용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칼날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장에서 그렇게 읽힐 수 있는 표현임을 설명했다.

2월 7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를 겨냥하여 이주관련단체들은 구글독스를 통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주노동자도 정주노동자도 민주노조의 소중한 동지입니다. 모든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차별이 아닌 평등으로, 배척이 아닌 단결로, 불법이 아닌 동지로!라는 제목으로 이주공동행동, 대경이주연대회의, 경기이주공대위와 부울경이주공대위 소속의 주요단체들이 제안자로 나섰다. 2월 8일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 등은 건설연맹을 방문하여 956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2월 9일 건설노조 대의원대회는 건설현장 외국인력 불법고용 근절이라는 요구를 건설현장 불법고용 근절(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로 수정했다.

 

경제 위기 시기에 모든 국가에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주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역사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의 시기에 독일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인 나찌즘이 극성을 부렸다. 그리고 현재 영국의 브렉씨트(유럽연합탈퇴)와 미국의 트럼프 정권의 성립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제 위기 시기의 실업의 증대와 노동자 민중의 빈곤의 심화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대로 표현된다. 물론 노동자들이 계급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기에, 경제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자본에 대한 투쟁을 하지 못하고, 상황은 오히려 노동자 간 경쟁의 심화,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대로 귀결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정책은 기본적으로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고, 양산된 이주노동자를 강제 단속하고 강제 추방하는 씨스템이다. 이주민 200만, 이주노동자 100만의 시대에 건설현장에 20-30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그중에 등록 노동자는 4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건설업계의 악습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서 가장 낮은 임금으로 잔인하게 착취당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존재는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키고 일자리를 뺏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실에서 평생을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본주의 교육을 받고 살아온 노동자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색출해서 추방하는 것을 자신의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적어도 민주노조의 정신을 교육받기 전에는 말이다.

한국 정부는 88년부터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연수생은 노동자가 아니라서 기본적인 노동권이 부정되어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받았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갑자기 인상되자, 소위 3D업종의 노동은 기피되었고, 이 현장을 맡아 줄 노동자가 필요해졌다. 산업연수생제도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비인격적 대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양산했고, 강제 단속과 강제 추방에 대한 저항도 커져갔다. 2003년 11월 16일부터 380일 동안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농성이 있었다. 2004년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고 현지 송출과정에서의 비리를 방지할 수 없고, 3년 이후 재고용의 권한을 사업주에게 귀속하는 제도이다. 특히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으니 사업주가 이를 악용하여 임금을 체불하고 인권과 노동권을 유린하는 경우가 많다. 2005년에 4월에 민주노총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이 출범했다. 6월 고용노동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이후 합법화를 위한 피눈물 나는 투쟁이 전개되었고, 이주노조의 주요 활동가들은 표적 단속되어 강제 출국당했으며 10년의 투쟁 끝에 2015년 8월에 합법화를 쟁취했다. 2012년부터 출국 후 퇴직금제도가 도입되어 직장을 옮겨도 출국하지 않는 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고용허가제도 안에서 농축산업, 어업 이주노동자들은 또 다른 차별과 착취의 대상이었다. 밀양 깻잎 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여성노동자들의 경우가 그 단적인 예이다. 하루에 10시간, 11시간 일해도 사장은 3시간 휴식을 취했다며 8시간 임금만 주었다. 비닐하우스를 숙소라고 4명씩 사용하게 하고 월 15만원씩 임금에서 공제했다. 김해의 한 사업장에서 상담 온 이주노동자를 통해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라는 것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월 300시간 이상 일하고 15만 원을 받고, 다쳐도 산재처리가 안 되고, 최저임금도 못 받은 노동자가, 한국에 2천명 이상이 존재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권과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초단기 농촌지역 계절근로자 제도를 전면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또다시 농촌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에 의하면, 근로자의 숙식비용 부담 기준 상한이 월 정액임금의 20%에 이르며 임시주거시설의 경우에도 월 정액임금의 13%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지침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이제 숙소 문제는 농축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제조업에서도 이제 숙소비용을 징수하고 그만큼 더 착취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 정부의 이주정책은 점점 더 후퇴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연대해서 반드시 막아내어야 한다.

 

노동자는 왜 국제적으로 단결해야 하는가? 자본주의는 세계시장을 위해 국제적 독점자본을 성장시켰고, 소수의 제국주의 독점자본들에 의해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모순에 의해 지탱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노동자의 단결은 자본에 대항한 노동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자본은 늘 노동을 분할하여 통제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그리고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최근의 건설노조의 경험이 민주노조의 기본원칙을 확인하고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3월 3일 대전에서 진행된 <2017년 정세논의 및 이주노동자 투쟁계획 수립을 위한 워크숍>에 건설연맹 사무처장 동지가 참석했다. 앞으로 월 1회 진행되는 민주노총 이주사업담당자 회의에도 참석하겠다고 한다. 어쩌면 앞으로 건설노조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조직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앞에서 언급된 두 사건에 대한 냉정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오류를 저지를 수는 있어도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노/사/과/연]

 

 

 


1) K. 맑스, ≪프랑스에서의 내전≫(≪맑스 엥겔스 저작 선집≫ 제4권), 박종철출판사, pp. 71-72.

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근 전북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사건에 대한 민주노총 성명―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성하고 성찰하겠습니다, 2016.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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