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2015 전국노동자대회 선동극(결) 대본

 

박현욱 | 노동예술단 선언 “몸짓선언”, 자료회원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앞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되었다.

아래의 대본은 그 노동자대회에서 진행하려 했던 문선대의 집체선동극 중 마지막 ‘결’에 해당하는 대본이다. 하지만 대회 시작이 지연되어 이후 총궐기 투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이 결 부분은 결국 취소되어 진행하지 못했다.

이번 노동자대회의 문예선동은 대회 전체 흐름을 관통하며 기, 서, 결의 흐름을 가지는 형식으로 진행하고자 계획했다.

이는 형식 면에서 폭로―공감―행동이라는 선동의 기본적인 흐름에 따른 연출이며 또한 그 각각의 내용은 노동시장구조개악의 내용인 임금피크제―일반해고제―평생비정규직 법안의 흐름을 담고 있다.

기(대회 시작부)―폭로(세상에 묻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부치는 자본과 정권은 그 주요한 이데올로기적 공격 수단으로 이른바 ‘세대론’을 내세우고 있다. 나이 먹은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철밥통을 지키려는 욕심 때문에 젊은 세대가 고통 받고 있다는 이 위력적인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임금피크제를 중심으로 폭로한다.

서(대회 중반부)―공감(잘려서 죽거나, 일하다 죽거나) :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를 중심으로 한 일반해고제 문제 역시 이른바 ‘일 못해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잘려나가 마땅’하다는 미명하에 사실은 전체 노동자에게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집체극 형식으로 표현한다.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가 잘려나갈 동료를 결정하게 하고 저성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미친 듯이 노동강도를 올리며 경쟁하는 모습을 노래와 춤을 공감하도록 한다.

결(대회 마지막)―행동(자본과 정권을 지옥으로 안내하라!) 결국 노동시장구조개악은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그 자체임을 인식하고 그러한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투쟁을 조직해야 함을 극, 노래, 춤, 모든 매체가 결합된 집체극 형식으로 선동.

진행되지 못한 선동극이기에 지면을 빌어 대본으로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대본

 

등장인물

가 ― 미조직 비정규직 환경미화 노동자

나 ― 정규직 노동조합 활동가

 

고공 농성자 전화통화:

이곳은 국가인권위 건물 옥상 고공농성장입니다. 10년 넘는 불법 파견 투쟁과 그 결과로 대법원에서조차 불법을 인정했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현대 자본과 정권에 맞서서 000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내려가겠습니다. 동지들 함께 해주십시요. 투쟁!

 

가 : (환경미화노동자 복장에 빗자루를 들고 고공농성자의 전화통화 소리를 들으며 십자 무대로 등장)

이기 당최 어서 나는 소리여? 잉? 쩌그 저 건물 꼭대기에서 나는 소리여? 아이고 저긴 또 왜 올라갔대… 저그서 밥은 먹는겨…. 잠은 지대로 자는겨…. 에이그 심란혀라…

(심란한 듯 빗자루 질을 하다)

아이고 허리야 (허리를 펴며 주위를 돌아본다)

잉? 많이들 오셨네. 근디 뭔 일로 이리들 모이셨당가?

 

나 : (대오 속 특설무대2로 올라오며) 아 네. 지금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 해엔 임금피크제나 쉬운해고를 위한 일반해고제, 평생비정규직법 등을 만들려고 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서 투쟁하기 위해 이렇게 많이 모였습니다. 같이 투쟁에 동참해주세요.

 

가 : (고개를 끄덕이며) 이~~잉 임금피크? 나도 뉴스봐서 알어. 그게 임금이 오르다가 나이 먹으면 다시 깎아 내린다는 거 아녀?

(귀찮다는 듯 청소를 하며) 에유.. 원… 근디 우리 겉은 사람들 헌티 것두 다 남의 얘기여. 아 임금이 올라봤어야 피크고 나발이고 있지? 2년마다 짤렸다가 재계약 해서 다시 제자리, 또 짤렸다가 다시 제자리…

그리고 뭐 쉬운 해고? 난 여직 해고를 당해 본 일이 없네.

 

나 : 아니 방금 2년마다 짤린다고 하셨잖아요?

 

가 : (가소롭다는 듯) 이…잉. 짤리는 거? 그기 우찌 해고여? 계.약.해.지.

난 계약해지는 숱해 당해 봤어도 해고는 당해 본 일이 없네.

(하던 일을 멈추고 차분하게) 에휴… 쉬운 해고라고 혔나? 이봐 내가 어찌 짤렸는지 들어 볼텨?

(의자를 당겨 앉으며) 아이고 다리야…

2년마다 재계약을 허는디 재계약 때가 되면 이게 살아도 사는 게 아닌겨… 딱 죽을 날 받아논 사람맹키로 그저 별 일 없이 재계약이 되야서 내년에도 나랑 내 새끼들 목구녕에 밥술이라도 밀어 넣고 살 수만 있게 해달라고 빌면서 사는겨.

한번은 12월 31일 돼서 계약이 끝나는 날이었는디… 일을 마치고 잠시 쉴라고 보니 밤 12시가 다 됐더라고. 라디오에서는 새해가 밝는다고 그 머시냐 카운트 다운인가 그거 하자녀… 셋, 둘, 하나 땡~~ 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막 환호성을 지르는디.

아 내 전화기에도 문자메세지가 왔다고 종소리가 울리더라고.

‘계약이 종료되어 내일부터 근무하지 않으니 출근하지 마십시오.’ 허참… 뭐 말이나마 그동안 수고하셨단 말 한 마디가 없어. 새해가 밝았다고 치는 종소리가 내헌틴 인생 종치는 소리였단 말여. 내가 그렇게 짤렸어. 거그서 십년 가까이 청소일을 했는디 나하고 내 새끼들 목숨이 전화기 문자 한 통으로 그렇게 쉽게 끝장나더란 말여!

(벌떡 일어서며) 근디 이보다 더 쉬운 해고가 있단 말여?!!

 

나 : 하(한숨)…. 네, 맞습니다. 쉬운 해고, 저임금. 모든 게 많은 노동자들에겐 이미 현실이겠지요.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순 없잖습니까? 지금 박근혜정권은 모든 노동자들을 그런 비정규직으로 평생 살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싸워서 막아야지요!

 

가 : 싸워? 나도 알어. 내 자식놈도 비정규직이여. 그 놈이 평생 그러고 살 생각하믄 숨이 턱턱 막힌다 말여.

근디 이거 다 누가 이렇게 만든겨? 너거덜이 예전에 그 잘난 노사정윈가 먼가 기어들어가서는 타협한답시고 도장 찍어서 이렇게 된 거 아녀! 그 때 너거덜이 파견법이고 뭐고 다 합의해주는 바람에 쩌그(고공농성장을 가리키며) 저 사람덜도 저러고 꼭대기에 목숨 줄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거 아녀?

근디 뭘 싸워? 누굴 믿고 싸운단 말여?

 

나 : 네. 저희가 미숙해서 그런 실수를 했지요. 하지만 저희도 이 악물고 싸우고 있습니다. (절규하듯)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400일이 넘게 버텨도 보고, 10년 넘게 비닐 한 장 덮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며 싸워도 봤고, 40일 50일 굶으면서 싸워도 봤습니다.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습니다.

 

가 : 다 혀 봤어? 그려… 듣고 보니.. 참… 고생들 혔네. 힘들었지?

근디 참말 다 해 본 겨?

여그 봐봐. (주위를 돌아보며) 여그 전 세계인들이 다 아는 큰 회사 다니는 사람덜, 기차를 움직이고 비행기를 움직이고, 병원, 관청, 백화점서 일하는 사람덜, 큰 빌딩 짓는 사람들, 학교 선상들 다 있자녀.

(빗자루를 들어 보이며) 나도 이 빗자루질 하루 이틀만 안 혀도 (빗자루를 팽개치며) 건물에 당최 사람이 살 수 없을 지경이 되는디. 너거들은 마음만 먹으면 공장이고 대중교통이고 머고 세상을 다 멈춰버릴 수 있는 힘이 있자녀!!! 그렇게만 하면 저것들이 (청와대를 가리키며) 뭔 재간으로 버티겠냔 말여!

근디 왜 맨날 몇 사람만 목숨 걸고 높은 곳에 올라가고 굶고 바닥을 기어당기고 두들겨 맞고 하는 겨.

할 수 있는 거 다 혀 봤어? 언제 그래 봤어? 아직 세상을 멈추는 진짜 힘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자녀!

 

위원장 : (특설무대 3에 등장하며) 네! 맞습니다. 바로 그렇게 하려고 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반드시 이번에는 모든 것을 멈춰 세우는 총파업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조직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동지들 우리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담아, 반드시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박살내겠다는 결의를 담아 투쟁으로 대답합시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대오 : 투쟁!

 

가 : 아이고~~ 목소리들 봐라. 근디 (위원장을 바라보며) 스님이셔? 머리는 워찌 그리 짜른겨?

 

위원장 : 아닙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입니다. 이번 투쟁 꼭 승리하겠다는 결의로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가 : 잉. 글쿠만. 그려 그럼 나도 같이 해야지.

(팽개쳤던 의자와 빗자루를 치우며 부산스럽게) 내 자식놈들이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잉게. 나도 인자는 손주들 재롱도 보고 그렇게 웃으면서 남은 인생 살아봐야 하는 거 아녀?

근디 그럴라믄 약속혀! 이번에 노사정윈가 먼가 들어가서 도장 찍은 그 한국노총 몇몇 썩을(레퀴엠 스타트. 문선대 등장) 놈들처럼 적당히 싸우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홀랑 타협해버리고 말 거면 아예 싸우지들 말어.

(위원장을 향해) 이 보시게 자네 머리카락 잘랐다고 했재? 이번엔 머리카락이 잘려나갔지만 노동시장 개악 못 막으면 다음 번엔 너거들 모가지가 잘려나가는 거여. 그런 각오로 싸워야 하는겨~~!!!

 

위원장 : 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

 

가: (퇴장하며) 그려, 그럼 어여 가세! 나도 파업하자고 동료들 설득하러 가야지. 가세. 가세!

 

― 자본을 향한 레퀴엠 문선진행.

 

 

자본을 향한 레퀴엠

 

글, 곡 : 박현욱

 

워~~~

임금 피크제는 월급 도둑질

워~~~

일반해고제는 살인면허제

워~~~

청년 고용은 노예계약

평생 비정규직 하루살이

자본천국 노동지옥

너희들 마음대로 두진 않아.

워~~~

썩어빠진 세상을 뒤집어 엎고

사람 사는 세상길 우리가 연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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