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의 책> 탄압은 노동자계급 사상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다!

이진영 | 자료회원, <노동자의 책> 대표

 

 

 

다음은 <노동자의 책>과 어느 회원과의 대화를 간추린 것입니다. 본 국가보안법 사건과 <노동자의 책>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엮었습니다. 참고로 7.27.에 <노동자의 책>은 압수수색으로 상당수의 책과 스캐너 등을 압수당하였습니다(국가보안법 제7조 1항, 5항 위반).

 

<노동자의 책>은 기본적으로 맑스주의 고전, 그리고 맑스주의에 영향받은 철학, 역사, 문화, 문학, 경제, 사회분야의 도서들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도서들은 주로 8-90년대에 발간된 책들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그 시대에 집중적으로 맑스주의 관련 서적, 맑스주의에 영향받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탄압은 다시 노동해방사상의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지배계급 위기감의 산물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       *       *

 

혹시 이러한 작업에 대하여, 그 책들은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나? 현재적 필요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일견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맑스주의 고전들이 언제 출판되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100년이 훌쩍 넘은 책들이 8-90년대에 출판되었습니다. 그리고 8-90년대에 맑스주의 서적은 대부분 금서였고, 그 금서에 목마른 이들이 지하출판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일본서적들을 가지고 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체제라는 것을 연구 분석한 ≪자본론≫, 제국주의체제를 분석한 ≪제국주의론≫, 쓰딸린주의하의 쏘련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배반당한 혁명≫ 같은 책들은 여전히 자본주의-제국주의체제하에서 이를 해방시키고자 하며, 20세기 사회주의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실천적으로 파고드는 독자들에게는 과거의 철 지난, 그래서 무용지물인 헌책이 아닌 것입니다. 이른바 공자, 맹자 등이 쓴 책들이나 ≪삼국지≫, ≪성경≫ 같은 책들도 철 지난 헌책들이건만 여전히 잘 읽혀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스테디셀러하고 베스트셀러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요. 오랫동안 읽히는 책이 고전이라 하며, 그런 고전도서들을 읽기를 권장하고, 또 그중에서도 이 사회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분투하는 자들에게 그런 혁명적인 고전도서들을 읽기를 권장하는 것이지요.

물론 시대성에 의해서 의미가 퇴색한 책들도 있기는 합니다. 가령 87년도 임금인상투쟁분석이라던가 80년대 사회구성체논쟁 같은 책들은 당시대의 현실적 요구에 의해서 나왔던 것이지요. 헌데 그런 시의성 있는 책들도 그 책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당시 혁명진영이 어떻게 고민하였고 어떠한 전략적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그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왜 구닥다리 책들이 뭐 볼 게 있다고 계속 작업하냐구요. 신간들을 봐라. 시대에 맞는 책들을 봐라. 이런 소리들이요. 그러나, 치열했던 시대에 걸맞게 치열한 책들이 나왔었고, 그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과거였기 때문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분출되어 나왔던 민중의 항쟁, 그리고 그 앞에서 혁명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글들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일컬어 아카이빙한다는 말을 하는데요, 저는 단순히 아카이빙 즉 자료를 보관하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치열했던 8-90년대의 한국사회혁명운동의 풍부한 논의가 오늘날에도 교훈적으로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역사적 되새김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교훈적으로 그 당시 운동의 실패와 성과를 재흡수해 내는 것으로 다뤄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운동전선을 떠나갔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이면에는 사회주의의 몰락, 붕괴가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맑스주의 변증법적 방법으로 이러한 몰락, 붕괴의 원인을 꿰뚫는 혜안의 단초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노동자의 책>은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인가 아물아물한데, 대구쪽인가 경찰에서 소환장을 보내왔습니다. 조사하겠다구요. 그러나 며칠 뒤에 “그냥 생업에 종사하시라, 없던 일로 처리하겠다”라고 전갈이 왔었어요. 그러다가 7.27.에 일이 터진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맑스주의 서적의 보급이 늘어가는 것에 위축을 주려는 행동 같아 보입니다. <노동자의 책>이 광범위하게 시동을 걸면서 책도 많이 업로드되고, 회원도 점점 늘어가니까 이 흐름을 차단해야겠다, 이런 기본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고, 게다가 철도파업을 앞두고서 ‘껀수 하나 잡아야겠다’라는 생각 속에서 이번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로 이북서적이었지요, 시비를 건 것이.

 

 

그런데 이북에 대해서 지지하지 않는 듯이 보입니다. 뜨로츠끼 사진이 있는 걸 보면. <노동자의 책>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왜 이북책을 많이 올려놓으신 건지요?

 

어, 저는 물론 뜨로츠끼주의자이지만, 기본적인 편집방향은 이른바 한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책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즉, 제 생각과 편집방향과는 별개라는 것이지요. 어떤 책을 작업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저는 한국사회에 많이 영향 끼친 책을 주로 하는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세력은 NLPDR 즉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에 입각한 도서들입니다. 그리고 주체사상이구요. 솔직히 주체사상총서를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총서를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설사 구했다손 치더라도 그걸 아직 올릴 때가 되지는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북에서 나온 주체사상 씨리즈를 올리지는 못하고 김일성의 저작들을 편집한 책이나 이북소설, 그리고 한국 주체주의자들이 쓴 책들, 가령 ≪강철서신≫ 같은 책들을 많이 올리려고 했지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었습니다. 근데 그게 제 오판이더군요. 그런데 후회는 없습니다. 검찰ㆍ경찰은 심지어 ≪자본론≫까지도 이적표현물이라고 하는 마당에 더 할 말이 나오지 않더라니까요. 이북,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DPRK에 대한 문제는 한국 운동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 문제를 비켜가서는 올바른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 이북의 역사적 자료들은 더더욱 발굴되고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작업을 한 ≪말≫지를 보면 이북에서 검사생활을 했던 장기수출소자가 박헌영은 미제의 간첩임이 확실하다고 한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이처럼 논쟁거리도 많고 해명되지도 않은 문제들이 많으며, 무엇보다도 한국의 운동진영에서 주체사상주의자들의 영향은 막대했기에 더욱 조명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향후 재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런지요?

 

무엇보다도 있는 사실 그대로를 주장할 것입니다. 만약 제가 사회주의자인가, 사회주의 폭력혁명을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나온다면 거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엄연히 <노동자의 책>이라는 전자도서관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팩트로만 진행되어야 할 법정에서 굳이 제 신념을 말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소된다면 주로 책에 관한 것인데, 그 책의 내용을 두고 왈가왈부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사상의 자유를 가지고 싸워야 할 것이므로 그 책 내용이 사회주의 폭력혁명을 선동했다손 치더라도, 그걸 보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라는 방향에서 싸우고자 합니다. 그렇게 한국체제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사상의 자유탄압이거든요. 자신만만하면 주체사상총서도 정권 스스로가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스스로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반체제 서적을 금압하는 행위는 언어도단입니다. 자기들이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삼는 미국에서는 공산당이 합법화된 지가 오랩니다. 미국국기를 불태우는 것도 표현의 자유영역이라고 합헌되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공산당합법화나 태극기를 불태우는 것 등등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분단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분단 상황에서 한국의 지배정권이 자신만만하다면, 즉 자신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면, 자유민주주의가 만개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그래야 탈북민도 늘어날 것이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몰려들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은 이 정권, 이 체제가 좋아라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탈북민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게 많습니다. 어? 국가보안법은 체제수호법인데, 자유민주주의 나라 아닌가?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체제를 선택할 자유, 체제 선택에 대해서 선전하는 책을 볼 자유도 없다는 말인가라는 식의 얘기 말이지요. 어느 탈북민이 한국은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부러워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래서 3대 부자세습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 비판의 권리, 선출 소환권의 자유를 반체제선동의 도서를 출판하고 열람할 수 있는 자유에까지로 확대시켜야 함은 바로 체제 자체의 자신감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 할 일 아닐까 합니다.

 

 

사건이 나고 나서 이탈한 사람들이 많았나요?

대략 후원회원의 10% 정도가 탈퇴를 하긴 했습니다. 좀 난감했지요. 그중에는 꼭 책을 보고 싶은데 사정이 안 된다며 무료회원을 간절히 호소한 사람도 있었고, 자신은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더 이상 머물기가 곤란하다는 사정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노사과연에서 ≪자본론≫을 수강했던 사람도 포함되어 있어서 무척 놀라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이에 반해 힘내시라면서 응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어차피 체제위기를 느끼고 있는 한국자본주의사회에서 맑스주의 서적을 보려면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음이 확인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맑스주의 서적이라기보다는 주체사상, 친북도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닌가요?

 

아닙니다. 카렐 코지크가 쓴 ≪구체성의 변증법≫ 또한 이적서적으로 판정내려졌습니다. 이 책은 변증법에 대해서 대단히 약하게 쓴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체사상서적, 친북서적만 문제 삼은 게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자본론≫도 이적서적입니다. ≪자본론≫에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한 마디도 안 나옵니다. ≪자본론≫은 자본주의체제를 경제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소위 팩트에 근거해서 자본주의체제를 규명한 경제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자본주의체제를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서적 모두를 싸잡아 문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압수영장에는 <노동자의 책>에 올려진 모든 것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경찰 말로는 단 한 권이라도 있다면 이적행위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라는 소설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그들 잣대로는 자본주의에 문제 삼는 모든 서적이 기소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경찰에서 4회 조사를 받았구요, 검찰로 송치된 단계에서 아직 연락이 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불구속수사는 구속수사에 비해서 한계시점이 불명확한 관계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입니다. 2013년 상반기에 터졌던, 철도노동자로 구성된 <한길자주노동자회>사건은 구형이 3년여 만에 치루어졌습니다. 저 또한 아주 길고도 긴 기간을 옥죄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이 활동을 그만두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반체제도서의 열람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위축감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하겠습니다.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갈 길이 좀 멀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지요. <노동자의 책>을 성원해 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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