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ㆍ민중적 대안은 봉쇄된 ‘심판’ ― 4ㆍ13 총선의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채만수 | 편집위원

결과 그 자체

새누리 122명, 더불어민주당 123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11명. 4ㆍ13 총선의 결과이다.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신문과 방송은 이러한 결과 앞에서 당연히 투표 혁명이니,선거 반란이니, 민의의 승리니, 민의의 심판이니 하고 떠들어 댄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152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가진 집권 새누리당을 보자면,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170석 혹은 180석 이상, 심지어는 200석 이상도 차지할지 모른다는 것이 투표 직전까지의 대체적인 예상ㆍ전망이었으나, 200석ㆍ180석ㆍ170석 이상은커녕 공천에 탈락하여 복당을 공언하며 무소속 당선한 7명을 합해도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고, 비록 일시적이지만, 심지어는 원내 제2당으로까지 전락하고 말았으니, 저들이 그렇게 떠드는 것도 물론 아주 호들갑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기고만장하여 살기등등하던 그간의 행티를 보면, 분명 진박이니 친박이니 하는 절대다수의 친박을 거느리고 아빠 따라 유신의 권력을 휘두를 꿈을 꾸었을 법도 한데, 당장의 수치만을 보자면, 이러한 결과는 분명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이요, 타격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도 야도 그 계급적 기반이 사실상 동일해서 추호의 부끄러움도 모른 채 이 당 저 당을 넘나들고 합당과 분당을 일삼는 게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이 사회 정치 거물들의 생태요, 따라서 정치계의 풍토이기 때문에 내일 모레라도 여ㆍ야의 의석 분포가 어떻게 급변할지 알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심판은 심판이되, 그러나 그 심판은 극히 제한된 의미의 심판이요, 그 혁명반란승리는 혁명ㆍ반란ㆍ승리이되, 그러나 그것은 사실은 환상적(幻想的)인 혁명ㆍ반란ㆍ승리이다.

우선, 투표율을 보자.

여도 야도 높은 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리라는 심산 하에 적극 투표를 장려했고, 또 사전투표제까지 도입했지만, 최종 투표율은 58%였다. 질병 등의 사유로 투표장까지 거동할 수 없는 극소수의 예외야 있었겠지만, 이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한 4할 가량의 유권자들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투표를 거부한 것이다.

그들은 왜 거부한 것일까? 투표해 본들 그 투표로써는 이 사회든, 이 사회의 정치든 달라질 게 없다는 판단에서라고밖에 다른 설명이 가능할까?

이러한 기권 혹은 거부는 그리하여, 그 기권자ㆍ거부자 자신들이 그것을 명확히 의식하고 있든 아니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ㆍ절망ㆍ거부일 뿐 아니라, 현재의 선거제도 자체, 현재의 정치 풍토 자체에 대한, 나아가서는 부르주아 정치제도 자체에 대한 냉소ㆍ불신ㆍ절망ㆍ거부이기도 하다. ― 그런데도, 아니,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즉 그 기권은 바로 현재의 정치 풍토, 나아가 부르주아 정치제도 자체에 대한 냉소ㆍ불신ㆍ절망ㆍ거부이기 때문에 부르주아ㆍ소부르주아 제도언론은 이 4할의 유권자들에 대해서는, 마치 그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기라도 하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권자의 40% 이상이 기권하고 60% 미만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것도 의미한다.

1)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국민의 대표 혹은 지역 주민의 대표라고 하고, 또 그렇게들 거들먹거리지만, 사실은 그 대부분이 유권자의 20%대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인물들이고, 간혹 득표율이 높은 인물이라고 해도 고작 30%대의 지지밖에는 받지 못한 인물들이라는 것.

2) 비례대표 정당별 투표에서는, 그 사유야 어떻든, 어느 정당도 유권자의 20%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는 것.

그런데도 바로 이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그들의 그러한 민주주의적 지배를 지양할 어떠한 합법적 수단ㆍ방법도 없다! 투표율이 높다고 해도, 혹은 높인다고 해도 갈수록 다수의 인민을 무산의 노동자로, 빈곤과 고통으로 몰아넣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법칙과 강력한 대중조작 기구를 장악하고 나아가 금권으로 정치적 후진 대중을 매수하는 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그러한 지배는 지양되지 않는다. 이른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다수 지지자의 지배는 작위적으로 만들어지는 형식적인 것이고, 말하자면 차악(次惡)의 지배일 뿐이어서 어떤 본질적 변화도 없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자ㆍ민중의 정당과 그 정치는 파쇼적 입법에 의해서 봉쇄되어 있고, 최근에는 이른바 테러방지법에 의해서 그러한 파쇼적 봉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선거ㆍ투표란 금권을 가진 자들이 유권자들을 어릿광대 삼아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하고 재생산하는 기구이다 보니, 뒤에서1) 보다 자세히 인용하겠지만, 박근혜의 복심 혹은 박의 남자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이 무심결에 떠벌린 것처럼, 국민이 선거 심판을 해도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2)

그러니 다수의 자가 선거ㆍ투표에 절망하면서 그것을 냉소ㆍ불신ㆍ거부할 수밖에!

다시 총선 결과에 대해서 좀 더 보자면, 우선, 야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서울ㆍ경기 일원의 수도권에서 대거 낙선했을 뿐 아니라, 그 전통적인 텃밭이라는 영남 지역, 특히 대구ㆍ부산ㆍ울산 등지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나 무소속에게 여러 의석을 내주어 지역구 당선자 105명라는 대패를 맛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죽을 쑨 수도권에서 선전하여 지역구 110명 당선이라는 기염을 토하고 비례대표를 합해 123명으로 제1당으로 올라섰으나, 역시 그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는 사실상 절멸이다시피 한 패배를 맛보아 2석밖에 건지지 못했다. 그리고 특히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서는 새누리당 33.5%, 국민의당 26.7%에 뒤처지는 25.5%를 얻어 3위에 그쳤다. 호남에서의 패권은, 주로 이 당 저 당을 오간 낡고 낡은 정치패거리들, 심지어 극우 새누리당 출신의 낡은 면면들로까지 구성되었으면서도 파렴치하게 새정치를 외친 국민의당의 몫이 되었다. 그리하여 국민의당은 수도권 2명, 비례대표 13명을 합해 38명의 당선자를 내 소위 캐스팅보트를 쥐는 성과를 거뒀다.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도 새누리당 33.5%, 더불어민주당 25.5%, 국민의당 26.7%라는, 특히 국민의당이 2위로 올라선, 지역구 의석 비율과도, 사전 여론조사들과도 동떨어진 결과로 나타났다. 그 외에는 정의당이 6석(지역 2, 비례 4), 무소속이 11명이 있다.

그 결과의 원인

그 무소속 당선자들 가운데 제도 언론의 눈길을 끈 것은 주로 공천 탈락하여 탈당ㆍ무소속 출마했으나 새누리당 복당을 공언해 온 7명이다. 하지만, 실제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김종훈(득표율 58.8%), 윤종오(득표율 61.49%)라는 울산의 두 무소속 노동자 후보의 당선이다.

이들의 당선이 주목 받아야 하는 것은, 이들이, 새누리당과 ≪조선일보≫ 등 극우 언론들의 악선전, 즉 파쇼적 정치재판에 의해서 해체된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종북주의자들이라는 악선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후보들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었기 때문이고, 종북종북주의라는, 저 극우도 수십 년 동안이나 미처 개발하지 못했던 파쇼적 악선전의 지적재산권의 소유자이자 그 지적재산권을 무상(無償)ㆍ무조건 개방한 소위 진보 정당, 정의당이나 노동당의 후보로서가 아니라 무소속 후보로 나서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울산의 노동자들이 저들의 악선전을 거부했고, 그만큼 저들 극우의 종북종북주의의 악선전은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그러면 왜 새누리당은 그렇게 참패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그렇게 참패했는가, 그리고 존재감 없을 것 같았던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정당별 투표에서 그렇게 선전했는가 하는 질문이 당연히 제기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부르주아ㆍ소부르주아 언론은, 주지하는 바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1) 새누리당의 참패는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청와대의 안하무인적 오만불손3)과 그것을 반영한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 특히 목불인견의 친박ㆍ진박 쎄일과 추잡하고 시끄러운 비박 배제 소동 때문이라는 것.4)

2)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새누리당의 참패가 워낙 거대 뉴스였기 때문에 언론에서 그다지 크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영남ㆍ친노 패권주의 정당이라는 국민의당의 악선전이 부분적으로 힘을 발휘한 데다가, 특히 전두환 국보위 출신의 김종인을 전권자로 내세운 데에 따른 심판이라는 것.

3) 호남에서의 국민의당의 대승은 바로 그 악선전의 효과이자, 김종인을 내세운 데에 대한 심판의 반사이익이며, 비례대표 정당별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능가하는 지지표를 받은 것 역시 무능한 데다가 김종인까지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반사이익이라는 것.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에서의 참패 문제나 국민의당의 예상외의 선전 문제는 모두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과 거부, 심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체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몇 마디만 보태자면, 우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ㆍ거부감이 심한 호남에서 새누리당이 전주와 순천에서 2명의 당선자를 낸 것에 관해서인데, 이는, 계급사회이며 아무리 호남이라고 해도 대중의 정치의식이 천박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어 원래부터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적잖이 존재하는 데다가, 집권 새누리당이 절대 다수당으로 될 것이라는 (나중에 오류로 판명된) 전망 하에서 예산 배정의 이득을 보려는 일부 주민의 얄팍한 속물적 계산을 야당으로서의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보여 준 무능력 및 친자본 정책들과 김종인 대두가 증폭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민의당이 정당별 투표에서 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문제인데, 이를 두고 언론은 국민의당이 전국적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고, 특히 안철수5)ㆍ천정배6) 등도 그에 의기양양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도 언론도 널리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그 지지의 상당 부분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정당별 투표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던진 결과인바, 이는 사실은, 안철수 등의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새누리당이 압승하리라는 예의 전망 하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엿 먹이고 무력화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자만에서 비롯된 전략ㆍ호소의 결과이다. 그러한 한에서 국민의당이 그러한 지지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몰염치이다. 그리고 야권 분열로 심지어 세월호 비극의 안산 단원구 두 선거구의 의원직조차 그 학살의 가해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집권 새누리당에 상납했으면서도 국민의당의 얼굴 안철수 의원님께서 이번 총선의 결과에 야권분열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7)은, 그 자신이 의사이긴 하지만, 과연 그가 제정신을 가진 인간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게다가, 국민의당이 영남ㆍ친노 패권주의 운운하며 호남의 지역감정을 자극,8) 승리를 거머쥔 것은, 승리는 승리이되 근거 없는 새정치 운운과 더불어, 새정치이기는커녕, 이번 총선의 가장 구태적(舊態的)이고 비열한 승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새누리당의 참패에 대한 제도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과 비판은 물론 진실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일면일 뿐이고, 특히 정치주의적이고 현상분석적인 그것일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인터넷 뉴스 싸이트인 ≪뷰스앤뉴스(Views&News)≫ 박태견 기자의 다음과 같은 주목할 만한 비판적 분석이 있다.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소 길지만, 기사 전문을 옮기는 것을 (저작권자인 ≪뷰스앤뉴스≫도, 독자들도) 양해해 주기 바란다.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울산ㆍ경남의 중공업 벨트가 무너지면서 울산에서 절반인 3곳을 무소속에게, 경남에서는 4곳을 야당에게 넘겨주는 사상최악의 참패를 했다. 부산에서도 야당에게 5곳, 무소속에게 1곳을 내줘야 했다.

수도권의 무서운 심판풍, 호남의 국민의당 싹쓸이 등이 주목받고 있으나, 4.13 총선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왜 PK에서 새누리당이 사상최악의 참패를 했는가이다. 단순히 야성 회복 등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경제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캐치프레이즈대로 가장 근본적 동인은 다름 아닌 경제였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조선ㆍ기계ㆍ화학 분야 등의 주요 대기업이 몰려 있는 울산ㆍ경남의 중공업 벨트에서 사실상 전멸하다시피 했다. 울산 북구, 동구, 경남 창원, 거제, 김해ㆍ양산ㆍ울주군 등이 그러하다.

울산 동구의 경우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13대 국회 때부터 내리 5선을 하고 그의 최측근인 안효대 의원이 18-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정몽준의 철옹성이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 내리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1천300여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조선업이 한계산업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무더기 추가 정리해고를 우려하는 공포가 확산됐고, 진보정당 출신인 무소속 김종훈 후보가 58.9%의 압승을 거두었다.

울산 북구도 현대자동차의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역시 진보정당 출신인 무소속 윤종오 후보가 61.5%의 압승을 거두었다.

≪조선일보≫ 등 보수지가 통합진보당 출신이 다시 국회에 등원하려 한다며 색깔공세를 폈으나,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시쳇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막판에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유권자들은 실현 불가능한 선거 공약에 냉소했다.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불황이 심각한 울산 울주군에서도 무소속 강길부 후보가 당선됐다. 이로써 울산 6개 선거구를 독식하고 있던 새누리당은 3석밖에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참패를 맛봐야 했다.

경남의 중공업 벨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남 창원 성산은 창원기계공단의 중심 지역으로 중장비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직원 1천700여 명을 감원하는 등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으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51.5%의 득표로 당선됐다.

대우조선-삼성중공업이 밀집한 거제에서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인 김한표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무명의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상대로 730표(0.72%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당선됐다.

창원, 거제와 맞붙어 있어 이들 지역으로의 출퇴근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협력업체들도 많은 경남 김해ㆍ양산에서는 더민주가 압승을 거뒀다.

경남 김해갑에서는 민홍철 더민주 후보가 56.0%의 득표로 승리를 거뒀다. 경남 김해을에서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더민주 후보가 62.4%의 득표로 압승을 거뒀다. 경남 양산을에서도 서형수 더민주 후보가 승리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에서 더민주 5곳, 무소속 1곳 당선 등 전체의 의석의 3분의 1을 새누리당에게 빼앗아올 수 있었던 근원도 경제에서 찾고 있다. 울산에서 월급을 며칠 늦게 주면 부산 경제가 마비된다는 얘기가 나돌듯, 울산 등 경남 중공업 벨트와 부산 경제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경남 중공업 벨트의 불황이 부산 표심에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문제는 PK 지역이 겪고 있는 조선ㆍ기계ㆍ화학 등의 불황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중국이 지난 수년간 이 부문에 집중투자를 해 더 이상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고 도리어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근원적 처방을 하지 못할 경우 과거 영국의 조선도시, 철강도시 등이 폐허가 됐던 전례가 이들 지역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가에서는 4.13 총선에서 표출된 경제 심판이 내년 대선에서는 더 전국적 규모로 맹위를 떨칠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우리 경제의 마지막 경쟁력 우위 분야인 반도체 등 IT, BT 등에 한국 타도를 목표로 집중적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구조적 불황이 더욱 심화되면서 이에 비례해 국민적 고통도 커질 판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내년 대선의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9)

기사의 제목에서는 “‘경제 공황이 새누리 PK 아성 붕괴시켰다! …라고 하고 있으면서도 기사의 뒷부분에서는, 경제공황 그 자체, 그러니까 자본주의적 생산의 본성과 그 운동법칙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중국과 한국 간의 경쟁(력)의 문제인 것처럼 서술되고 있는 점, 그리고 공황에 의한 사태 규정을 이른바 PK 지역으로 한정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위 기사에서 박태견 기자가 말하는 그대로이다. 널리 회자되는 야권 분열이나, 특히 그동안 제1야당으로서의 더불어민주당이 보여 준 무능력ㆍ무기력, 아니 친자본ㆍ친재벌적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참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 즉 끝이 보이지 않는 공황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 기자가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다음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도, 나아가 이 한국 사회ㆍ정치 그 자체의 궁극적 향방을 결정하는 것도 바로 공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막판에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유권자들은 실현 불가능한 선거 공약에 냉소했다고 쓰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선거공약이라는 것이 사실은, 선거공약(公約)이 아니라, 선거공약(空約)임을, 즉 선거 때면 늘 등장하는 정치꾼들의 거짓 약속이요, 따라서 사기임을 대중이 이미 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인식에 모순되는 헛된 기대를 완전히 버리고 있진 못하지만 말이다.

4ㆍ13 총선의 특징

그런데 이번 총선은, 과거의 선거들과 다른 특징들뿐 아니라, 과거의 선거보다 더욱 두드러진 특징들도 보여 주었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도 극우 새누리당은, 북 상륙과 북 지도층의 제거를 공공연히 상정한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북의 대응의 격인 청와대 타격 위협이나 로켓 발사 등을 도발로 선전하고, 중국 소재 북의 식당에서 일하던 13명의 탈북자들을 입국시켜 뉴스거리로 삼는 둥, 남북 분단의 현실을 이른바 북풍으로 악용하고자 획책했으나, 그러한 시도는, 위 박태견 기자의 표현을 빌면, 시쳇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조ㆍ중ㆍ동이나 대부분의 종편 같은 극우 언론들이야 물론 저 13명의 탈북ㆍ입국을 새누리당 압승의 소재로 삼기 위해 광분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조차 그들의 탈북과 총선 직전, 즉 공교로운 시기의 입국에는 정보기관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고 나서고, 예컨대, 단독 제재→탈북→입국 일사천리…보이지 않는 손 움직였나(≪한겨레≫, 2015. 4. 11.) 등의 기사가 대중의 잠을 깨우는 등, 저들의 저의가 폭로되면서 오히려 역기능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예를 들자면, 대선 직전의 KAL기 폭파 같은 경천동지할 북풍이 아니면, 혹은 심지어 그러한 북풍조차도 그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물론, 늑대가 나온다던 양치기 소년의 거듭된 거짓과 그에 따른 소동의 결과처럼, 자업자득이다!

그런데 저 정보기관의 개입 혹은 그 공작은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은밀성이야말로 정보기관의 공작의 특성이요 그 생명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그것이 언제, 어떻게 수행되는지, 전혀 그 내막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야 어떤 수단, 어떤 강압을 동원해도 막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인간의 자유일 것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자~, 그러면 여러분에게 그러한 공작의 임무가 주어졌다면, 어떤 방법, 어떤 수단이 있겠는가?

우선, 필요한 시기에 딱 맞추어 데려올 수 있으려면, 평소에 대비(對備)되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미리미리 일상적으로 공작을 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조국을 버리고 그 적대국으로 간다는 것은 당연히 여간한 결심ㆍ결단이 아니고는 결행할 수 없다. 이는, 그 개입ㆍ공작도 여간 쎈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상해 보라. 어떤 방법, 어떤 수단이 있겠는가를!

상상력이 빈곤한 나로서는 다음과 같은 수단ㆍ방법밖에는 생각이 안 난다.

즉, 자본주의 사회의 화려함, 그 퇴폐에 노출되어 있는 누군가를 은밀히 유혹하여 처음에는 별반 대수롭지 않은 범죄에, 그러나 그가 저지른 범죄를 올가미 삼아 갈수록 더 큰, 그리하여 마침내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한다. 그 대상이 거물이면 거물일수록 더욱 좋다. 그리고 물론 마찬가지로 그가 저지른 범죄를 올가미 삼아 이젠 그로 하여금 다른 동료, 다른 인물들을 그러한 범죄로 끌어들이도록 한다. 그러고 나선, 결정적인 순간에, 즉 필요한 때에 말한다. 가자! 듣지 않으면 폭로하겠다! ― 그저 심심풀이 삼아 실없이 해 본 상상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 선거를 전후해서도 역시 여느 선거 때 못지않게, 아니 여느 때보다도 더욱 극우세력이 극성을 떨었지만, 그 정치적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오늘날 어버이연합과 전경련ㆍ국정원ㆍ청와대의 검은 커넥션이 널리 극우 매체들에서까지 규탄의 대상이 되면서 극우 룸펜단체들의 정부ㆍ재벌과의 커넥션은 박근혜 정권의 아킬레스의 건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의 최대의 특징은, 지난번 글(4ㆍ13 총선과 노동자계급, ≪정세와 노동≫ 제121호)에서도 지적한 바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ㆍ야를 막론하고 한국의 제도권 정당들이 사실상 하나같이 극우정당들임을 선거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들의 행동으로 입증해 보여 주었으며, 또 야당들의 경우 그 과정을 통해서 그 극우적 성격을 더욱 강화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참패로 새누리당 내에서 벌어진 이런저런 논란 속에서는 이 사회의 제도학계(박노자 식으로 표현하자면, 학상배(學商輩)가 되겠지만)와 제도언론에서 대표적인 진보학자로 평가하는 사람의 사상적 성격이 사실은 극우 정치세력에 의해서 별반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이 밝혀진 사실도,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서 진보라는 게 사실은 무엇인가가 간접적이나마 밝혀진 것도 이번 총선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요,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우선 다음 기사를 보자.

총선 참패로 지도부가 붕괴한 새누리당에서 야권(野圈) 출신 인사를 영입해 차기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 당내 일각에서 당내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야권 인사들까지 범위를 넓혀 찾아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맨 먼저 거론된 인사는 김황식 전 총리다.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친 거물급인 데다, 계파 색이 옅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여기에 더해 좀 더 파격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민주당 대표를 지낸 한화갑 전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권철현 상임고문은 … 한 전 대표 영입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출신인 한 전 대표는 새정치국민회의 원내총무와 민주당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 …

조순형 전 의원과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원과 강창희 의원도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박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새누리당 혁신 모임의 일부 의원 사이에선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어떠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

이런 주장은 더불어민주당을 벤치마킹해 보자는 성격도 있다. 더민주가 총선을 앞두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김종인 대표를 영입해 위기 상황을 수습한 것처럼 새누리당도 역발상으로 난국을 수습해보자는 것이다.10)

 

새누리당 혁신 모임의 일부 의원 사이에선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어떠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그러한 보도와 또 새누리당 내의 그러한 발언에 대해서 진보 정치학자이신 최장집 교수님 당신께서 명예훼손이라든가 기타 어떤 반박ㆍ대응도 하고 나서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4월 25일 새누리당의 이른바 혁신모임 간담회에 참석, 훈수하시는 영광을 즐기시기까지 하셨다! 이것이 이 사회의 소위 대표적인 진보정치학자의 모습이며, 이 천박한 사회의 진보의 모습이기도 하다.

위 기사에 등장하는, 야당대표 출신의 다른 거물들, 그러니까 한화갑ㆍ조순형 전 의원들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여도 야도 같은 색깔임을 이번 선거는 정말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전두환의 국보위ㆍ민정당 출신의 김종인 추대에 대해서는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분명 이야말로 호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의 최대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평당원들이 지조 아닌 정치적 지조를 지킴에 비해서 정치적 거물일수록 이 당 저 당을 전전한다는 것은 지난번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그리고 문제의 인물이 이번 총선에서 당을 바꾼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일부에서 새삼 야당의 대통령 후보감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한 인물에 대한 다음 기사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는 2004년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바람으로 여권 최대 위기로 꼽혔던 17대 총선(121석)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상황은 지금이 더 좋지 않다. 당시에는 천막 당사에서 당을 일으켜 세운 박근혜 대표, 서울시장 이명박, 경기지사 학규라는 차기 주자들이 있었다.11) (강조는 인용자.)

이 역시 보수니, 진보니 하고, 심지어 새누리당과 극우 언론, 극우 단체들은 야당을 가리켜 좌익이라고까지 떠들지만, 사실은 여ㆍ야가 동색임을 웅변하는 증거들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요직을 맡았다가 기초연금 대선 공약과 관련한 의견 차이로 박근혜 대통령님 각하의 눈 밖에 나 공천에서 탈락, 탈당한 진영 의원을 영입했을 뿐 아니라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의 중임을 맡긴 것도 여ㆍ야의 색깔이 같기 때문에만 가능한 것임도 지적은 해 두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국민의당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직을 맡아 비례대표(4번) 의원에 당선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님은 어떤 분이시던가? 이 분은,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는 비대위원과 정치쇄신분과위원장을 맡았고, 지난 대선 국면에서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서 박근혜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 중의 한 사람 아니던가?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12)이라는 그의 경력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안철수의 사람이라는 평이 있고 이번에 서울 관악갑에서 새정치를 기치로 내세워 당선된 김성식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또한 어떤 분이시던가? 이 분 역시 새누리당 출신이시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길지 모른다. 국민의당의 주요 인물들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출신인데, 어떻게 해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할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 말이다. 그것은, 우선 국민의당의 인물들은 똑같이 새누리당 출신이긴 하지만, 광주학살에 대해 직접적 책임이 있는 국보위 출신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노동자ㆍ민중적 대안이 봉쇄된 조건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배신적 무기력과 김종인 추대를 심판하는 길은 시쳇말로 차악(次惡)인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것밖에는 없었다고 하는 것이 대답이 될 것이다.

야당들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여ㆍ야가 같은 색깔임을, 앞에서 언급했던 선거 후의 논란에서뿐 아니라, 선거과정 속에서도 명확히 보여 주었다. 예컨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강봉균이란 분은 어떤 이력의 분이시던가? 그는 김대중 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셨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16대에서 18대까지 내리 3선 의원을 지내신 분이다. 새누리당의 거물 김종인이나 이상돈이 야당의 핵심 직책을 맡듯이 야당의 저런 거물이 새누리당의 핵심 직책을 맡는다는 것을, 그 당들이 동색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주요 3당의 색깔이 이렇다 보니, 예컨대 극우 ≪조선일보≫가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운동권은 안 돼! 혹은 운동권 정당은 안 돼!가 이번 총선에서 3당 모두의 공천 기준과 전투 구호가 된 것도 이번 총선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운동권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민주화 투쟁이요, 민주주의이다! 아무리 극우 언론이라고 해도 정색을 하고 이를 부인하고 나서지는 못한다. 그런데 저들 주요 3당은 그 운동권은 안 돼!, 운동권 정당은 안 돼!를 전투 구호로 삼아 그 기준에 맞춰 입후보자를 공천하고, 그 전투 구호에 맞춰 총선을 치렀다. 저들은 바로 민주화 운동은 안 돼!, 민주주의는 안 돼!라는 공통의 기준과 공통의 구호로 공천하고 선거를 치른 것이다! ― 자유민주주의 만세!

마지막으로, 색깔이 같다는 것은 주요 3당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이른바 진보정당이라는 당들도 대개는 마찬가지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일하게 당선자를 낸 정의당, 따라서 대표적인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대해서 보자.

진보정당이야말로 노동당과 더불어 종북 혹은 종북주의라는 악선전 문구의 저작권자(정확히는 그 상속자)임은 앞에서 언급했지만,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개시된 3월 31일에 이 진보정당이 예컨대 ≪한겨레≫ 제1면에 낸 천연색 하단 통 광고는 정의당의 얼굴 중의 얼굴 심상정 대표님 등이 휴전선 전방의 어느 군부대를 방문하여 쫄병들을 도열시킨 가운데 얼룩무늬 군복에 태극기와 함께 헌병 MP라고 쓰인 검은 완장을 차고 장교 한 사람에게 무언가 증서를 건네면서 더없이 만족스러우신 듯 헤~ 하고 웃고 계신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광고의 하단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정치권이 부상장병 외면하고 성토만 할 때, 정의당은 부상장병의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정의당은 안보를 걱정하는 진짜 민생정당입니다! (원문대로.)

정치권이 부상장병 외면하고 성토만 하다니?! 어떤 정치권이 부상장병을 성토했단 말인가? 그러할 때에 정의당은 부상장병의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법을 만들어 냈다니?! 다른 정당들이 외면하고 성토만 할 때에 정의당이 그런 법을 만들어 냈다니?! 대한민국의 국회가 아무리 개판 국회라고 하더라도,13) 의석 정원의 10분의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의석을 가진 정의당이 그렇게 홀로 법을 만들 만큼 개판은 정녕 아니지 않은가! 또, 정의당은 안보를 걱정하는 진짜 민생정당이라니?! 안보 걱정을 내세우는 정당이면, 진짜 안보정당, 진짜 국가주의ㆍ국수주의 정당이지 어찌 진짜 민생정당이란 말인가?

아무튼 이런 기만적ㆍ극우적 사고, 이런 기만적ㆍ극우적 정신을 가진 정당이 (대표적인) 진보정당으로 행세하는 게 이 사회요, 이 사회의 정치판이니, 이 얼마나 천박한, 얼마나 노동자ㆍ민중적 정치가 봉쇄된 사회요, 그런 정치판인가?!

결과의 의미

총선의 결과가 이른바 여소야대로 되자, 특히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2당인 집권 새누리당의 합의 없이는 어떤 합종연횡도 법안 하나 본회의에 상정조차 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 어느 당이나 다 과반수 미달이어서, 그렇게 법안 상정을 막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즉 새누리당 자신이 19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다수당의 전횡을 저지하기 위해서 폭력적 대립이 없는 국회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주도적으로 만들었으나, 자신들이 과반의 집권당이 되자 그토록 매도하며 폐지하려 했던 그 법을 어느 당도 폐지해야 할 필요도, 능력도 느끼지 못하는 구조로 되자, 제도권 애국언론들은, 예컨대, 여도 야도 독주 말라는 마법의 167’”이니 협치의 시대 열라는 국민 명령(이상, ≪한겨레≫, 2016. 4. 15.)이라는 둥, 122석 소여 … 통치보다 협치하라는 민심(≪조선일보≫, 2016. 4. 15.)이라는 둥 떠들면서 여ㆍ야 야합의 정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러한 촉구는 기우의 소산일 뿐이다. 여ㆍ야 야합이야 집권당으로서는 언제나 불감청 고소원일지언정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야 2당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그들은 운동권은 안 돼!, 운동권 정당은 안 돼!라는 기준과 전투 구호로 입후보자를 공천하고, 선거를 치를 때 이미 보다 노골적인 여ㆍ야 야합, 여ㆍ야 협치를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 2당의 이러한 방침은 주요 당선자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새누리당의 텃밭 중의 텃밭 대구에서 당선됨으로써 일약 “‘살아남은 자의 책임으로 지역주의와 맞짱 뜬 경계인’”(≪한겨레≫, 2016. 4. 16.)으로까지 부상한 김부겸 당선자는 그 당선의 제1성을 이렇게 발했다.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열어 가겠다!

여야 협력을 통해 대구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라는 대구 시민의 명령에 순명하겠다. 저부터 손을 내밀고 자세를 낮추겠다!

야당이 거듭나야 한다!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정치를 넘어 여야가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싸울 때라도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14) (강조는 인용자.)

그 자체로서 너무나 명쾌해서 무슨 의미인지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혹자는 물을지 모른다. ― 그런데 김부겸도 운동권 출신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새누리당(=한나라당) 출신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기사는 음미해 볼 만하다.

특히 서울대 정치학과 선배이자 빈민운동을 함께 하기도 했던 제정구는 김부겸의 정치적 멘토이자 스승이었다. 1997년 11월 대선 직전 민주당이 신한국당과 합당해서 소속 정치인들이 정치적 선택을 내려야 할 때도, 그는 제정구를 따라 합당으로 새로 생기는 한나라당으로 옮겨갔다.

김부겸은 제정구가 1999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에서 남긴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모순과 대립을 통한 세계의 발전이라는 명제는 이제 불가능하다.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정치 행태도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는 상극이 아니라 상생의 시대가 될 것이다. 화해와 상생, 통합의 정치만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김부겸이 타협과 절충을 중시하고, 화해와 상생의 정치, 공존의 정치를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삼은 것은 제정구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5)

폐일언하고, 그것이 누구의 가르침이든, 모순과 대립을 통한 세계의 발전이라는 명제는 이제 불가능하고, 21세기는 상극이 아니라 상생의 시대가 될 것이란 말인가? 끝없는 과잉생산의 대공황에 빠졌으면서도, 신자유주의적 탐욕만을 더욱더 추구하고 있는 이 사멸ㆍ혁명을 앞둔 국가독점자본주의가?! ― 고 제정구 씨가 모순과 대립을 통한 세계의 발전이라는 명제는 이제 불가능하고, 21세기는 상극이 아니라 상생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가르쳤다면, 그것은 반혁명에 의한 20세기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해체에 역사의 좌표를 잃고 엉뚱한 곳에서 억지로 희망을 찾고자 한 한 선한 소부르주아 인텔리의 가르침 그것 이외의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국민의당 역시 이 점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다음 기사를 보자.

안 대표는 이날[4월 17일: 인용자] 광주에서 연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에도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층이 많은데, 박근혜 정권에 실망하면서도 2번은 죽어도 안 찍겠다는 분이 계신다. 우리가 그분들을 담을 그릇이 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노선과 정책에 선택적 지지를 보내는 합리·개혁 보수층을 견인해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16)

노동자ㆍ민중적 대안이 더욱 강력하게 봉쇄된 데에 안심하면서 경쟁적으로 노골적인 여ㆍ야 협치의 시대, 여ㆍ야 야합의 시대를 열어가려 하는 것이다.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가, 총선 후 제일 먼저 벌인 행사가 4월 14일 오전 울산 북구의 노동자 윤종오 의원 당선자의 선거사무소 압수수색이었다는 것은 노동자ㆍ민중의 진출을 더욱 억압ㆍ봉쇄하면서 여ㆍ야 야합의 시대를 함께 열어 가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억압과 봉쇄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노동자ㆍ민중은 자신의 정치, 거리의 저항과 정치를 발전시킬 것이며,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리하여 저들이 오늘날처럼 제2의 유신을 꿈꾸며 그 억압ㆍ봉쇄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은 저들 스스로 그 파탄ㆍ파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ㆍ민중의 투쟁과 진출이 강하든 약하든, 저들의 여ㆍ야 야합은 결코 순탄하게 진행될 수 없다. 각 당마다, 그리고 각 당의 계파마다 그 정치적ㆍ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잡한 정치적ㆍ경제적 이해를 둘러싼 각 당의 내부 투쟁도, 당과 당의 투쟁도 향후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

노동자들은 그들의 투쟁을 이용하고, 결정적인 국면에서 결정적으로 타격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과학적 사상과 이론에 입각한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 참모부, 자신의 독자적인 정당을 서둘러 조직하고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


1) 주 13) 참조.

2) [최보식이 만난 사람] 있는 그대로 실상 까발리면… 국민이 국회를 깨버릴 것’”, ≪조선일보≫, 2016. 4. 18.

3) 예컨대, 4월 15일자 ≪조선일보≫의 제1면 머릿기사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즉,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우선 마음을 고쳐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종전처럼 국회를 호통치는 스타일 갖고는 더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행동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여권의 모든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황대진 기자, 122석 소여…통치보다 협치하라는 민심.)

4) 이와 관련해서는, 새누리당의 문제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이 자신을 겨냥한 공천 책임론에 대해 그런 얘기가 나오면 나올수록 자세한 얘기가 까발려지고, 문제는 심각해진다 … 고 말했다는 보도(연합뉴스, 이한구 내가 잘못? 자세한 얘기 까발려지면 심각해질 것’”, ≪뷰스앤뉴스≫, 2016. 4. 17.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31174>)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5) 안 대표는 이날[4월 17일: 인용자] 광주에서 연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 민심이 반영되는 정당투표에선 우리가 (더민주를 제치고) 제1야당이 되지 않았느냐국민의당이야말로 전국적으로 모든 계층에서 지지를 받는 전국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 과정에서 서울ㆍ인천ㆍ경기와 대구ㆍ경북에서도 정당투표 득표율에서 더민주를 앞선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안철수 정당투표선 우리가 제1야당…정권교체 이룰 것’”, ≪한겨레≫, 2016. 4. 18.)

6) 천[정배: 인용자]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국민의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국민의당은) 자랑스런 광주정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됐다고 평가했다. / 또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로 보면 제1야당이 됐다사실상 제1야당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1야당… 새누리 출신도 연대가능’”, ≪뉴시스≫, 2016. 4. 14.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414_0014022220&cID=10301&pID=10300>)

7) 안 대표는 … 이번 정당투표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가 지난 19대 총선에 견줘 10%포인트나 내려가지 않았나. 유권자들은 수학을 하고 있는데, (야권통합론자들은) 이쪽 표 저쪽 표 합하는 산수만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세영 기자, 앞의 기사.)

8) 국민의당의 또 다른 얼굴인 정동영 당선자는 선거가 끝나고 나서까지 부끄러움을 모른 채 지역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음 기사를 보라. ― 정동영 국민의당 당선인은 15일 돌이켜 보면 전북, 호남이 겪은 고난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주장했다. / 정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당선인사 글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여로부터 야로부터 받은 차별, 이겨내겠다. 전북을 중심에 세우겠다. 전북의 힘을 보여 주겠다라고 말했다. / 그는 이어 호남 정치를 복원하겠다. 호남이 야당의 뿌리라며 호남 정신의 야권의 정신으로 확산되고 정립될 수 있도록, 호남 정치를 야권의 중심에 세우겠다. 전북 정치를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 그는 일어서고 싶었다. 일어서 달리고 싶었다. 이제 달릴 수 있게 됐다라며 사랑하는 전주 시민들께서 저에게 또다시 기회를 주셨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진형 기자, 정동영 전북, 호남이 겪은 고난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여야로부터 호남이 받은 차별 이겨낼 것’”, ≪뷰스앤뉴스≫, 2016. 4. 15.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31148>). 정치가로서 일어서고 싶었고, 일어서 달리고 싶었을 그 간절한 속물적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나도 추잡하지 않은가?!

9) 박태견 기자, “‘경제 공황이 새누리 PK 아성 붕괴시켰다! 한국 기간산업 붕괴 위기. 내년 대선엔 전국적 경제 심판 예상, ≪뷰스앤뉴스≫, 2016. 4. 19. <https://www.viewsnnews.com/article?q=131218>

10) 최경운ㆍ양승식 기자, 조순형ㆍ한화갑ㆍ인명진… 여(與) 역발상 비대위원장 거론, ≪조선일보≫, 2016. 4. 23.

11) 황대진 기자, 앞의 기사.

12) 박기호 기자, 국민의당 비례대표 4번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박근혜 정권 창출 일등공신…더민주 비대위원장 될 뻔 하기도, ≪포커스뉴스≫, 2016. 3. 23. <http://www.focus.kr/Event/Election/general_election/2016/view.php?key=2016032300142731659>

13) 박근혜의 복심 혹은 박의 남자로 통하며, 타고난 부지런함과, 집권 새누리당이 쥐고 있던 예산배정권을 미끼로 호남에서 여당 최초로 재선된 이정현 의원은,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고만장한 나머지 이렇게 털어놓지 말아야 할 것을 털어놓고 있다. ― [문]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은 왜 일어났다고 봅니까? [답] 우리 정당에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의 생각ㆍ욕심ㆍ야심이 작용하는 겁니다. … … [문] 누구를 염두에 두고 말합니까? 김무성 전 대표입니까,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입니까? [답] … 지금 정당은 가치도 리더십도 없어요. JC(청년회의소)만도 못합니다. 기껏 선거만을 위해 있는데, … [문] 이번 총선은 박근혜의 선거였고, 참패에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주장도 있는데? [답] 모두의 책임입니다. [문] 모두의 책임이라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뜻도 됩니다. [답] 선거 참패하면 몇 명을 마녀사냥하고 한 달쯤 지나 다 잊어버립니다. 지금껏 늘 그래왔습니다. 그러니 국민이 선거 심판을 해도 정치가 바뀌지 않습니다. … 우리 정당과 국회의 근본 문제를 치료해야 합니다. [문] 근본 문제라면? [답] 당 구성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걸 바로잡아야 합니다. 당 최고 의결 기구인 최고위원회를 열면 매스컴에 보여주기식 발언만 하지, 국가적 정책을 위해 진지하게 회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비공개회의로 들어가면 환담·잡담만 합니다. 이게 1년에 6백억-7백억 원씩 세금 지원받는 우리 정당의 모습입니다. 이번에 난리를 쳐도 좀 지나면 원상으로 돌아갑니다. 저 권력, 저 오만을 어떻게 이겨냅니까. 백약이 무효입니다. 국회 실상을 까발려야 하고, 독버섯을 햇빛에 드러내야 합니다. [문] 어떤 국회 실상을 말합니까? [답] 국민은 국회의 실상에 대해 10%도 알지 못합니다. 가령 국회에서 예산 386조원 심의가 이뤄지는 과정이 제대로 보도된 적이 없습니다. 예산 집행 결과에 대한 평가도 거의 형식입니다. 있는 그대로 실상을 다 까발리면 국회는 안 바뀔 수가 없을 겁니다. 국민이 국회의 부조리를 깨야 합니다. … [문] 선거가 끝난 뒤 박 대통령과 통화했습니까? [답] 그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 있는 그대로 실상 까발리면… 국민이 국회를 깨버릴 것’”, ≪조선일보≫, 2016. 4. 18.) (강조는 인용자.). 그런데, 그가 그의 말대로 국회 실상을 까발리고, 독버섯을 햇빛에[원문대로!]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렇게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물론 구제불능의 바보이다! 그런 일을 하리라고 기대할 만한 인간이면, 이 사회의 제도 정치판에서 거들먹거리지도 안 하고 못 할 뿐더러, 하물며 극우 새누리당에서 박의 남자로 거들먹거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4) 이상, 송원형 기자, “‘대구 수성갑 당선 김부겸 공존과 상생의 정치 열어 가겠다’”, ≪조선일보≫(인터넷판), 2016. 4. 14.

15) 김종철 선임기자, 31년 만의 대구 야당 당선자 김부겸―살아남은 자의 책임으로 지역주의와 맞짱 뜬 경계인’”, ≪한겨레≫, 2016. 4. 16.

16) 이세영 기자, 앞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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