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김해 ≪자본론≫ 쎄미나를 마치며…

윤남식 | 김해 ≪자본론≫ 쎄미나 팀원

 

나는 현재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다. 우연찮게 시작한 사회복지학을 나는 처음에 아주 우습게 보았다. 한데 쉽지 않다. 공부를 하면서 복지국가에 대해 희망도 살짝 가졌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세상이 복지국가라는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사회복지에 대한 관점도 아주 다양하게 개념화되기도 해서 ‘과연 뭐지?’라는 생각으로 늘 만족스럽지 못한 채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다니던 학교에서 ≪자본론≫ 쎄미나 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정말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자본론≫을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나는 학교에서 늘 좌파로 분류되었다. 교수님이나 대학원생들이 어떤 기준으로 나를 좌파로 보는지 알 수 없다. 내가 근거로 드는 예에서 맑스의 사상을 보았을까? 어설픈 나의 견해로 인해 그랬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맑스가 쓴 책도 제대로 읽어 보지 못한 채 맑스주의자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나는 좌파라고 인정받기에는 좌파에 대한 공부가 너무나 부족하고 무식하다. 맑스의 글 몇 줄 겨우 학부시절에 읽은 정도이며, 이후에도 제대로 공부해 본 기억은 없다.

그래, 이왕 맑스주의라는 어설픈 꼬리표를 달았으니 제대로 좌파의 기본서를 공부해 보자! 맑스가 무슨 말은 했는지 제대로 확인해 보자. 정말 맑스의 사상이 지금도 여전히 새 세상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자본론≫ 공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맑스는 말 그대로 천재였다. 어쩌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글귀 하나하나가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기의 천재, 새로운 세상을 주창했던 천재를 글로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자본론≫을 공부하면서 맑스를 직접 만나는 것처럼 행복했다. 어떤 때에는 쎄미나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날이 거듭될수록 천재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나의 교양이 한스럽기 시작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곰이 되기로 했다. 그냥 견디기로, 성실하게 꾸준히 쎄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자고 마음먹었다.

≪자본론≫ 쎄미나를 하면서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 팀장님과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귀에 부지런히 담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그들은 내게 알려 주었다. 맑스의 대단하고도 어려운 연구 결과는 나에게 큰 벽이기도 했지만 함께하는 팀원들은 나에게 친절한 과외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하고 싶은 공부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때로는 꾀가 나기도 해서 살짝 핑계거리라도 만들어 볼라치면 혹시라도 나 때문에 귀한 시간을 버릴까 봐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발제글을 정리했다.

지금 생각하면 3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준 것은 맑스의 학문에 대한 나의 짝사랑과 우리 팀원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모자라는 이해력 때문에 발제문은 읽은 쪽수와 맞먹는 수준의 긴 글이었는 데도 잘 참고 들어준 우리 팀장님과 팀원들이 참 고맙고 또 고맙다. 감사한 일이다.

아~ ≪자본론≫ 완역본 5권을 모두 읽었다. 아니 읽어냈다. 3년이 걸렸다. 이제 맑스의 마음이 조금은 읽혀진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철저한 연구로 ≪자본론≫을 썼는지. 나도 그의 연구 자세를 본받아 열심히 학문에 정진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엥겔스와의 우정도 읽힌다. 둘은 참으로 행복했겠다 싶다. 자신을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과 우정을 나누었으니 말이다. 부럽다. 나도 그런 동지들과 일하고 싶다.

그럼에도 ≪자본론≫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참 어렵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하신 김수행 교수님의 ≪자본론≫ 번역 개정판이 올해 다시 나왔다고 한다. 개정판에 또 욕심이 난다.

글자로 ≪자본론≫은 한 번 보았으니, 이제는 글로 ≪자본론≫을 읽고 싶다. 내년 가을에는 다시 맑스를 찬찬히 제대로 만나 볼 생각이다. 나를 들뜨게 한 맑스와 ≪자본론≫을 말이다. 그와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3년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살인적인 일정에도 먼 길을 마다 않고 늘 학습자보다 더 많은 애정으로 팀을 이끌어 주신 팀장과 각자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우리 팀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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