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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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기 | 소장

제1차 민중 총궐기: 민중들의 총공세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서울 시청주변 도심에서 열렸다. 말 그대로, 13만 여명의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이 각자의 요구를 내걸고, 모두 함께 일어섰다. 각각의 요구들은 “박근혜 퇴진”으로 압축되었고, 분노한 민중들은 청와대로 진격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저지선을 구축한 경찰과의 공방전은 격렬했다. 금속ㆍ건설노조와 청년학생이 주력부대로 배치된 파이낸스 빌딩 앞 대로에서는 경찰차벽이 돌파되었다. 이날 시위대의 기세는 경찰들을 압도했으며, 대오가 서로 부딪히면 어김없이 경찰은 무장해제를 당하고 끌려나왔다. 도심을 가득 메운 인파와 거대하게 폭발하는 분노를 바라보며 정부는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1).

올해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4월 24일, 7월 15일, 9월 23일 시도한 “총파업투쟁”은 점점 더 위축되어 갔다.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으로 생산에 타격을 주어, 정권과 맞서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불가능해졌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전체 민중들의 힘을 모아서, 가두투쟁으로 정권에 직접 맞서는 것이 필요했다.

가두투쟁 전술은 유효했다. 11월 14일 이후는 정세는 그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민중들과 정권과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으며, 이는 다른 모든 쟁점을 압도하고 있다. 정세는 급격히 고양되었다.

정부의 반격

정부도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16개 지방경찰청마다 수사본부를 두고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되었다. 먼저 투쟁의 주력부대인 민주노총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11월 21일에는 민주노총 본부를 비롯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금속노조 서울지부, 건설산업노조, 건설노조, 플랜트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했고, 27일에는 민주노총 경기본부 사무실을, 12월 2일에는 건설산업노조연맹의 플랜트건설노조 지방지회 사무실 4곳을 압수수색했다. 12월 10일에는 위원장을 체포하여 구속하였고, 현 집행부를 무력화시키고자 탄압의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 46곳은, 소환장으로 겁박하면서 활동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2).

물리적 압살만이 아니라,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도 파상적이다. 연일 “폭력과격시위”에 대해 공세를 퍼붓고,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고 노동자들로부터 고립시키고자 한다.

정권과 보수언론만 공세에 나선 것이 아니다. 새정연은 “평화시위를 유도하겠다”며, 가슴에 평화 뱃지를 달고, 꽃을 들고 12월 5일 2차 총궐기 현장에 나타났다. 민중들의 투쟁이 폭발하는 것을 억누르고, 적당한 선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종교인들도 제법 가관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진출석에 결정적 역할을3)” 했다는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이라는 자의 말을 들어보자.

도법 스님은 “때로는 한 위원장과 큰 소리를 지르며 다투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 위원장 문제를 잘 풀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세상은 함께 살도록 돼 있고, 함께 살아가려면 편 갈라 싸우는 승부가 아니라 만나서 대화를 통해 지혜를 나눠야 한다는 두 가지의 진실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이런 정신은 민주노총의 강경한 시위를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를) 평화적 시위로 바꾸는 역할을 했어요. 화쟁위원회도 합법적 집회, 평화적 대회, 사회적 대화를 계속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갖고 한 위원장을 설득했어요.”(강조는 인용자.)

“세상은 함께 살도록 돼 있”다고? 종교란 인류의 미개 상태의 반영이고, 미개인의 세계인식이다. 그래서 근대문명의 산물인 계급투쟁의 과학을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일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만나서 대화를 통해 지혜를 나눠야 한다”고 범아가리로 한 위원장을 밀어 넣는 것이, “함께 사는 것”이라니! 이들은 무지한 것인가, 아니면 교활한 것인가! 중립을 가장한 종교인들의 이러한 평화공세는, 보수언론의 “과격폭력시위” 공세에 못지않게, 민중들을 무장해제한다. 하기는 그래서 그들도 부와 권력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서 호강하는 것이겠지만…

밀리고 있는 민중

정부, 보수언론, 야당, 종교계, 즉 지배계급의 총공세에 민중들은 움츠려들었다. 11월 28일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집회는 “부상농민 쾌유 및 국가 폭력 규탄 범국민대회”였다. “부상농민 쾌유”는 기원이지 이미 투쟁이 아니다. “국가 폭력을 규탄”한다면서, 또 다시 차가운 겨울 바람 앞에서 꺼질 듯 흔들리는 촛불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염력(念力)을 믿는 것일까! 지난해 세월호 투쟁에서 허구한 날 “잊지 않을께”라며, 고장난 레코드판 튀는 소리하던 자들이 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집중적으로 탄압을 당한 민주노총이 위축되자, 어느새 소부르주아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권을 강화한 것이다.

12월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투쟁에는 주최 측이 예상했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5만여 명의 군중이 서울 시청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분위기는 스산했고 짓눌려 있었다.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11월 28일 집회의 확대판이었다. 총궐기 포스터4)에는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국가 폭력 규탄 범국민대회”라는 글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 맨 앞에서 싸우다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자신의 쾌유를 바란다며 투쟁을 회피하는 것을 보면서, 통곡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부르주아들은 매우 흡족한가 보다. 다음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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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끝난 2차 민중총궐기, 강력한 ‘반박근혜’ 민심 확인했다”

5일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5만여 명의 대규모 인파가 서울시청광장에 몰려들었고, 참가자들은 ‘공안탄압 중단’과 ‘살인진압 규탄’, ‘노동개악 저지’ 등 핵심적인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5만여 명의 인파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주최 측은 당초 최대 2만~2만5천명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에 더해 2차 민중총궐기는 일부 진보 성향의 단체만 참여했던 1차 민중총궐기 때와는 달리 시민사회, 종교계, 야당까지 적극적으로 합세하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50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대표자들이 참여한 것은 물론,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0여명은 ‘평화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종교계에서는 5대 종단 성직자와 신도 500여명은 대회 내내 경찰 폴리스라인 일대에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수놓는 ‘평화의 꽃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5)

이들은 “성공적으로 끝난 2차 민중총궐기”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라는 소부르주아 진영이 주도권을 강화하고, 5만여 명의 대규모 민중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민중들의 투쟁을 평화적으로 관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성공”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강력한 박근혜퇴진투쟁”이 아니라, “강력한 ‘반박근혜’ 민심 확인했다”고 환호한다.

 

자신감을 얻은 민중 진영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중심이 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등을 바탕으로 한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노총과 전농 등은 내년 총선을 목표로 ‘노동진보 선거연합정당’ 건설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내년 총선에 대한 공동 대응 방향으로 ‘선거연합정당’ 구성을 논의했다. 이 방안은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기반 강화를 전제로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정당형식을 띠는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해 총선에 나서자는 내용이다. (강조는 인용자)6)

이들의 관심은 벌써 총선에 가 있다. 그래서 강력한 ‘반박근혜’ 민심, 즉 자신들의 표를 확인하고 “성공”을 자축하고 있는 것이다. 총궐기 대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박주민 변호사란 자는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 “이렇게 많이 모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 “이렇게 많은 표가 모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민중진영은 결코 선거에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멸하는 길이다. 새정연이나, 기껏해야 소부르주아 명망가들과 몇몇 노조관료들의 출세를 위해, 투쟁을 방기하는 것이다. 민중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다.

다시 전진하자

싸움이란 상대가 있고, 당연히 밀고 밀리며 진행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1차 총궐기 이후, 정부의 파상적 공세에 상당히 밀리고 있다. 다시 반격해야 한다.

보다 공세적으로 쟁점을 변화시켜야 한다. 폭력시위 대 공안탄압중지(과잉진압)으로 쟁점을 형성하는 것은 수세적인 대응이다. “공안탄압 자행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노동개악 강행하는 박근혜정권 퇴진”으로 보다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 1차 총궐기 투쟁의 기세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를 더욱 민중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로 표현되는 소부르주아진영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저지를 위해 총파업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12월 16일의 파업에는 핵심동력인 현대자동차7) 등 대공장의 노동자들의 호응이 나타나며, 투쟁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8). 그러나 16일 하루 파업만으로는, 노동개악을 저지할 수 없다.9) “박근혜 퇴진”은 꿈조차 꿀 수 없다. 민주노총은 파업투쟁을 한 축으로 하면서, 다른 한 축으로는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에 더욱 힘을 투여하여야 한다. 제3차, 제4차 민중총궐기 투쟁을 주도해야 한다. 이미 형성된 민중과 정부와의 전선을 유지ㆍ강화하여야 한다. 파업투쟁과 가두투쟁과 총궐기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계급을 계속 고무하여야만, 결정적 총파업투쟁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제조업의 전체 매출액이 1.2% 줄어들었다고 발표되었다9). 이 수치로 추측해본다면, 이미 지난해부터 생산이 수축하기 시작 것이다. 즉 공황이 이미 작년에 시작되었고, 올해 계속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10). 현재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고, 조선산업 등에 수조 원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공황을 격화시킬 신용경색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어찌되었든 정부는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노동개혁 5개 법안”, 일반해고ㆍ취업규칙에 대한 지침들을 년 내에 강행처리하고자 한다.

민중과 정부의 전면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정부ㆍ자본도 민중들도 물러설 곳이 없다. 타협은 불가능하다. 과감하게, 과감하게 더욱 과감하게 전진하자. <노사과연>


1) 이재윤 기자, “’차벽 앞’ 시위대와 마주한 의경들 ‘인간방패 신세, 무섭다’”, ≪머니투데이≫, 2015.12.2.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서 청와대 방어를 맡았던 한 의경은 “다소 후방에 있었는데도, 두려움이 컸다”며 “광화문광장에 있었던 동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무섭고 지금도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120114100916074

2) 노동사회과학 연구소에도 계속 소환장이 날아오고 있다.

3) 이길우 기자,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인터뷰, ‘한상균 절망 품고 조계사 들어와…마지막 나흘밤 꼬박 새워 이야기’, ≪한겨레신문≫, 2015.12.10.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1310.html

4) 포스터의 분위기도 전형적으로 소부르주아적이다.

5) 강경훈 기자, “성공적으로 끝난 2차 민중총궐기, 강력한 ‘반박근혜’ 민심 확인했다”, ≪민중의소리≫, 2015.12.05.

http://www.vop.co.kr/A00000967569.html

6) 같은 글.

7) 좌파노동자회 등, “노동개악 분쇄! 박근혜 정권 퇴진! 총파업 성사를 위한 전국현장활동가대회를 개최하자!”

민주노총 총파업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인용자) 완성3사가 운명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모두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총파업에 완성3사와 금속노조가 선두에 서고 건설과 공공부문 등이 합류할 때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을 저지할 수 있다.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50541&page=1

8)백상경, 박윤구 기자, “16일 총파업·19일 총궐기…12월 내내 `대국민 폭력` 엄포 놓나”, ≪매일경제≫, 2015.12.13.

13일 한상균 위원장 구속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이 더욱 강력한 ‘노동법 개악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핵심 4대 축인 자동차, 철강·조선, 공공운수연맹, 공무원노조·전교조 등의 투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투쟁의 12월’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조합원 15만명 규모 핵심 세력인 금속노조는 모든 사업장에서 주야 각각 4시간 이상 파업하겠다고 결의했다.

특히 노조원 4만5000여 명을 거느린 최대 사업장 현대자동차 노조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노동계에서 초강성으로 꼽히는 박유기 신임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위시한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서다.

새 지도부는 통상임금 문제, 한 위원장 체포 등과 관련해 16일 총파업 투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소속은 아니지만 현대중공업에서는 백형록 신임 노조위원장이 지난 8일 취임하면서 1993년 이후 첫 연대투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조합원 15만여 명으로 금속노조와 함께 민주노총 산별노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공운수노조는 인사혁신처가 7일 발표한 공무원 성과 연봉제에 대해 “성과 평가·경쟁에 따라 결국 저성과자 퇴출제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며 “단호한 투쟁”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각 산별노조들이 파업 참여 수위를 논의하는 가운데 전교조·공무원노조는 대규모 집단 연차로 투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no=1176133&year=2015

9)2014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3.3%라고 발표되었지만, 이 수치는 믿기가 어렵다.

10) 필자는 지난호에서 “공황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판단했으나, 수정이 필요하다.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Dec 18th, 2015 | By | Category: 미분류, 정세, 정세와노동 | 조회수: 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