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은 자연 소멸하는가 – 자율주의 비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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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회원)

나는 노사과연의 <<정세와 노동>> 2006년 7ㆍ8월 합본호에서 “국가는 소멸하는가”라는 주제로 자율주의자들을 비판한 바 있다. 그 글에서 나는 자본의 세계화로 인해 국민국가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자본주의 국가 간의 갈등과 투쟁, 억압, 전쟁을 낳는 제국주의가 아닌 제국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자율주의자들의 주장을 비판했다. 자율주의자들의 주장은 제1차 제국주의 전쟁을 앞두고 제국주의 국가 간의 전쟁이 사라지고 협력과 평화가 도래한다던 카우츠키의 초제국주의론의 무정부적인 형태로의 재판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에 대해 한 자율주의자는, 논리적 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 네그리는 국가의 경계선이 약화되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했지 국가가 소멸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네그리와 자율주의자들은 현재의 국민국가가 사라지면서 국가 간의 경쟁과 갈등, 전쟁이 사라지고 제국에 의한 평화와 협력이 온다고 했다. 결국 그들은 자국 내에서의 노동자계급과 근로인민에 대한 내전적 폭력, 전쟁, 억압, 착취, 타민족에 대한 수탈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핵심적인 역할과 본질을 왜곡, 부정하면서 국가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회피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자율주의자들이 국가를 자연히 소멸하는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 글에 대해서도 그들은 ‘언제 네그리가 계급이 자연히 소멸된다고 했는가’ 하고 반박할자 모른다. 물론 네그리는 계급이 자연히 소멸된다고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네그리는 계급 대신에 다중 개념을 채택함으로써 계급론을 거부하고 자본주의 내에서의 계급모순을 호도하고 계급투쟁을 무력화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주의자들의 선의와 상관없이 네그리와 그들의 주장의 논리적 귀결은 계급이 자연히 소멸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글이 맑스주의 국가론을 가지고 자율주의를 비판했다면 이번에는 맑스주의 계급론의 관점에서 자율주의자들이 말하는 ‘다중’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들이 비물질 노동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왜곡하는 맑스주의 가치론을 옹호하고 결국 혁명전략의 문제에서 다중―다중 개념은 참으로 몰계급적이지만, 계급론 자체를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자율주의자들에게는 몰계급적이라는 비판 자체가 별로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다―이 과연 계급을 대신하여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맑스주의의 재구성이라는 이름으로 계급론을 폐기하고 맑스주의를 수정한 다중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하는 것이며 자본의 이해에 궁극적으로 복무하는 반동적인 이데올로기일 뿐인지를 고찰할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수차례 회의해야 했다. 과연 지금 시점에서 자율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의 실천투쟁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과연 어려운 말로 도배를 하는 지식인들의 허위적 인식과 이데올로기, 노동자 계급의 구체적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노동자계급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지금 시기에 자율주의자들의 비판을 다시 한 번 쓰는 것이 정치적, 실천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저들에게 들어보자.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Sep 16th, 2013 | By | Category: 〈노동사회과학 제1호〉 공황과 사회주의 | 조회수: 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