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이제 위로버스가 아닌 투쟁버스로 만들자

김유정 | 회원, 노동자

 

 

9월 12일 희망버스가 출발했다. 서울 국가인권위 건물 전광판 75m높이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ㆍ한규협동지,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60m높이의 크레인에 올라 있는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강병재 동지, 부산시청 앞 광고탑 위에 올라 있는 생탁 노동자 송복남, 택시 노동자 심정보 동지를 만나러 가는 희망버스였다. 9월 12일자로, 이들은 고공에 오른 지 각각 94일, 157일, 150일 되었다. 9월 12일 오전 8시 정몽구 자택 앞 선전전을 시작으로 거제를 거쳐 부산으로 향했다.

고공에서의 투쟁은 그 무엇과도 비할 바 없는 가열차고 거침없는 투쟁이다. 지상에서 해 볼 수 있는 투쟁을 모두 해 보았지만,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 동지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고공에 오른다. 이후 철탑 위로 올라간 사람, 고속도로 광고탑 위로 올라간 사람. 다들 홀로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투쟁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투쟁이 그것만으로 파급력이 크지는 않다. 함께 땅에서 받쳐주고 투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때만이 그의 선도적인 투쟁이 승리할 수 있다. 땅을 딛고 있는 동지들의 투쟁이 함께 할 때만이 고공으로 올라간 동지의 외롭고 고독한 투쟁은 빨리 끝을 맺을 수 있다.

최초의 희망버스는 2011년 6월11일 부산 한진 중공업 김진숙 동지의 고공농성 투쟁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함께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갔다. 김진숙 동지를 응원하기 위한 초기 희망버스는 부산 한진 중공업 투쟁에 연대하는 힘이 있는 투쟁이었다. 희망버스에 참가한 동지들은 행동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돌아왔다. 집회를 막으려는 경찰에 굴하지 않고 대치하고 뚫고 가고, 길을 돌아 돌아가고, 공장에 진입하는 투쟁도 만들어 갔다. 그렇게 투쟁하는 희망버스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는 평가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의 희망버스는 장기 투쟁을 이어가는 동지를 한 번 보러가서, 모여 문화제하고 돌아오는 것에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행사가 되어버렸다. 또한 지역의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하며, 투쟁을 알리는 것에 만족하며, “오늘 우리는 승리했다”고 자축하며, 고공에 올라 있는 동지를 뒤로하며, 돌아오는 희망버스가 되었다.

고공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자포자기에 가까운 절박한 심정으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찾으려는 궁여지책으로 고공으로 올라간다.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데 100일, 200일, 300일을 버티며 고공에서 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은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그들은 그 험난한 고공농성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희망버스는 고공으로 올라간 사람을 ‘위로’하러 가는 버스가 되었다. 멀리서라도 얼굴 도장 찍으러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힘을 주러 가는 것이 되었다. 농성자를 위로하고 힘을 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혼자 계속 버티며 농성을 하라는 것인가?

힘을 주러 가는 것이 아니라 힘이 되기 위해 가야 한다. 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땅 위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하나의 단결된 행동으로 농성하는 동지의 요구를 함께 쟁취하는 투쟁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그래서 그를 하루라도 빨리 땅으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 힘을 주어 더욱 오래도록 그곳에서 버티라고 하는 것은 못할 짓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60M 상공에서 강병재 동지가 전하는 “희망버스 기다렸습니다.” 말을 지상에서 전해 듣자 참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혼자만의 싸움으로 외롭고 고독한 그를 방치해 놓았다는 생각에 차마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투쟁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고공에 올라 있는 동지를 보며 내가 위로를 받으러 간다는,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내가 힘을 받으러 가는 희망버스로 되어갔다. 사람들이 우르르 갔다가 집회 잠시하고 문화제하고 기자회견하고 돌아오는 행사,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렸다.

 

최초의 희망버스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이었지만, 지금의 희망버스는 노동운동의 잘못된 관성을 보여주는 것이 되어버렸다. 희망버스만이 아니라 운동 전반에도 오래된 관성이 만연하다. 선진 활동가들이 앞장서서 투쟁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 사업장에서 투쟁을 만들면 거기에 따라가기 급급하다. 그렇게 잡은 투쟁은 하루정도 일정을 내는 생색내기 정도의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고공 농성자 개인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들이 함께 뭉쳐서 투쟁을 하는 조건을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고공에서 힘겹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오래 고공에서 투쟁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더 이상 고공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서 싸워야 한다. 노동자를 고공으로 내모는 자본가의 세상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으로만 엎을 수 있다. 엎어 버려야 한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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