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고 임미영 동지를 그리며

최상철 | 운영위원

6월 28일은 연구소의 고 임미영 회원의 기일이다. 임미영 동지와는 2002년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한노정연>) 쎄미나에서 처음 마주쳤다. <한노정연>에서 기회주의자들이 채만수 동지를 사실상 축출한 후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새로이 <노동사회과학연구소>를 창립하여 삼각지의 옥탑방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연구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난 후 연구소의 상근활동가로서 연구소 활동의 첫걸음을 내딛었고 임미영 동지와는 회원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동지는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정확하게 나를 기억해주었으며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수명의 비상근 운영위원ㆍ편집위원과 상근자 1인이 주된 활동을 하는 작은 연구소에 부족한 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동지는 부족한 점을 많이 보았음에도 어지간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루는 실내화를 한 뭉텅이 사들고 오셨고 덕분에 창립 이후 2년 이상 쓰던 실내화들을 새 것으로 바꾸게 되었다. 깨끗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는 둔감해서 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 많은데 동지는 말없이 알려주었다.

동지는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연구소의 주요 활동에 꼬박꼬박 참석하였다. <구속노동자후원회> 운영위원으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후원회 사무처장으로 <사월혁명회> 여성위원장으로 그리고 <삼성일반노동조합> 사무처장으로서 수많은 활동을 하는 중에도 연구소의 주요한 일정에 함께하였다.

내가 겪은 생전 고인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겠지만 생전 고인은 다른 동지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동지적 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었음에도 그것을 공론화하여 해결하려기보다는 나지막이 털어놓으시고는 그냥 묻어두셨다. 고인의 방식에 다 동의하지는 못하겠지만 임미영 동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연구소에서 토론을 하다가 민족해방파(NL) 주류에 대한 비판이 스쳐가듯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다소 민감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하지만 동지는 우리도 그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면서 여유롭게 받아넘기셨다. 그러나 감옥에 있는 동지들을 위해 싸울 때 삼성 자본과 싸울 때 동지는 그 누구보다 분노하는 투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번은 채만수 동지 댁에서 동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동네 어린 아이가 물건을 훔쳤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그 어린 아이에게 모질게 학대하였다는 것이었다. 동지는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 일로부터 분명히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동지는 어린 시절의 잔인했던 모순 가득한 사회를 접하고 그로부터 자신의 활동에 대한 추동력을 끊임없이 이어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언젠가 동지는 스스로를 날 때부터 공산주의자라고 하셨다. 자신에 대해 그렇게 대담하게 규정하는 발언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어떤 혁명가로부터도 듣지 못한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동지는 그 발언에 결코 부끄럽지 않을 삶을 살다 가셨다. 가냘픈 몸이 더욱더 야위어 가는 동지를 보면서 좀 쉬셔야 하는 것 아니냐 말했을 때 동지는 마른기침을 하면서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 몸으로 운전대를 붙잡고 감옥에 있는 구속자를 만나러 가셨다. 그 몸으로 거리에서 거대한 삼성자본과 맞서 싸우셨다. 그러다 동지의 몸이 그조차 허락지 않아 입원을 하셔야 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동지는 영원히 잠이 들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사월혁명회> <삼성일반노동조합>, <전태일노동대학>. 어떤 이가 이렇게 성격이 상이한 다양한 조직에서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어떤 활동가가 그 모든 조직에서 자신을 기억하도록 삶의 불꽃을 태우다 갈 수 있었겠는가.

고인의 2주기 추모제에서 채만수 동지의 발언대로 고인의 삶은 우리에게 다음을 가르쳐 주었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을 통일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제국주의에 대한 인식 없는 편협한 노동자주의적 경제주의도 몰계급적인 통일운동도 결코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것을. 글을 줄이며 2011년 7월 18일 <삼성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는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동지의 사진을 다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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