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다가오는 정세의 고양에 대비합시다

 

권정기 | 소장

 

 

1. 세계적 반동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1991년 쏘련의 해체로 세계적으로 반동기가 시작된 후, 2017년 현재까지 무려 27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이미 오래전에 나타났습니다. 지난 2007년 세계 대공황이 발발하며, 세계는 격변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가 탈출이 불가능한 위기에 빠져들며, 혁명인가 파시즘인가라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자연발생적 노동자ㆍ민중의 투쟁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투쟁이 혁명적으로 발전하여, 반동기를 마감하고, 고양기를 거쳐서 혁명적 시기로 이행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자신의 깃발을 되찾지 못하고, 이념적으로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자본가계급의 위로부터의 계급투쟁이 정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파시즘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되는 부분은 세계 반동의 보루였던 미제국주의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립주의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 아싸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일으킨 씨리아 내전에서 실패한 것, 필리핀에서 친중 노선이 대두되고 있는 것, 중국ㆍ러시아ㆍ인도가 부상하고 미제의 동맹인 유럽과 일본이 약화된 것 등이 그 예입니다. 미제의 약화는 자본주의 세계지배체계의 약화입니다. 미제의 동맹인 유럽, 일본, 제3세계 지배계급의 억압적 힘도 그만큼 약화될 것입니다. 이는 아시아ㆍ아프리카ㆍ남아메리카 신식민지 국가의 민족해방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자본주의국에서 노동자계급 운동에 대한 통제력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것입니다. 세계독점자본가 진영의 경쟁과 갈등과 분열을 더욱 촉진시켜서, 노동자ㆍ인민에 대한 지배력을 전반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미제의 약화는 트럼프 시기에 가속도가 붙으며, 세계를 격변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2017년 한국 경제의 위기의 폭발이 예상됩니다

 

현재의 (노동)운동지형은 80년대 운동의 직접적 연속입니다. 이념적 상태를 보면, 80년대에 부활했던 맑스-레닌주의가 해체되었습니다.

혁명운동세력 또한 거의 소멸했습니다. 현재 50대 연령의 세대가 노동운동의 지도부입니다. 이들은 80년대에 20대로, 당시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들이 개량주의ㆍ노동조합주의ㆍ관료주의로 퇴락했습니다. 그 이유는 ① 이념의 해체: 쏘련 붕괴 ② 투쟁을 통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주어진 개량: 임금과 노동조건이 개선되며, 주로 대공장(독점자본) 노동자들이 자본에 포섭되었습니다.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는 97년 이후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하에서도 젊은층에 비해 자신을 방어했는데, 이들이 개량주의 지도부의 지지 기반입니다. ③ 자본진영의 적극적 포섭: 노동운동의 상층부에게 정치활동 공간을 열어주고, 민주노총에게는 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습니다. ④ 연령의 문제: 50대는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 기득권층으로 불리고, 여론조사에서 보수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연령의 문제도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민주당, 시민운동, 노동운동 내의 개량주의 지도부의 일부분1)은 이미 지배블럭이 되었습니다. 개량주의 지도부의 일부분은 지배블럭의 하위 부분을 차지하면서, 운동의 발전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향후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지고, 독점자본이 위기에 처하면, 이들은 투쟁을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노사단결을 주장하는 반동적 노조운동의 대변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대우조선노조, 현대자동차노조 등에서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을 봅시다. 80년대 이후 한국 자본주의는 고도성장을 지속했습니다. 97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며 신자유주의를 안착시켰습니다. 특히 97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세계가 경탄할 만큼 고도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중국 특수와 부동산 투기붐이 그 동력이었습니다.

이것이, 한국 노동(노조)운동의 두 축인 대공장 노동자와 민주노총 지도부의 개량주의ㆍ관료주의의 물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배제하였지만, 대공장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까지도 상당 부분 포섭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조건에 결정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15년2)부터 공황이 다시 발발하였고, 2016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2017년 신용경색 등으로 폭발하면서, 부채가계의 대규모 파산, 기업의 대규모 도산 등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향후 지속적인 불황(일본식 장기복합불황)이 예상되는데, 이는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노동자ㆍ인민을 급진화시킬 것입니다.

 

 

3. 새로운 세대에 주목합시다

 

운동을 난폭하게 해체해 버린 극심한 반동기에, 우리 연구소는 지난 12년간 혁명적 이념과 이론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념과 이론을 갖춘 선진노동자들을 키워내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에는 개량주의ㆍ관료주의ㆍ패배주의가 여전히 지배적입니다. 연구소 내부를 보면 운영진이 충원되지 못하고 있으며, 조직 전반적으로 발전이 수년간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인생에서 20대의 시기는 세계관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어떠한 역사적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여 봅시다. 노동운동에서 의미가 있는 세대를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① 고양기 세대:

현재 50대 연령으로, 80년대를 20대에 경험한 세대입니다(위에서 언급한 세대). 이들은 고양기이자, 혁명운동이 부활한 시기를 단지 경험한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풍부한 경험과 승리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활동가의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이후 자본주의에 포섭되었습니다. 이들이 현재 운동의 지도부로서, 대공장의 정규직 노조로서, 여전히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은, 이제 운동의 혁명적 발전에 긍정적 역할보다는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② 반동기 세대:

현재 30대와 40대 연령으로, 1987년~2007년을 20대에 살아간 세대입니다. 이 시기는 80년대의 고양기가 절정에 달한 1987년에 시작됩니다. 1991년 쏘련이 붕괴되며 세계적으로는 반동기가 시작되지만, 한국에서는 노조운동의 경우 1997년까지 그 발전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1991년 이후 이데올로기가 해체되었기 때문에, 혁명적 세력이 아니라 개량주의 세력이 노조운동을 지도하게 됩니다. 97년 이후에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패배를 거듭하며 무너지고, 본격적 반동기가 도래합니다. 반동기 세대는 두 부분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현재 40대 연령입니다. 1987년~1997년을 20대에 경험했습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전노협ㆍ민주노총 건설, 96-97총파업투쟁 등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극심한 이데올로기 혼란을 겪었고, 30대 시기에는 처절하게 무너지는 운동을 경험했습니다. 운동의 막차를 탄 세대로 패배주의와 무력감이 매우 깊습니다. 반동성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그래서 쇠퇴기 세대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현재 30대 연령입니다. 신자유주의 공세가 전면화된 1997년~2007년을 20대에 경험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공세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투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막차라도 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내면화한 세대입니다. 노동운동 즉 단결을 버리고, 경쟁을 선택했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패배와 몰락은 이들에게 남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40대와 다르게 패배의식은 별로 없습니다. 자본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 자본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던 가장 반동적인 시기를 겪었습니다. 당연히 가장 반동적 세대입니다.

 

③ 과도기(혹은 자본주의 위기시기의) 세대: 이들은 혁명의 시대를 다시 열 수 있을까.

현재 20대 연령으로, 2007~2017년 20대에 경험했습니다. 2007년 세계대공황이 발발하며 한국도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2015년부터 다시 공황이 발발합니다. 이들은 또한 1997년 이후, 즉 삶의 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시기에 10대를 보냈습니다. 신자유주의 공세의 최대 피해자이고, 자본주의의 막차를 탈 기회조차도 사라진 세대입니다.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자본의 논리는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한국 사회, 즉 자본주의하에서 자신들의 삶이 절망적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급진화될 수 있습니다. 쏘련 해체라는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패배의식도 없습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투쟁, 2014년 세월호 투쟁, 특히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에서 이들 10대~20대의 진출을 주목해야 합니다.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2015년부터 투쟁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2015년 11월, 예년과 다르게 힘차게 타오른 민중총궐기 투쟁은 그 한 표현입니다. 최근 연인원 1000만 대중이 참여한 투쟁도 그 동력의 바닥에는 2016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악화된 경제위기가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대중의 자연발생적인 투쟁은 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투쟁을 혁명적 투쟁으로 발전시킬 주체는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시대에 10대 20대를 보낸 세대를 주목합시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떡고물을 경험하지 못했고, 자본주의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어야 합니다. 이들에게, 반동기를 혁명기로 전화시킬 역사적 임무가 주어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한 투쟁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이제는 이미 빛이 바래 버린 50대에게보다는, 아직은 가능성에 머물고 있지만 자라나고 있는 새 세대에게 주목합시다.

 

 

4. 다가오는 정세의 고양에 대비합시다

 

경제위기와 이후 만성적 불황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정세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화할 것입니다. 현재 거대한 규모로 진행 중인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는 그 서곡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주의 투쟁이 노동운동의 발전으로, 혁명적 운동의 발전으로 자리 잡기까지, 그리고 새로운 세대가 그 주체로 부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물론 알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세대와 혁명적 운동의 성장을 기다리고 지원하면서 이 기간을 넉넉히 버티어 냅시다. 그동안의 성과를 공고히 합시다. 간부진의 역량을 더욱 높여 냅시다. 다가오는 정세의 고양에 대비합시다.  [노/사/과/연]

 

 


1) 한때는 노동운동 지도자였던 정의당의 지도부, 민주당에 영입된 민주노총의 과거 지도부들을 보라.

 

2) 보다 정확하게는 2014년 4/4분기에 공황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것은 다음을 보라: 권정기, “한국경제의 동향과 현 단계”, ≪정세와 노동≫ 2016년 2월호(제120호), pp. 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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