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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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수

채만수 | 편집위원

I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남미의 이 두 나라는 2ㆍ3년 전까지만 해도 근 10년 가까이 전 세계의 화려한 각광을 받던 국가들이다. 한 나라는 21세기 사회주의의 표상이라며 좌파ㆍ진보적 인사들에 의해서. 그리고 다른 한 나라는 얄궂게도 좌ㆍ우 양쪽에 의해서 ― 좌파에 의해서는 노동자당이 집권했다며, 그리고 우파, 즉 제국주의ㆍ독점자본 측에 의해서는, 좌파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거부하지 않아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문 명칭 머리글자의 합성어)라는 신흥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그러던 두 나라가 얼마 전, 특히 지난해부터는 전혀 다른 각광, 말대로라면 형용모순이지만, 극히 어두운 각광을 받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 상태, 인민의 생활이 끝 모르게 악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치적 소요가 거듭되고 격화되면서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고, 브라질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하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도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경제 정세를 보자.

베네수엘라 경제의 붕괴로 국민들이 혹독한 생활고에 내몰리고 있다. …

수도 카라카스의 시민 로살바 카스텔라노(여ㆍ74)는 생필품을 사려고 몇 시간 동안 긴 줄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손에 쥔 것은 2리터짜리 식용유뿐이었다.

그녀는 화장지와 쌀, 파스타를 사려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은 비싼 가격표가 붙은 암시장의 물건들뿐이다.

이는 수백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고통이다. 식품뿐만 아니라 의약품도 부족해져 사회주의 경제의 자랑이었던 국가 보건 체계도 무너지고 있다. 그 대가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참담한 현실이다.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지난주 식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식품에서 의약품에 이르는 각종 재화에 적용한 가격 통제를 완화하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주 전력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카라카스의 상가들은 일거에 어둠에 휩싸였다. 이곳의 주택과 아파트들은 정기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마이너스 10%를 기록했고 올해는 마이너스 8%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세계 최악이고 물가 상승률에서도 또 하나의 불명예스런 기록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IMF에 따르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세계 최악인 7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좌파정부는 십여 년간 집권하면서 수백 개의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각종 물가 통제 조치를 취했으며 공공지출을 마구잡이로 늘렸다. 그 결과로 이 나라의 예산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부풀어 올랐다.

국민들이 겪는 고통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위기의 원인을 민간 기업들과 오바마 미국 행정부를 포함한 적들이 벌이는 경제전쟁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변화의 조짐을 보여 주지 않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식품난은 민간 기업들이 마두로 대통령 정부의 안정을 해치기 위해 상품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

그리고 다음엔 브라질의 경제 상황에 관한 보도.

남미의 최대 국가 브라질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불황에 빠졌다.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5%나 감소했다고 브라질 통계청이 1일 밝혔다. 이는 브라질의 현 통계방식이 시작된 1996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전 분기 대비로는 1.7% 감소했다. … 국내총생산의 기록적인 수축으로 브라질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에 빠졌다. …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4.7%에서 올해 9월 현재 7.9%로 치솟았다. 6년 만의 최고치이다. 물가상승률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넘었다. 정부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9.5%로 늘었다.

브라질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슈퍼사이클과 중국 특수가 사그라들면서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최대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대형 부패 스캔들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위기가 겹치며 지도력 실종으로 더욱 악화됐다. …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로 의회 내의 여당 핵심 인사들이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상황도 악재다.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13년 초부터 통화를 죄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그해 3월 7.25%에서 현재 14.25%로 올랐다. 이는 소비와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그 결과 농업부문은 전 분기 대비 2.4% 위축됐고, 산업생산도 1.3%나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브라질 경제 침체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것. … 모든 경제분석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여전히 곤두박질 중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2.5%에서 –3 내지 -3.5%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 …2)

무엇보다도 두 나라 모두 2007년 하반기 이래 지속되고 있는 대공황의 영향이 격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인민대중의 생활고도, 그에 따른 정치적 불안ㆍ소요도 모두 대공황 탓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무리 극우적인 시각의 언론ㆍ논객이라도 부인할 수도, 숨길 수도 없다.

II

그런데도, 위에 인용한 ≪연합뉴스≫의 기사에서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독점자본 측의 언론ㆍ논객들, 즉 극우적인 언론과 논객들은 두 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비극적 상황의 원인을 가능한 한 최대한 좌파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의 탓, 한 마디로 좌파 정부의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그렇게 좌파 정부가 위기의 원인임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예를 들어보자.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를 겪게 된 것은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이 높은 유가를 바탕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고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언론 매체는 전하고 있다. 유가(OPEC 바스켓 가격)는 1배럴당 2012년에 109.45달러를 찍고 하락하여 2016년 25-28달러 선에서 변동하고 있다. … 유가가 폭락하자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정부 재정도 크게 악화되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1999년 집권하자마자 석유산업을 국유화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돈으로 그랑미션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 극빈층에게는 무상으로, 서민층에게는 초저가로 임대주택 30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이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석유를 팔아서 마련한 돈을 무상교육, 무상의료, 각종 연금제도에도 퍼부었다. 현재의 살인적인 물가상승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적자재정을 자국 화폐를 발행하여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그랑미션 정책, 즉 복지정책은 차베스가 물러나기 직전인 2012년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1998년 49%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2012년에 최저치인 25%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5년 빈곤율은 73%로 급상승했다. 빈곤율은 단 3년 만에 거의 3배로 치솟았다. 볼리바르 혁명이라고 칭송받았던 차베스의 복지정책은 하루아침에 베네수엘라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차베스의 복지국가는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가?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다 하더라도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지 않았다면 차베스는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복지정책을 시작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그리고 그렇게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높은 유가 때문이었다.3)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를 겪게 된 것은 차베스 전 대통령…이 높은 유가를 바탕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고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볼리바르 혁명이라고 칭송받았던 차베스의 복지정책은 하루아침에 베네수엘라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높은 유가를 바탕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볼리바르 혁명이라고 칭송받았던 차베스의 복지정책이 없었다면, 베네수엘라는 경제위기를 겪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씀, 그러한 돈키호테 같은 말씀이다.

그러나 교수님께서는 국제유가가 높았던 동안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차베스의 그러한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위 인용문 속에서도 특히 이렇게.

차베스의 복지국가는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가?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다 하더라도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지 않았다면 차베스는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복지정책을 시작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그리고 그렇게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높은 유가 때문이었다.

자, 그렇다면 베네수엘라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좌파 정부와 그 포퓰리즘 정책, 즉 그 복지정책 탓인가, 유가 하락 탓인가?

위 인용문은 명백히 유가 하락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베네수엘라가 오늘날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그에 따라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겪게 된 직접적인 원인, 그 계기는 바로 유가의 급격한 하락 탓이었다. 그리고 그 유가의 급격한 하락은 바로 2007년 하반기 이래 자본주의 세계에 엄습해 있는 대대적인 경제위기, 즉 대공황 탓이다.

그런데도 저 교수님께서는 “‘볼리바르 혁명이라고 칭송받았던 차베스의 복지정책은 하루아침에 베네수엘라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라고, 즉 좌파 정부의 복지정책 탓이라고 언명하고 있다. 말할 나위도 없이, 자본주의적 생산체제의 임종이 머지않았음을 고하는 대공황의 원인을 왜곡ㆍ은폐하고 눈엣가시 같은 좌파 정부를 헐뜯기4) 위해서!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 치고 대공황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 국가가 어디 있는가? 좌파 정부가 아니라 우파 정부, 극우적 정부가 들어서 있는 자본주의 국가들 역시,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에 국가별로 그 상황의 심각함에 아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거의 모두가 대공황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 않은가? 예컨대, 사실상 극우적 정권이 들어서 있는 한국에서 극우 언론은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12조 넣고 … 조선 8만 명 줄인다5)

자본을 위해서는 12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쳐 넣으면서, 8만 명의 노동자는 잘라 버린다! 아, 황감하게도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실업급여 연장ㆍ직업훈련비 등 4700억[을] 지원6)하신다는군!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을 배제하여 경제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극우 정부의 얼마나 훌륭한 정책들인가!

그건 그렇고, 교수님께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과연 교수스럽게 더 나아가신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여기까지의 분석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해 보이지만, 그러나 이러한 추론은 경제현상의 인과관계를 끝까지 밀고 가지 않은 것으로 불완전한 것이라며, 심오하기 그지없는 이론을 펼치시는 것이다. 여기 좁은 지면에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결론만 보자면,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컨대,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대한 언론 매체의 분석은 표피적인 ―또는 보이는 것만의― 인과관계만을 다루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의 심층적이고도 제도적인 원인은 지폐제도 때문이다. 위대한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지폐와 같은 건전하지 못한 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국가뿐 아니라 인류의 문명도 멸망할 것이라고 오래전에 예언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제스의 예언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이다.

가히 어릿광대 아니신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지폐와 같은 건전하지 못한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자본주의 국가가 하나라도 존재하는가? 아니 존재할 수라도 있는가?

게다가, 경제위기의 심층적이고도 제도적인 원인은 지폐제도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수님께서는 전반적인 금본위제도 위에서 발발했던 1930년대 대공황은 그 원인을 어떤 심층적이고도 제도적인 원인으로 설명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지폐제도가 경제위기의 원인인 것이 아니라 그 정반대이다. 관리통화제도라는 이름의 전면적 지폐제도야말로 1930년대 대공황의 산물, 대위기의 산물이고, 자본주의적 생산체제가 지속되는 한 그 전반적 위기 때문에 지양할 수 없는 화폐-통화제도이다. 다시 말하면, 고도화된 노동생산력에 조응하지 않는 낡은 경제제도로서의 자본주의적 경제체제, 그 부조응, 그 충돌로 인한 대공황, 즉 대경제위기야말로 자본주의 국가들이 지폐제도를 그 화폐ㆍ통화정책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심층적이고도 제도적인 원인”인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즉 지폐제도경제위기의 심층적이고도 제도적인 원인이라고 말씀하시니 어릿광대도 이런 어릿광대는 좀체 없을 것이다!

참고로, 교수님께서 예언자적인 위대한 경제학자로 칭송하는 저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독점자본이 사랑해 마지않는 극우 경제학자로서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의 비조의 한 사람이다.

아무튼, 적어도 논객ㆍ이데올로그로 나설 수 있는 자들로서 두 나라의 경제위기와 정치적 소요를 좌파 정권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자는 어릿광대들뿐이다. 왜냐하면, 예컨대, 그리스에서 우파 정권이 무너지고 좌파 정권이 들어서 있는 것이 대공황 때문이듯, 적어도 전후 순차만을 따져 보자면, 경제위기 때문에 좌파 정권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지 좌파 정권 때문에 경제위기가 닥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경제위기, 대공황은 지금, 좌파우파 정권을 막론하고, 자본주의 세계경제 전반의 상황이지 두 나라만의 상황도 아닐뿐더러, 하물며 이 두 나라가 대공황의 진원지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좌파 정권이 어떻느니,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이 어떻느니 하고 저들이 떠들어 댈 때, 그것은 사실 자본의 끝없는 탐욕을, 인민대중의 고통에는 조금도 아랑곳해서는 안 된다는 자본의 의지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에 다름 아니다.

III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저 이른바 좌파좌파 정권이나, 몰(沒)이론ㆍ비과학이 특징인 그들의 포퓰리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을 옹호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반대이다. 저 이른바 좌파좌파 정권이나 그들의 포퓰리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은 철저히 비판되어야 하고, 철저히 극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비판과 극복은 당연히, 저들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이 설파하는 것과 같은 방향에서, 즉 반노동자ㆍ반인민적으로 (독점)자본의 탐욕을 충족시키려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노동자ㆍ인민대중의 빈곤과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아니 극복되지 않고 있는 대공황으로 미루어 보자면 (설령 이번의 그것이 어찌어찌 미봉된다 하더라도) 조만간에 그러한 방향으로 역사가 귀착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오늘날 유행하는 포퓰리즘적, 즉 민중주의적, 인기 영합주의적 좌파, 그러한 좌파 정권, 그들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은 자본주의가 노동자ㆍ인민에게 강제하는 끝없는 빈곤ㆍ고통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노동자계급이 획득해 온 사회과학, 진정한 사회과학의 성과의 부정 혹은 포기ㆍ무시 위에 서 있기 때문이고, 따라서 자신들이 주관적으로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내세우든, 객관적으로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노선인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연명시키려는 노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릇 과학이란 무엇인가? 그 대상ㆍ사물의 구조와 운동법칙을 탐구하는 학문 아니던가? 그리고 그러한 탐구를 통해서 인식된 법칙을 합목적적으로 지배하는 데에 자유ㆍ진보가 있는 것 아니던가?

널리 드는 예이지만, 공기역학을 탐구하여 양력(揚力)의 법칙을 인식하고 그것을 합법칙적으로 지배함으로써만 인류는 새처럼 창공을 날고 싶다는 태곳적부터의 원망(願望)을 비행기로써 실현할 수 있지 않았던가? 양력의 법칙을 부정 혹은 무시하고 인간의 비행이 가능하겠는가?

사회과학은 당연히 사회의 구조와 운동법칙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맑스는 ≪자본론≫ 제1권의 제2판 후기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경제학이 부르주아적인 한, 즉 자본주의적 질서를 역사적으로 일시적인 발전단계로서 파악하는 대신에 거꾸로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역사적 생산의 형태로서 파악하는 한, 그 경제학이 과학일 수 있는 것은 단지 계급투쟁이 잠재되어 있거나 단지 간헐적인 현상으로서만 나타나는 동안뿐이다.

영국을 들어보자. 그 고전파 경제학은 계급투쟁이 미발전(未發展)한 시기의 것이다. 그 최후의 위대한 대표자인 리카도는 계급적 이해의 대립을, 즉 임금과 이윤의 대립, 이윤과 지대의 대립을 소박하게도 사회적인 자연법칙으로 파악함으로써 이들 대립을 결국 의식적으로 자신의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부르주아 경제과학은 또한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아직 리카도가 생존하고 있는 때에, 그에 대립하여 부르주아 경제학에 대해서는 씨스몽디(Sismondi)라는 인물의 형태로 비판이 등장했다.7)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간의 투쟁이 일상적인 것으로 되자 부르주아 경제학은 과학성을 상실하고 비과학(非科學)으로, 즉 자본주의의 변호론으로 전락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전반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자본주의적 생산의 모순이 심화되고, 따라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투쟁이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격화되어 있는 오늘날 위와 같은 지적은, 비단 경제학뿐 아니라, 무릇 사회과학 전반에 해당될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사회과학의 과학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계급,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맑스-레닌주의뿐이다.

그런데 오늘날 부르주아 사회에서 널리 인기를 끌고 있는 민중주의적인 저들 소위 좌파는 바로 그 노동자계급의 사회과학, 맑스-레닌주의를 명시적ㆍ암묵적으로 부정ㆍ포기ㆍ무시하고 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나 브라질의 좌파좌파 정권은 물론이요, 예컨대, 그리스의 시리자 정권 등까지를 포함하여, 이 시대 어느 민중주의적 좌파가 그 강령과 정책에서 맑스-레닌주의를 고수하는 흉내라도 내고 있는가?! 사실을 말하자면, 죽은 개 취급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저들은 빈곤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순진한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양력의 법칙을 부정ㆍ포기ㆍ무시하면서, 자신들과 함께라면 춤사위 같은 화려한 날갯짓으로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분명 혹세무민이요, 대중기만ㆍ사기이다!

그런데 저들이 저렇게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부르주아ㆍ소부르주아 언론이, 특히, ―시쳇말로 노이즈마켓팅이라고 하던가?― 언뜻 겉 표현만 보면 비판적이고 대립적이기까지 한 것처럼 보이는, 독점자본의 언론이 위력적으로 저들을 좌파로, 즉 노동자ㆍ민중의 편으로 선전해 주기 때문이다. 저들 언론의 그러한 선전은 물론 자본주의 하에서 빈곤에 시달리는 대중의 저항을 오도하기 위하여이다. 그런데도 저들 좌파는 모두 부르주아ㆍ소부르주아 언론의 그러한 선전의 내심ㆍ목적을, 따라서 그들 자신이 수행하는 객관적인 역할을, 혹은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즐기고 있다. 물론 독점자본과의 공생을 도모하면서!

그래, 즐길 수 있을 때에 실컷 즐겨라. 그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터이니!

실제로 대공황이 끝 모르게 전개되고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오늘날에는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독점 대부르주아지까지, 아니 사실은, 천지 분별 못하는 소부르주아 지식인들만 모를 뿐, 저들 독점 부르주아지의 극우적인 이데올로그들일수록 대변혁에 대한 공포를 사실상 숨기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8) 저들이 그러한 공포를 내비치는 것은 2008년 9월에 리먼부라더스 사태라는 대지진이 날 때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때까지 독점 부르주아지는 물론, 저들 좌파 중의 누가 대공황의 필연성을 인정했던가? 사실상 모두가 다 다시는 오지 않을 과거의 역사로 치부하지 않았던가?! 대공황과 세계혁명, 자본주의적 생산체제의 전반적 위기를 얘기하면 박물관에라도 보내야 할 퇴물 지식인 내지 조금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임종의 날이 멀지 않은 자본주의에 필연적인 대공황은 다시 왔고, 이에 일본도, 미국도, 유럽연합도 양적완화니 마이너스 금리니 하면서 “‘건전하지 못한 화폐ㆍ지폐를, 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헬리콥터에서 살포해 대면서 발버둥 치지만, 그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이 대공황의 발현의, 브라질적ㆍ베네수엘라적 형태일 뿐이다. 그리하여 그 위기는, 좌파 정부 좌파 정부 하지만, 특히 베네수엘라의 경우 21세기 사회주의 운운하지만, 그들 정권 역시 사실은, 그 주관적 의도야 어떻든,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ㆍ발전시키는 데에 급급해 왔음을 의미한다. 브라질의 경우 공공연하게, 베네수엘라의 경우, 차베스 정권 하에서 그 친인민적 복지정책의 효과가 아무리 컸더라도, 21세기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국가자본주의적 위기 대응책으로서의 복지정책을 약간 확충하고 특정 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를 약간은 더 강화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추구해 온 데에 불과하고, 그 결과 오늘날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좌파 집권 하의 이들 국가에서, 즉 차베스ㆍ마두로 정권 하의 베네수엘라에서도, 룰라ㆍ호세프 정권 하의 브라질에서도 독점자본가 집단은 모두 거대해졌지 결코 왜소해지지 않았음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 두 나라의 집권 좌파 모두 현재의 정치적 위기의 원인은 경제위기를 기화로 보수세력이 그것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투덜대고 있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정권 하에서 독점자본이 그만큼 막강해졌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일 뿐, 두 좌파 정권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위기는 뿌린 대로 거두는 것, 즉 인과응보이다. 그것은, 예컨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하에서 그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힘입어 거대해진 한국의 재벌들, 극우세력이 당장의 근시안적 탐욕 때문에 그들 정권에 적대시했고 적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저들 두 나라의 독점자본들, 그러니까 보수세력이라는 이름의 극우세력도 당장의 근시안적 탐욕 때문에 자신들의 거대해진 영향력을 이용하여 좌파 정권에 대해서 그렇게 적대하는 것이다.

브라질의 노동자당 집권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 그 정권이 추진한 정책들에 대해 21세기 사회주의 운운할 때, 사실 그것은 맑스-레닌주의의 부정ㆍ무시였다.

 

 

IV

그건 그렇고, 지금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대공황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세에는, 물론 결코 지폐 사용 때문은 아니지만, 아무튼 국가뿐 아니라 인류의 문명도 멸망할 것이라는 저 위대한 어릿광대들의 예언이 현실로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 인류의 존망 그 자체가 달려 있다. 이는 저 1930년대의 대공황이 생산력을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5천만 명 이상의 인간을 도살한 제2차 세계대전에 의해서만 극복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그리고 지금은 핵병기의 시대라는 것을 상기할 때 자명하다.

그리하여 우리 인류에게는 멸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절박하게 제기되어 있다.

물론 노동자계급의 위대한 사회과학은 진즉부터 이에 대해서 원칙적인 대답을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도의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의 대대적인 충돌로서의 이 위기를 계기로 인류가 보다 고도한 사회로,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자유의 왕국으로 상승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것은 그것을 구체적인 역사적 조건에 맞추어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의 비극적 귀결을 상기한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1930년대의 대공황이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듯이 지금의 대공황이 대전쟁으로 이어지도록 허용할 경우 그 결과는 인류의 멸망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서둘러 사회과학의 가르침을 구체화하고 단호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란 당연히 노동자계급이고, 특히 그 선진적 분자들이다.


1) 문정식 기자, 베네수엘라 국민, 경제붕괴로 혹독한 생활고 시달려, ≪연합뉴스≫, 2016. 2. 15.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2/15/0200000000AKR20160215156800009.HTML>

2) 정의길 기자, 브라질 경제 수렁…대공황이후 최악 불황, ≪한겨레≫, 2015. 12. 3.

3)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어려운 진짜 이유,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No. 16-17(2016. 3. 11.) <http://www.cfe.org/20160311_142942>

4) 저들 소위 좌파 혹은 좌파 정부는 사실 독점자본에게는, 그 이익을 중장기적으로 보장하려는 기특한 정치적 대표자들인데도, 그 시야의 협소함과 당장의 껄끄러움 때문에.

5) 2016년 6월 9일자 ≪조선일보≫ 제1면 머리기사.

6) ≪조선일보≫, 2016. 6. 9.

7) ≪자본론≫ 제1권, MEW, Bd. 23, SS. 19-20.

8) 비근하게, 우리 사회의 대표적 극우 언론은, 극우 언론다운 언어로, 특히 계급신분으로 둔갑시키면서, 자신들의 공포를 이렇게 토해 내고 있다. ― 1등 국민과 2등 국민 간의 전면전이 언제 발발할지 조마조마하다. 선거판도 지역 대결이 옅어지면서 소득 계층 간 대결, 사회적 신분(身分)의 대결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성장이 뒷걸음칠수록 신분 간 갈등, 계층 간 충돌은 잦아질 것이다. / 정당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제1국민 이익을 감싸고돌았다. 변변한 협회도, 노조도, 조합도 없는 B급 시민들은 여의도에 접근할 수도 없다. 정치가 이들에게 숨통을 터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결국 변칙적이고 과격한 싸움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대로 2등 국민의 거사(擧事)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송희영 주필, 1등 국민, 2등 국민, ≪조선일보≫, 2016. 6. 4.); 정치가 이들에게 숨통을 터줘야 한다? ― 맘껏 그렇게 사기를 치고, 헛꿈을 꾸시라. 그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리니!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Jun 23rd, 2016 | By | Category: 정세, 정세와노동 | 조회수: 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