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박근혜 퇴진 투쟁에 관한 제언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박근혜 퇴진 투쟁의 대중적 양상은 폭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집회 주최 측이라고 불리는 노동ㆍ시민ㆍ사회 단체/조직들의 행보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심지어 투쟁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 투쟁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바를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어떤 관점을 잡고 이 투쟁에 임해야 하는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거센 파도가 칠 때는, 휩쓸려 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글에서 언급한 대로, 오늘 적은 글이 이미 낡은 글이 되고 있는 형국이므로, 투쟁의 목표와 전략, 대략적인 방향, 교란 요인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을 먼저 간략하게 짚어 보기로 하자.

1. 투쟁의 교란 요인

1) 교란 요인 1: 야당들

누구나 인정하듯, 지금 투쟁에서 가장 큰 교란 요인은 야당들이다. 왜 그러한가?

한국 사회는, 미국 및 유럽 주요국과 같은 정도로까지 완성된 형태는 아니지만, 이미 그에 상당한 정도로, 독점자본(재벌)과 새누리당류, 민주당류의 삼각 지배 체제가 형성되어 있다. 어느 당이 집권을 하든, 독점자본(재벌)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한다. 여ㆍ야 정당은 인민 대중의 피땀을 착취한 결과인 독점자본의 거대한 이윤으로부터 나오는 떡고물을 가지고 서로 물고 뜯고 싸우면서도, 이 떡고물이 나오는 체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웃으며 누구보다도 협력한다. 또한 한국에서 이 체제가 유지되는 데 이 땅의 지배층들과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에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미 제국주의 세력에 대해서도, 여ㆍ야 정당 모두는 공통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삼각 지배 체제 하에서, 지금의 야당들은 우선적으로 체제의 안정을 원하고 있으며(이것은 국정/정국 안정, 혼란수습 등의 말들로 표현된다), 이러한 체제 안정 하에서 자신들의 정치적ㆍ경제적 이익의 최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야당들은 인민 대중의 투쟁을 등에 업고 그것을 협상력 삼아 최대한 자신들이 유리한 국면에서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는데, ① 투쟁의 힘이 정권을 확실하게 퇴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는 안 된다고 판단되거나, 혹은 반대로 오히려 퇴진까지 너무 몰아붙이다가 분노한 인민 대중의 힘이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 즉 체제 안정을 해치는 수준에까지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박근혜를 일정하게 무력화시키고 책임총리가 수반이 되는 거국중립내각 수준에서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다. ② 하지만 야당들은, 투쟁의 힘이 더 강해져 정권을 확실하게 퇴진시킬 수 있거나, 혹은 인민 대중의 분노를 퇴진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수습할 길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하야 압박 총공세로든 탄핵으로든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조기 대선으로 갈 것이다.

아무튼 어떠한 경우에도, 야당들은 지금의 지배 체제 유지를 우선하며,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인민 대중들이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 대오를 형성하지 않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야당들에게 기대어, 야당들이 인민 대중의 정치적 대변자로 자처하는 것을 그냥 둔다면, 그 결과는 최악의 경우에는 박근혜가 그냥 재차 사과하고 꼬리를 자르고 넘어가는 것이 될 것이고, 한 걸음 정도 더 나간다면 인민 대중의 하나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퇴진 없이, 책임총리를 임명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될 것이다.

나아가 상황에 따라,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이처럼 야당들을 우리의 정치적 대변자로 그대로 용인한다면, 그 휘몰아쳤던 거대한 폭풍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아무것도 바뀐 것 없을 것이다. 아니, 더욱 가혹한 고통의 날들이 시작될 것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되돌아보면,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세계 경제 대공황 속에서, 집권한 저들이 앞으로 누구의 편을 들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나아가 현재의 야당들은, 독점자본(재벌)과 그 나팔수들(언론)이 이번 사태에게 정권을 어떻게 맹공격하는지를 보면서, 저들의 위력을 더욱 실감했을 것이고, 따라서 더욱더 저들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것이다.

(경제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것조차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물론 저들은 새누리당(류)의 정권보다는 세련된 방식으로 통치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독점자본의 지배 체제를 강화한다는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의 지배 체제 또한 철저하게 관철될 것이다(노무현 정권에서의 한-미 FTA 협상, 이라크 파병 등을 보라).

한마디로 야당에게 우리의 정치적 힘을 위임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이다. 향후 국면을 야당들이 주도하게 된다면, 이는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야당이라는 교란 요인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① 퇴진 투쟁의 모든 국면에서, 야당들의 본질과 성격을 폭로해야 한다. 저들이 집권했던 10년 동안의 반노동자ㆍ반민중적 정책들, 구체적인 행태들을 폭로해야 한다. 만약 상황이 발전해, 야당이 박근혜 퇴진에 함께 나선다면, 그 힘이 퇴진으로 같이 모아지면 될 뿐, 그것을 위한 별도의 연대나 협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저들도 그냥 와서 퇴진에 힘을 보태면 된다. 동시에 우리는 저들의 의도와 본질, 성격을 끊임없이 폭로하고 있어야 하는 바, 저들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을 때, 이제는 모든 화살을 저들을 향해 쏘기 위해서이다.

② 현재 야당이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고 있는 책임총리, 거국중립내각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또한 상황이 발전해 야당이 정권 퇴진/탄핵을 주장하고 조기 대선을 주장한다고 할지라도, 여기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이상의 주장들은 모두 지배 세력의 정국 수습책일 뿐이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독자적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현 투쟁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야 간의 거국 내각 합의, 혹은 박근혜 하야 선언 이후에는 모든 주도권을 야당 등 지배 세력들에게 빼앗기며, 정작 한마음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인민 대중들은, 최대치로 박근혜 퇴진을 이루어 내어도, 그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뿐이다.

③ 인민 대중의 투쟁이, 야당의 협상력으로 환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즉, 인민 대중이 독자적인 정치적 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민 대중의 투쟁은, 죽 쒀 개 주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2) 교란 요인 2: 부화뇌동

퇴진 투쟁 내 일부 세력은 어떤 의미에서건,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아니 야당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여당도 또 주요 언론들도(언론은 독점자본의 입이다) 주장하고 있는, 책임총리, 거국중립내각, 조기 대선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87년에 우리끼리 싸우다가 노태우에게 정권이 돌아가지 않았냐는 문제의식도 있고, 구체적으로 거국내각의 장관(고용노동, 해양수산, 농림축산식품, 여성가족, 보건복지, 환경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 (야권을 배제하지 않은) 민주주의ㆍ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치 공백을 메우자는 주장 등등, 여러 주장들이 있다. 이는 대개 박근혜를 무력화시키고 나면, 혹은 퇴진시키고 나면, 우리는 무엇을 하지라고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로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 우리는 아래와 같이 단호한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먼저 퇴진이 없는, 책임총리 하에서의 거국내각에 입각을 주장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일부 세력이 오랫동안 주장했던 선거연대(야권연대)를 통한 집권 시 우리 장관 몇몇이 입각해야 한다는 것의 연장선으로 보이는데, ① 현재는 야당이 주도해서 중립적인 인사, 여권의 인사를 포괄하는 내각을 예상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 우리가 주장한다고 해서, 과연 장관 자리가 주어질지 의문이다. ② 우리가 기를 쓰고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즉, 지금의 지배 체제(자본주의 체제, 부르주아 지배 체제, 독점 자본의 지배 체제)에서, 우리가 장관 한두 자리 얻는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심지어 현 혼란을 수습할 관리적 성격의 내각에 들어가서 저들과 더불어 지금의 체제가 안정화되도록 무엇을 어떻게 함께 수습하겠다는 것인가? 내 무덤은 내가 파겠다? 이러한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고 하신다. 과연 그런가? 아니 그럴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으신 것인가?

만약 거국중립내각에 퇴진 투쟁 세력이 입각한다면, 그것은 이 내각이 인민 대중의 투쟁까지를 반영한 내각이라는 저들의 선전에 이용되는 것일 뿐이며, 실상 내각에서는 실권이 전혀 없는 한 송이 장식용 꽃이 될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은, 박근혜 퇴진 투쟁의 성과를, 살아서 날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죽어버린 박제로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한, 그것이 관리형 중립내각이든, 혹은 퇴진 이후 연립정권의 입각이든, 한낱 장식품에 불과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ㆍ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정치 세력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치 공백을 메우자는 주장이다. 여기에 명확하게 현 지배 세력인 야권을 배제한다면 우리는 흔쾌히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분들의 기저에는 예의 야권 연대가 깔려 있다. 87년 우리끼리 싸우다 노태우에게 정권을 돌아가지 않았나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노태우나 김영삼이나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싸움에서 우리의 정치적 의식이 얼마나 성장하고, 독자적인 정치적 대오가 형성되느냐에 있다.

새누리당(류)에 정권이 갈까봐, 민주당(류)을 지지한다는 것에 정치의식이 머물러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다.

어차피 우리의 정치적 힘이 강하면, 야권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요, 우리의 정치력이 약하다면, 정국은 저들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① 정말 약하다면, 밟고 지나간다. 즉, 퇴진도 없고 뭐도 없고, 수습하고 그냥 넘어간다. ② 우리의 힘이 어느 정도 된다면, 여-야 공조로 수습한다. ③ 더 된다면, 야권이 주도해서 수습한다.

여기를 넘어서는 것이 우리가 투쟁에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즉, 이 정도도 안 되면, 같이 관리하자고 제안도 안 들어올 것이고, 혹 들어오더라도 장식품이 필요해서이고, 사실 이것을 넘어서서 함께 관리하자고 제안이 들어올 정도면, 우리는 이러한 공동 관리의 책임을 맡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가는 전망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상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정치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야권 연대를 먼저 추구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의 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은 야권으로 환원되지 않는 우리의 정치적 의식과 독자적 대오의 강고함에 달려 있는 것이다.

3) 교란 요인 3: 자유주의 시민단체, 평화 기조 등등.

수많은 시민단체들로 대표되는, 사회과학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소부르주아들, 이들은 야당들과 공생 관계이다. 주요 시민단체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정권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 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사상ㆍ이론적 기반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정당의 외곽에서 시민사회를 표방하며, 일정하게 지배 체제를 비판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근본적인 변혁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독점자본(재벌)과 새누리당류, 민주당류의 삼각 지배 체제의 보완물로서 지배 체제에 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로 박근혜 퇴진이 형해화되도록 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즉 야당+α 수준으로 우리의 정치적 한계를 제한하고, 실제로 인민 대중이 독자적인 정치 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친다면 함께 외치도록 하되, 저들의 의도, 본질과 한계를 끊임없이 폭로해야 한다. 저들 시민단체들이 없다고 투쟁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과감할 때는 과감하게 저들을 폭로하고 치고 나가야 한다. 시민들이 언제까지 저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면, 우리는 한 발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투쟁의 전진에 저들이 발목을 잡는다면, 그 발목 잡은 저들의 손을 잘라버려라! 그 피가 인민 대중을 정치적 각성으로 이끌 것이다.

사실 저들은 내용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보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주창되는, 축제로서의 시위, 평화 기조 등등이다. 실제로도 집회ㆍ시위 참가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에 대한 온ㆍ오프라인에서의 논쟁이 뜨겁다.

저들은 주장한다. 보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투쟁의 톤을 낮춰야 한다. 강력한 투쟁 전술은, 시민들의 참여를 막는다. 역풍이 분다.

11월 5일, 13-4만 정도의 대오가 광화문 광장에 운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종로, 을지로 등지를 행진하고, 다시 발언하고, 노래하고,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고 수차례 외쳤다. 조ㆍ중ㆍ동을 비롯한 언론은 성숙한 시민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풍이 분다고?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저들이 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입해 왔던 그 벽 속에서 갇혀 저들의 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선을 넘으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그렇다, 당연히 그것이 저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때, 저들에게 칭찬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A와 B의 이해관계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면, 정반대라면, 즉 적대적이라면, 그것을 해결하는 길은 충돌밖에 없다. 충돌이 없고서는 새로운 단계는 열리지 않는다. 그 외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절충과 타협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저들과 절충하고 타협해야 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가?

11월 5일과 같은 최근의 집회 기조는 이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였으니, 야권이 해결해 주시오! 여기에 우리의 독자적인 역할은 없는 것이다. 독자적인 역할은 독자적인 목표, 독자적인 대오, 독자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의 지배 세력에 결연히 맞설 때 형성되는 것이다.

내가 지배층이라고 해도, 11월 5일과 같은 집회는 내게 아무런 압박이 되지 않겠다. 그러니 그 이후에도 저들은 이처럼 모든 사안을 뭉개고 가는 것이 아닌가? 11월 12일 집회에 50만, 100만이 모여도 이날과 같은 기조로 노래 부르고, 행진했다 다시 돌아가 정신의 승리만을 선언한다면, 천 번이고 더 집회를 해도 나라면 그냥 뭉개고 가겠다.

우리는 광우병 시위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해야 이길 수 있다고? 70만, 근 100만 촛불이 광우병 시위에서 이미 타올랐다. 그런데 우리 밥상 위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버젓이 올라오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촛불과 행진, 행사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기조로는 얼마나 많은 인원이 모여서 외치든, 야권의 협상을 위한 행사로밖에 역할하지 않는다.

얼마가 되었던 독자적인 목표, 독자적인 대오,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자! 박근혜 퇴진을 넘어, 지배 세력에 맞선 결연한 투쟁을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자! 야당들로 환원되지 않는, 우리의 정치적 힘을 형성하자!

2. 기본 목표와 전략

이상 교란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교란 요인들을 회피하며, 우리가 견지해야할 이 투쟁의 기본적인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투쟁이 성과 없이 끝나서도 안 되며, 결과가 여-야 간 합의의 수준으로 전락해서도, 야당의 성과로 남아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넘어서는 성과, 즉 우리의 성과를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기본적인 목표는 박근혜 정권 타도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것이, 지금부터 박근혜 타도와 함께 우리의 독자적인 목표들을 걸고 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박근혜 타도에 멈춰서는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 타도에까지 이른 힘으로 인민 대중은 더욱 전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야권에 희석되지 않는 독자적인 목표를 주장하는 세력이 강고하게 결성되어야 한다.

11월 10일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약칭 퇴진행동)이 출범한다. 아마도 향후 투쟁의 구심점으로 역할하게 될 이 단체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4ㆍ16연대, 민주주의국민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이 주축이 되어 각계각층이 함께 결성한 단체이다.

따라서 이 속에는 앞서 말한 교란 요인들이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우리는 이 속에서 활동하며, 박근혜 정권 타도는 기본이고, 야권 연대에 반대하며, 타도 이후에 쟁취할 정치ㆍ사회적 목표들을 일정하게 공유하는 단체ㆍ조직의 독자적 블럭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그 블럭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퇴진행동에서 함께 활동하되, 그것을 넘어선 우리의 정치ㆍ사회적 목표들을 선전ㆍ선동하고, 지배계급에 맞선 독자적인 행동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 기본 목표

– 박근혜 정권 타도 +α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이 땅에 살면서 인민 대중이 제시해 온 수많은 요구 사항들이 정식화되어야 할 것이다.

② 대중적으로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인민 대중의 정치적ㆍ사회적 권리의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것들도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전략

– 퇴진행동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퇴진에 동의하는 모든 단체, 조직과 함께 활동한다.

– 그 속에서 박근혜 타도, 야권을 포함한 지배층과의 연대 반대, 앞의 기본 목표들을 일정하게 공유하는 독자적 블럭을 구축한다.

– +α의 목표들은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일단 박근혜 타도를 우선하며, 동시에 이 투쟁이 타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제 단체ㆍ조직이 함께하면서, 선언적인 목표들이 아니라 투쟁의 과정에서 제기되며 정식화되는 목표들을 맞추어 가면 될 것이다.

– 정치ㆍ사회적 목표들을 선전ㆍ선동하고, 지배계급에 맞서 독자적인 행동을 전개한다.

– 독자적인 목표, 대오, 행동으로, 퇴진행동 및 인민 대중을 견인하며, 동시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을 폭로ㆍ고립시킨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가 쟁취해야 할 목표들은 인민 대중의 각박한 삶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정말 단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반드시 쟁취하고 싶다.

인민 대중의 정치적 의식의 성장을 억압ㆍ지체ㆍ왜곡시키고, 그 정치적 권리를 심대하게 탄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철폐는, 이 투쟁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최소한의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3. 투쟁 방향

1) 인민 대중이 스스로 각성하고 권력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야권을 폭로해야 한다. 야권과 연대하려는 세력들도 폭로해야 한다. 인민 대중의 분노를 모아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야 하며, 그 요구를 상승시켜내야 한다.

즉, 정권이 바뀌어도 지금의 지배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투쟁으로 정권을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야당에게 우리의 삶을 개선시켜 달라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짓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 대중 스스로가 각성하고 권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주체를 형성시킬 수 있는 시발점으로서, 독자적인 블럭이 독자적인 목표와 선전ㆍ선동, 행동을 전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2) 권력에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인민 대중을 권력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먼저 권력에의 의지가 필요하다. 퇴진행동은 경기, 부산 등의 퇴진본부와 함께 전국적인 퇴진본부로 체계를 갖춰 나갈 것이다. 즉, 이 투쟁의 전국적 구심점이 될 것인데, 우리는 여기서 전국적 시야를 가지고 전국적 조직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권력은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에서의 힘 관계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3) 조직 노동자 사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87년과 지금 투쟁의 주요한 변별점은 조직 노동자 대오의 존재이다. 87년은 조직 노동자가 형성되는 시기였고, 지금은 87년의 성과에 기반한 민주노총이라는 조직 노동자 대오가 존재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들이 교차하며 민주노총의 투쟁력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지만, 노동자ㆍ근로 인민 대중과 정치적 이해를 함께하는 당이 부재한, 한국의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나름의 역할을 해 왔고, 지금도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중앙에서는 지속적으로 총연맹 차원의 총파업이 결의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로부터 조합원들의 의지를 모아내고, 위에서는 투쟁을 해태하는 산별/관료들을 폭로해 내야 한다. 하루 이틀 파업 행동에서, 점차로 자신감을 얻어, 나중에는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으로 그 투쟁력을 상승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총파업에 목을 맬 수는 없다. 당장에 파업이 어려운 노조는, 지역 집회 참가, 지역 집회에서의 가두 투쟁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즉, 자신들이 처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최대/최선의 전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총연맹, 산별, 단위 노조에서는,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가? 특히 노동자계급이 왜 지금 싸워야 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 지금 투쟁의 의미와 목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양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총파업의 결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임과 동시에, 한국 노동자계급 스스로가 정치적 주체가 되는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처럼 그냥 노동자당 만들어서 (부르주아) 선거에서 표 찍어달라는 정치세력화, 당은, 사실 진짜 노동자 정치세력화, 당의 길이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바로 지금 국면에서 교양 사업과 실제의 행동들 하나하나가 바로,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당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선전ㆍ선동과 함께, 다양한 가두 전술로 투쟁의 열기를 상승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시민의 이름으로 집회에 나오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도 선전ㆍ선동을 진행하며, 투쟁 속에서 스스로를 조직할 수 있도록 고양시켜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계급과 인민 대중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가두 전술을 구사하며, 투쟁의 열기를 상승시켜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대규모 집회에서는 조직 노동자 대오가 선두에서 집회를 이끌며 지배 세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내야 한다. 그러면서 인민 대중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처럼 인민 대중들은 쉽게 선두에 나설 자신감이 없고, 조직 노동자 대오는 그냥 시민 속에 묻혀 있고, 집회 주최 측은 강력한 가두 투쟁을 지양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정말 이도 저도 안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역풍은 바로 이것이다. 어디서(주로 언론) 불어오는 역풍이 아니라, 자가 발전한 역풍!

대규모 집회에서 선두에 서서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독자적 목표와 행동을 가지고, 대중을 이끌고 대규모 집회의 일정한 부분에서 대중을 선동하며, 적들에게 타격을 가하는 전술 구사도 가능할 것이다.

그 외, 아무튼 총파업부터 작업장 대자보 쓰기, 학교 대자보 쓰기, 거리 포스트잇 붙이기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들을 실천으로 옮기자. 단, 행동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목표의 투쟁의 의미에 대한 선전ㆍ선동을 강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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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간략하게 짚어야 할 부분들을 살펴보았다.

12일 집회 이후, 어떤 식으로든 여-야 간의 협상은 시작될 것이다. 즉, 정국은 급속하게 변화해 갈 것이다. 야권은 12일 투쟁의 정도를 협상력 삼아 협상에 임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가다간, 실제 퇴진도 못 시키고, 혹 조금 더 잘해서 퇴진은 시키더라도 실제로는 그것은 우리들의 의도가 아닌, 저들의 의도에 농락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즉, 박근혜 정권의 무력화, 퇴진은 실제 지금 여권을 포함한 제 정치 세력, 언론 등의 준비, 태도 등을 보아도, 인민 대중의 요구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저들은, 일정한 수준에서 박근혜 도당을 무력화시키고, 보다 합리적인 보수연합정권, 혹은 개헌을 통한 그 연합의 장기적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지배층의 의도에 놀아날 것인가? 아니면, 저들에게 카운터펀치를 한 방 먹이고, 우리의 길을 찾을 것인가?

오늘 전부를 얻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갈 수 있는 최대치를 가겠다는 생각으로 투쟁을 전개하자! 목표를 높게 잡지 않으면, 지금의 속도로는 그 근처에도 이르지 못할까 두렵다.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었다. 사태를 수습하는 저들의 발은 너무 빠르다. 더 과감하게 과감하게 속도감 있게 전진하자! 60년, 87년과 같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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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자유게시판에 소개했습니다만 마락가/모로코 역시 현실은 유사하게 전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은 MMLPL(마락가/모로코 ML주의 무산 노정)과 같은 변혁정당이 존재하는 데 노사과연과 노정협도 이 만큼의 규모(물론 마락가/모로코의 정당도 규모있는 정당은 아닙니다. 자세한 규모는 확인 불가입니다.)만 있어도 다른 현실에 대해서 기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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