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사과연 2015년 1기 레닌 초기저작 세미나 후기> 그들 스스로 말하게 하라!

김영숙 | 레닌 세미나 팀원

 

 

레닌 초기 저작 읽기 세미나가 끝났다. 왜 레닌인가? 이유는 별로 레디컬하지 않다. 헌책방에서 러시아 혁명사를 샀는데 모셔두고 있다가 읽기 시작한 시점에 그동안 러시아 혁명보다는 레닌이란 사람이 궁금해서 인물로 읽는 세계사 책으로 레닌, 스탈린, 브레즈네프를 사서 읽었기 때문에 러시아 혁명과 레닌에 대해서 좀 더 알기 위해서 세미나에 참가했다. 전에 ≪자본론≫ 세미나를 하면서 레닌과 혁명에 관한 담소의 기억을 더듬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레닌 저작집과 그 외 참고문헌들을 찾아 읽어 내려갔다.

결론은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식으로 읽어 내려갔던 혁명사와 레닌평전은 저작집의 문건들을 소화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문건들이 발행되었던 시점의 정세와 정파들의 정치적 계급적 사회적 이해를 알아야 했고, 러시아 혁명전후기의 사건과 역사적 맥락에 대해 평전이나 혁명사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새발의 피였다. 그리고 80년대에 번역된 글의 맥락이 거의 초벌번역 수준이라 읽었어도 무슨 말이었는지를 되새김질 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그 모든 책임의 절반은 본인의 게으름과 대충 읽고 넘겨짚는 허점투성이의 책읽기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그것도 우경화가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진 현재 상황이 레닌저작을 읽는 것을 방해했다. 개인의 게으름이나 타성도 문제가 되겠지만, 개량주의 정당 활동을 했던 경험이 계속 발목을 잡아, 레닌의 집요한 설득과 논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다. 레닌의 말처럼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있어 온 것이며, 더 포괄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포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노동자운동의 자생적 발전은 바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노동자운동을 종속시키는 길이며 노동자들이 부르주아지의 이념적 노예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읽는 도중 마르티노프와 마르토프 같은 경제주의자들의 발언에 자연스럽게 수긍하면서 ‘비판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절대적 가치로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레닌은 ‘비판의 자유’를 ‘기회주의적 경향의 자유’ ‘부르주아적 요소를 도입할 자유’로 신랄하게 공격하면서 경제주의자를 비판하며 가차 없는 당내투쟁을 하였다. 러시아적 특수상황을 이해한 후에도,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적 상황에서 오는 고민으로 인한 내적 갈등과 외적으로 드러나는 독해의 부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미나 팀원들과의 토론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맑스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항상 결론을 얻으려고 성급히 서두르며, 일반적인 원리가 자기들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과 어떤 관련을 가지는가를 알려고 갈망하는 프랑스 독자들이 당장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좌절하거나 냉소하지 말고 함께 토론을 해가면서 자신의 오류와 오독을 깨닫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이번에도 재차 확인하였다. 레닌을 읽다보면 현재 우리사회에서 운동의 전멸상태의 원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경제주의자의 원시성을 보면 “지역 지도자들의 끔찍할 정도의 산개, 학습 써클의 회원자격의 우연성, 이론적, 정치적, 조직적 문제들에 있어서의 훈련부족 및 이들 문제에 대한 편협한 견해, 이 모든 것이 위에서 서술된 상황의 필연적 결과였다. 이 지경에 이르자 몇몇 지역에서는 우리의 자제력과 비밀 유지 능력의 부족 때문에 노동자들이 지식인들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기 시작하고 그들을 피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 아마추어적인 방식을 질병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활동에 적합한 혁명역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노동자 학습 써클은 선동가 없이 방치되어 있으며 항상 자금이 부족하고 격리된 학습써클, 격리되어 흩어져 결합되지 않은 혁명가들은 균형 있게 발전된 기관을 갖춘 하나의 강력하고 훈련된 조직의 표상일 수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 중에서.

바로 80, 90년대 초반에 세상을 변혁하겠다고 나섰던 전위조직들의 와해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80년대 중반부터 무섭게 몰려오더니 90년대 초반에 무섭게 떠났다”는 구로 동맹파업 때 함께 했던 여성 노동자의 이 한 마디가 생각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여정은 나로드니끼즘에서 맑스주의로, 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진보하는 전술로서의 과정도 읽어나갔다. 점증하는 화해할 수 없는 적대성이 경제적, 사회정치적, 문화적 발전 사이에 가로 놓여 있다. 바로 “피의 일요일 사건” 이후 파업에 대해 레닌은 이렇게 갈파한다. “항상 인류로부터 모든 착취를 제거한다는 그 위대한 목적을 염두에 두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길을 추구해야 한다. 반란인가 혁명인가? 혁명이란 성공한 반란이요, 반란이란 성공하지 못한 혁명이다. 러시아 노동계급 운동은 최근 며칠 동안 보다 높은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마지막 세미나의 발제를 하면서 읽은 본문 중 레닌이 몇 번씩 쓴 문장이 계속 입에 맴돈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말하게 하라!”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모여 레닌저작을 읽으며 현 정세와 과거의 오류들에 대한 성찰, 러시아사, 요동치는 격변의 시대에, 오로지 그를 통해서 특정한 위업들이 이루어졌고, 그가 아니었다면 그런 위업을 생각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레닌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팀원 모두 정치의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고 사회운동 활동가들과 정당을 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반드시 레닌 저작을 읽어보길 권해본다.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당신들에게 성실하게 세심하게 단호히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0개의 댓글

연구소 일정

3월

4월 2024

5월
31
1
2
3
4
5
6
4월 일정

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6

일정이 없습니다
7
8
9
10
11
12
13
4월 일정

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0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3

일정이 없습니다
14
15
16
17
18
19
20
4월 일정

1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0

일정이 없습니다
21
22
23
24
25
26
27
4월 일정

2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7

일정이 없습니다
28
29
30
1
2
3
4
4월 일정

2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0

일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