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철로역정

 

우리는 알고 있었다.

2013년 겨울, 12월 22일 우리의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노동자들의 심장 민주노총을 침탈할 때부터 우리는 알고 있었다.

케티엑스 민영화저지 투쟁을 마치고 현장으로 복귀하던 그해 마지막 날.

분을 이기지 못한 박근혜 정권이 기어이 우리를 또 다시 도발할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때 우리는 말했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박근혜 정권 4년이 남은 것이 아니라

이명박근혜 정권 6년이 지나가고 있다고 우리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전경련의 청부입법 쉬운해고 평생비정규직을 노동개혁으로 사기칠 때 노동자는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 아니라 제거되어야 할 내부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선량한 농민 백남기 어르신을 물대포로 직사할 때, 함께 살자고 외쳤던 해고노동자 한상균 위원장님을 폭도로 내몰 때 우리는 결심했다.

총선 이후 개악이 불가능해진 노동법을 저들은 대놓고 무시할 것이란 걸 우리는 직감했다.

평생 사과라고는 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 폐기처분된 노동개악법을 관에서 끄집어 낼 때 우리는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5월 30일 교섭 도중 이사회를 강행할 때 조합원들은 본능처럼 파업배낭을 꾸렸다.

겨울옷도 챙겼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가족과 일터를 지키기 위해 잠시 다녀오겠노라 약속했다.

너희들만 모른다.

불법으로 매도하고, 겁박하고 회유하면 끝이라는 착각하지 마시라. 무노동 무임금 돈이면 다 된다는 오판도 하지 마시라. 불의한 권력과 돈에 굴복할 우리였으면 시작도 안했다.

파업에 참가한 신규조합원 조롱하지 마라. 너희들 눈에는 아직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인턴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성과퇴출제를 경험한 선배들이다.

평생 인턴으로 살 수 없었다는 청년노동자들의 외침을 너희들만 모른다.

주제넘게 걱정을 빙자하여 철도가족들 욕보이지 마라. 사랑하는 가족과 배려해야할 이웃이 없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당신들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시라. 우리에게는 돈과 권력으로도 얻지 못하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너희들만 모른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

노동3권을 유린하고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법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헌법부정 세력들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당신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들이다.

파업노동자의 자유를 일제 군국주의 잔재 업무방해죄로 가두려 하지 마라.

우리는 더 이상 무고한 노동자들이 범죄자로 취급받지 않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투쟁한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정의, 헌법의 수호자들이다.

우리는 미군정 폭압통치를 종식시키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 되는 민주공화국수립을 열망했던 1946년 9월 철도총파업의 후예들이다. 철도노동자들의 가슴엔 선배들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전태일 열사의 유언은 우리 노동조합의 최대강령이다.

20일까지 복귀하라고 최후통첩이라고 했다. 감히 최후라는 말 입에 올리지 마라.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오늘 우리의 투쟁은 철도노동자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 우리 모두가 운명처럼 함께 만들어 온 길. 철로역정이다.

 

2016년 10월 19일 파업 23일차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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