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가면을 벗겨라! ― 8월 6일 갑을오토텍 투쟁문화제 정의당 노회찬 의원 발언에 대한 단상

이상배 | 회원

저녁 7시 투쟁문화제를 앞두고 정의당 국회의원 노회찬이 갑을오토텍 공장을 찾아왔다. 그리고 갑을오토텍지회 지회장,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직무대행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후 문화제 발언을 통해 노회찬이 어떤 의도를 갖고 현장에 찾아왔는지 짐작은 할 수 있다.

1.

노회찬: 벌써 갑을오토텍의 사용자 한 명이 감옥에 가 있지 않습니까. 계속 감옥으로 가고 싶다면 지금 하는 짓을 계속 하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이 기업을 잘 운영해서 돈도 좀 벌어보고 싶다면 지금 하고 있는 노조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 이것은 짐짓 갑을자본을 향한 엄중한 경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반대다. 이것은 오히려 갑을자본을 향한 진심어린 충고에 가깝다. 감옥에 가지 않고 손해 없이 돈도 벌어가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충고다. 갑을오토텍지회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갑을자본은 갑을오토텍 인수 시 총자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자본금만 사용했으며, 그마저도 대출을 받았다. 그 후 회사 자산을 갑을자본 계열사와 해외공장으로 빼돌렸을 뿐만 아니라, 2015년 공장을 매물로 내놓기까지 했다. 먹튀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노회찬은 이것을 비난하지 않는다. 단지 갑을자본의 먹튀 방식이 너무 눈에 띄어 전 사회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니 자제하라고 충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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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회찬: 지금 갑을오토텍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최근 법원에 의해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합법 쟁의행위입니다. 법으로 보호받고 보장받고 있는 행위입니다. 지금 법원은, 지난 2008년 갑을오토텍 노사 간에 맺어진 합의사항, 즉 경비업종을 외주할 때는 노사 간 협의를 하기로 한다는 합의내용이 아직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경비업종 외주화가 여러분들의 쟁의 요구사항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 행위는 쟁의행위의 연장으로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합법입니다.

‣ 노회찬은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를 드러내는 발언이다. 노회찬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 법의 편이다. 합법에 대한 거듭된 강조는 2가지를 의미한다. 하나, 노동자들에게 절대 법의 테두리를 넘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족쇄를 걸어놓는 것. 둘, 노회찬은 법을 유지하고 집행하는 자의 편에 서 있다는 자기고백이다. 하지만 그는 자본주의 체제의 법과 제도는 오로지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위해 만들고 움직이며, 저들의 통제를 넘어서는 민중의 투쟁을 제도 내로 흡수하고자 극히 일부의 완충 장치를 마련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

3.

노회찬: (용역경비를) 회사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불렀습니까? 이 갑을오토텍 회사 시설은 제가 보기에 갑을오토텍 노조원들에 의해서 잘 보호되고 있습니다.

‣ 탈무드에 나오는 한 노예와 그 주인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 아버지가 아들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숨을 거두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노예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너에게 모든 재산을 주겠다. 대신 내 아들에게 내 재산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가질 수 있게 전해라. 노예는 신이 나서 아들을 찾아가 위와 같은 말을 전했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재산 중 말을 전하러 온 그 노예를 선택했다. 노예의 재산 역시 모두 아들의 것이 되었다. 노회찬의 말은 이 고사와 다름없다. 즉, 원래의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그 재산을 훼손하지 말라고 노동자들에게 명령한 것이다.

4.

노회찬: 경찰은 뭘 보호하는 것입니까? 누구를 옹호하는 것입니까? 폭력집단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있습니까? 합법으로 쟁의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습니까? 경찰이 잘 판단해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경찰이 불법행위를 비호하는 불법행위자들의 하수인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 만약 노동자가 불법과 폭력으로 투쟁하면 노회찬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아마 주저 없이 노동자들에게 불법과 폭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위에도 말했지만 그는 노동자의 편이 아니다. 자본가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의 앞을 막아서는 중개인에 불과하다. 경찰은 자본의 노조파괴를 폭력을 엄호하는 공범이다. 경찰 역시 가해자로 대가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노회찬은 경찰에게 선택 운운하며 면죄부를 주고 있다.

5.

기사에는 수록되지 않았으나 뒤에 이어진 발언이 더 있다.

노회찬: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치가 잘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정의당은 작은 정당이라 힘이 부족합니다.

‣ 이번 사기극의 정점을 찍는 발언이다. 자본주의는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을 일방적으로 착취함으로서 성립된다. 이런 일방적 착취-피착취 관계가 존재하는 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 그런데 노회찬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숨기고 정치를 잘 하면 자본가와 노동자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양 거짓말을 하고 있다. 노회찬이 말하는 평화는 자본가에 의한 영원한 노동자의 착취일 뿐이다. 자본가계급의 권리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도 생산관계를 통해 관철된다. 굳이 약자의 권리를 법률에 기록함은 그만큼 부정되거나 힘에 따른 일방적인 관계가 관철되기 쉬운 탓이다. 그마저도 피지배계급의 요구와 투쟁이 없다면 만들어지지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법은 겨우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결론. 저들의 사기행각에 휘둘리지 말자. 애초 저들이 나타난 시점을 따져봐야 한다. 60차가 넘는 자본의 교섭회피 동안은 본체만체하다가 투쟁이 격화되고 공장이 점령당하자 슬그머니 나타나 자본과의 중간다리 역할을 맡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공장이 다시 자본의 손으로 넘어가면 저들은 또 본체만체할 것이다. 기륭, 쌍용자동차, 구미 KEC, … 저들은 투쟁이 격화되는 곳이면 언제나 나타났지만, 상황이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 즉시 꼬리를 감췄다. 자본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은 오직 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들어진다. 저들의 간계에 기대를 걸고 흔들려서는 안 된다.

가면을 벗겨라!

― 8월 6일 갑을오토텍 투쟁문화제*1),

정의당 노회찬 의원 발언**1)에 대한 단상


* 갑을오토텍지회 파업 34일 차, 철야농성 31일 차, 직장폐쇄 11일 차, 용역투입 6일 차.

** 노회찬의 발언들은 다음을 참조하라. 박상진, 갑을오토텍 노동자 만난 노회찬 합법적 쟁의행위회사는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당장 멈춰야 주장, ≪오마이뉴스≫, 2016. 8. 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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