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건설 현장 이야기

조원하 | 회원

01. 일을 한 지 두 달이 되어 가고 있다. 공사장에서 공구리 먼지를 마시며 일을 배워 가고 있다.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은 바다 건너 한국 땅에 내려와 아파트도 짓고 일반주택도 짓는다.
아저씨들과 담당하는 공정은 형틀목공이다. 형틀이란 집을 짓기 위한 과정에서 공구리 거푸집을 만드는 일이다. 아저씨들은 못주머니, 쇠망치, 시누를 들고서 작업을 한다. 유로폼이라는 자재를 이용해서 공구리가 굳기까지 가두는 틀을 짜는 것이 주된 작업이다.
함께 일하는 아저씨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온 동포들이다. 이야기를 해 보면 내 또래의 자식들이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와 혹은 다른 현장의 아저씨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혹은 자동차 신형이 어떻다는 둥, 현장이 어떻다는 둥 이야기를 한다.
일을 하면서 아저씨들이랑 가끔 노조집회에 가서 있으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수많은 지역에서 모이는 건설노동자가 노조 깃발에 모여드는 것도 장관이기는 하지만 워낙 괄괄한 성격의 아저씨들도 많아 목청이 터져라 말하다가 옆에 있는 아저씨들이랑 싸움이 난다. 집회 도중에 노조에서 간식으로 떡을 나누어 주면서 한 명당 하나씩이라는 말을 듣고도 아저씨들 일부는 떡을 세 개씩 혹은 떡 상자를 들고 사라지기에 노조에서 준비한 떡은 항상 부족하다. 그래서 아저씨들은 또 싸운다.
02. 아침이면 숙소로 쓰는 컨테이너에는 꼬릿한 발냄새가 한가득이다. 중국동포, 한족, 한국인이든 그 꼬릿한 냄새를 내는 작업화를 신고 하루를 시작한다.
현장은 국적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건설자본은 국적이야 아무튼 싸고 맘껏 부려 먹을 노동자들을 파견업체에 요구한다. 그렇게 스타렉스에 꾸역꾸역 사람들이 타고 내리며, 베트남에서 태국, 중국, 남미에서 모여든 경기도 화성의 아파트 공사현장에 도착한다.
아침을 먹고 옷을 환복한 아저씨들은 국민체조와 아침 조회를 한다. 각 공정별 업체 소장들은 오늘의 작업사항을 알려 주고, 어디가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말해 준다. 가끔 원청회사 소장은 올라와 아저씨들에게 “쓰레기 버리지 말라”, “침을 뱉지 말라”, “담배 물고 일하지 말라”고 아침부터 잔소리를 해 대지만, 아저씨들은 여전히 담배도 물고, 침도 뱉고, 쓰레기를 버린다. (아저씨들의 문제보다는 현장의 조건이 일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게 없다.)
가끔은 회사에서 안전교육을 할 때가 있다. 안전교육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딱히 일하는 사람의 안전보다는, 일하는 사람이 안전을 챙기라는 말을 하던가, 혹은 “노동부가 일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서”라는 헛소리를 하고는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게 이미 아는 사실을 이야기하거나, 사 측에서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안전장치는 간곳없고, 교육 삼사십 분으로 때우는 상황이니, 참여하는 사람은 뒤에서 핸드폰을 만지거나, 자거나, 혹은 이주노동자라 한국말을 할 줄 모르니 그냥 앞만 보고는 시간되면 밥이나 먹으러 가는 게 안전교육의 전부이다.

03. 일이 험하다 보니 사람들이 다치는 경우도 많다. 철근에 피부가 찢어지거나, 망치로 손을 찍는다거나, 그라인더에 손뼈가 조각난다든가 현장에는 수많은 산재들이 존재한다. 아저씨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 일을 하니 자재를 올려 주다가 자재가 떨어져 다친다든가 하는 일들이 많다.
특히 형틀목수의 특성상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니 기둥을 구성하는 철근을 타고 오르내리다 보면 철근을 연결한 결속선이 끊어진다. 아파트 삼사 층 높이에서 그렇게 뚝뚝 끊어지는 결속선이 발에서 느껴지면 정말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아래에는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고 오직 안전벨트에 의지하여 일하는 아저씨들을 보고, 바닥에 있는 뾰족한 철근들을 보면서 머리가 많이 어지러웠다. 그러다 아저씨 한 분이 다치고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도 회사는 원청직원들이 볼까 봐 응급차가 아닌 자신들의 승용차로 사람을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04. 일을 하면서 수많은 생각을 한다. 다치지 말아야 한다와 힘들다는 생각, 보이지 않는 자재들이 어디 있을까, 그러고는 가끔은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러다 먹고산다는 것을 둘러싼 투쟁이 무엇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가는 현장에서 그래도 밥값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 그럴 때면 기능학교에서 기술을 가르쳐 준 강사분이 했던, 현장 가면 무조건 버티라는 말을 떠올린다. 올라가는 아파트를 보면서, 그리고 바로 앞에 이십 대의 절반 이상을 보냈던 모교를 보면서 맘이 참 싱숭생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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