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고공농성에 돌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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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청 앞 전광판에서의 고공농성

 

하늘로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을 바라봅니다. 정말이지 최소한의 권리가 묵살당하면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소망할 때 목숨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바로 그 현실에 생탁을 만드는 노동자들과 택시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복수노조가 시행된 이후 어용노조가 판을 치던 택시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만들었지만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우리의 권리는 묵살되었습니다. 공정대표의무위반 판결을 받았지만 노동조합 사무실을 비롯한 소수노조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법조차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택시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남교통 앞에 농성을 시작했고, 벌써 1년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활보조와 복리후생을 위해 지급되어야 하는 부가세경감분은 최저임금에 산입하여 지급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과 국토교통부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시청과 노동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끌기만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시청 앞 출근선전전 및 농성에 돌입한 것도 벌써 반년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이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바로 복수노조이지만 택시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과 투쟁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투쟁을 무력화하면서, 법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그래서 하늘로 향합니다.

 

노예처럼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연차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요일이면 특근수당은커녕 점심식사로 고구마 한 개 먹어가며 막걸리를 만들었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 측에 대항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파업에 들어갔지만 사 측은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회사 측의 입맛에 맞는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파업을 무력화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무기로 복수노조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55세 정년에 매년마다 촉탁계약 갱신을 해 왔던 노동자들에 대해서 이전까지는 해고협박으로 입을 다물게 하더니, 민주노조를 통해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만 계약해지 통지를 해 왔습니다. 당연히 지노위 중노위는 어용노조 조합원들과 차별적으로 해고를 한 계약해지에 대해서 무효임을 인정했지만 법의 판결은 우리 생탁노동자들에게는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먼 길이었습니다. 생탁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체불임금 내놓아라, 부당노동행위ㆍ부당해고 중단하라, 단체협약 체결하라며 투쟁한 지 1년입니다. 택시노동자들이 농성장에서 4계절 보냈듯이 생탁 노동자들도 노예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4계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늘로 향합니다.

 

계절이 4번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저희는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노동부가 노동자의 편에서 무언가를 해 줄 거라 기대도 해 보았고, 법의 판결을 기대해 보기도 했지만 헛된 것이었습니다. 공권력은 자본의 개가 되어 정당한 파업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짓밟았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인상 좋은 얼굴로 입에 단 말들을 내뱉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거리에서 봄을 맞으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갈 방법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단결과 투쟁으로 하나된 노동자로 굳건히 설 때만이 승리는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본가들은 더 많은 착취, 더 많은 탄압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할 때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은 더 많은 연대, 더 큰 단결 통해서 인간다운 삶, 공동체적인 삶을 꿈꿀 수 있는 이들임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택시와 생탁이라는 이름을 벗고 노동자라는 이름만을 가지고 어깨 걸고 하늘을 향합니다. 시민의 발이 되어 운전대를 잡아야 할 택시노동자와 부산시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탁노동자가 “민주노조의 노동3권 보장”이라는 하나의 요구를 걸고 하늘로 향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몸에 불을 당겼던 전태일의 시대는 근 반세기가 지난 2015년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작금의 현실을 변화시킬 다른 방법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무력화된 파업권과 교섭권을 되찾아오는 날, 법이 판결한 대로 민주노조가 가져야 할 권리를 찾게 되는 날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밟을 것입니다.

 

민주노조의 노동3권 보장하라!

복수노조를 빌미로 한 파업파괴, 노조파괴 중단하라!

인간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다!

 

2015년 4월 16일 새벽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부산합동양조현장위원회 송복남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택시지부 부산지회 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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