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이병진 동지의 편지

최상철 동지께

 

안녕하세요? 오늘 밝은 목소리 듣고 기뻤습니다. 늘 짧은 전화통화가 아쉽습니다. 곧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거에요. ≪노동사회과학≫이 발행되었군요. 빨리 받아보고 싶어요. 지난주에 책 소포가 도착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30권 도서 소유제한으로 반입이 안 되어 오늘 서너 권의 책을 택배로 보냈습니다. 이번 주 안이면 받아볼 수 있겠군요. 교정행정 처리 속도가 더뎌 책을 받아보는 데도 2주일이나 걸립니다. 처음엔 답답하고 화도 났지만 요즘은 인내심도 많이 생겼습니다. 제 글에 대한 반응과 평가가 궁금합니다. 독자들이 제 글에 공감하는지도 알고 싶어요. 부족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비판이나 문제제기도 있을 거에요. 그런 부분은 저에게 알려주세요.

인도 박물관의 김양식 원장님께서 번역 출판을 후원회 주시겠답니다. 한•인 문화연구원에서 출판하려고 해요. 한•인 문화연구원이 인도문화와 교류에 힘쓰는 단체라서 사회과학연구 기반이 부족한데, 김양식 원장님과 상의해서 사회과학 분야로 관심주제를 넓히려고 합니다. 물론 주한 인도 대사관은 여전히 친선문화교류 활동에 관심이 많고 그 분야 협력을 많이 요구한답니다. 기존의 문화교류활동과 인도박물관 사업은 그것대로 발전시키면 되고 저는 사회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따로 연구 활동 기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양식 원장님이 10억 원을 기부하여 인도 Visva-Bharati 대학(타고르 국제대학)에 한국관 건립과 한국어 과정 개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벵갈 지역에는 연고가 없었는데 이를 계기로 서벵갈과 인도 동부지역 연구의 거점이 될 것 같아요. 꼴까따에 유명한 국책연구소인 Centre for Studies in Social Science가 있는데 점진적으로 그곳과 교류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앞으로 우리 연구소도 재정이 넉넉해지고 연구역량이 높아져 그런 단체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최상철 동지께서 주변 동지들과 의논하셔서 인도 정치 입문서 책을 추천해주세요. 김양식 원장님이, 번역해 보고 싶은 책의 이름을 알려주면 구입해서 보내 주신다는데, 이왕이면 최근에 출판된 책을 번역해 보고 싶어요. 꼭 인도 연구자들이 아니어도 교양수준에서 대중적으로 읽을 만한 책을 번역해 보고 싶습니다. Oxford 출판사에서 신간목록을 찾아보시고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9월 4일 재판은 예정대로 참석할 것입니다. 그날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합니다.

최근에 정말 많은 분들이 구속되고 수감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분노가 생깁니다. 전반적으로 사회 전체가 보수화되고 있으며 진보진영은 점점 더 위축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현 시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합니다. 그러함에도 위축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게 현재로서는 제게 최선의 길입니다.

남북 군사적 긴장도 서로 유감 표명과 대북방송 중단으로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일단 남북 대화의 길은 열었지만, 긍정적으로 풀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북이 한 발 물러나 ‘유감’ 표명을 하여 위기는 넘겼지만, 북의 준전시 선포와 군사적 움직임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남에 대한 군사적 경고와 무력시위의 의미도 있었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북의 정치•군사적 의지를 아주 무겁게 느꼈습니다. 평소 한•미 공조를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진영이 앞으로 북과의 대화에 나설지는 의문입니다. 탐색적 대화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만약에 박근혜 정권이 실질적인 남북 대화를 발전시켜 간다면,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물론, 그것을 미국이 가만히 바라만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곧 남북대화를 갖기로 했고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기로 하였으니 박정권의 속내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와 함께 미국의 의도도 나타날 것입니다.

전화에서 최상철 동지가 아팠다고 하셨는데, 건강 잘 돌보세요. 저는 혼자 지내기 때문에 아프면 더 서글퍼져서 더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체중도 좀 줄었고 얼마 전에 외부병원(전주병원)에서 간 CT 촬영과 혈액검사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간수치도 양호하고 간상태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최 동지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최 동지께서도 항상 건강을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습니다. 무더운 더위에 기진맥진 지냈는데, 시원해지는 날씨 덕분에 몸과 마음도 상쾌합니다. 다시 한 번 굳게 마음을 추스르고 나아가야겠습니다.

최상철 동지도 잘 지내세요.

 

이병진 올림

2015년 8월 25일

 

최상철 동지께

 

9월 4일 예정이었던 재판이 갑자기 10월 26일로 연기되었습니다. 갑자기 재판이 연기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상철 동지께 의논할 일이 있습니다. 오늘 보안과장 순시가 있었는데 재판 연기를 언급하며 거실 내에 도서가 많다며 치우라는 지시를 하고 갔습니다. 재판 연기를 언급하며 그런 지시를 하여 당황했고 굉장한 심리적 부담과 압박을 느낍니다. 도서는 학습용과 정기 간행물 그리고 각종 자료물과 함께 있어 다른 수용자보다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규정을 위반하여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도서 반입은 사회복귀과의 업무라서 보안과장의 그런 지시는 부당하며 힘을 과시하는 것 같아 굉장한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얼마 전 보안과장이 바뀌었는데 사소한 트집을 잡아 소송 진행에 압박을 주려는 것 같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수용자들을 겁주고 불안하게 하는 보안과장의 순시는 잘못된 일입니다. 계속해서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자꾸 갈등이 생기고 더욱 불안해 질 것입니다.

예전에는 보안과장이 책상 높이를 12cm로 줄여 집필과 연구활동을 위축시키더니, 이번에는 책과 연구자료들이 많다고 위축시킵니다. 부당한 간섭과 압박은 당당하게 맞서 싸워야겠지요. 이런 긴장 상황을 최상철 동지께서도 인식하길 바라며, 부당한 압박이 계속된다면 최상철 동지께서도 도와주세요. 또 편지 드리겠습니다.

 

이병진 올림

2015년 9월 7일

 

덧붙이는 글:

송상교 변호사님이 서신검열 때문에 제가 힘들어 했던 서신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과거에(2012년 경) 알몸 검신을 뒤늦게 알리면서 검열로 위축되어 알몸검신 사실을 뒤늦게 알리는 제 심경을 적어 보낸 서신들이 있을 것입니다.

구노회 또는 석방모임에 실린 제 서신들 가운데 서신검열 관련 내용이 있으면 송상교 변호사님께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9월 전화는 추석명절로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려 합니다. 9월은 편지로 대신 안부 인사드리고 10월에 전화신청을 하겠습니다.

또 편지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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