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애국심은 개나 줘 버려!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이번 호의 <권두시>로 오도예프스끼의 “예언의 노랫소리가”를 실었다. 시인은 “불씨 하나에서부터 불길은 타오를 것이오”라고 외치고 있다. 온갖 가연성 소재들로 가득 차 있는, 그래서 폭발 직전에 있는 이 땅에서도 “불씨 하나에서부터” 거대한 “불길”이 “타오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온통 주변이 가연성, 폭발성 소재들로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불씨”는 거대한 “불길”로 타오르지 못하고 있다. 꺼질 뻔한 “불씨”를 힘들게 살려 내고는 있지만, 이 “불씨”는 아직 거대한 “불길”로 타오르지 못하고 있다. 왜 “불씨”는 꺼질 뻔했는가? 어떻게 해야 “불씨 하나에서부터 불길”로 타오르게 할 수 있는가?

꼭 1년 전 박근혜 정권에 의해 자행된 세월호 학살에 대한 인민들의 분노가 왜 거대한 불길로 타오르지 못하고 꺼질 뻔했는지, 어떻게 해야 거대한 불길이 되어 광야를 불사를 수 있을지에 대해 “<정세> 세월호 투쟁의 전진을 위하여”와 “<회원마당> 저들은 우리의 동지가 아니다!!”에서 다루고 있다.

한편 우리는 “불씨”의 또 다른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우리가 광야를 태우는 거대한 불길의 ‘한 알의 불씨’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극복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전ㆍ현 소장님들의 <이ㆍ취임사>를 통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장> 현행 버스준공영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는 한남운수 해고자 이병삼 동지와의 인터뷰를 실은 것이다. 본인의 ‘복직 투쟁’을 넘어 ‘보다 나은 사회’, ‘새로운 사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이병삼 동지를 응원한다.

“<이론> 세계관과 변증법적 유물론”도 연재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스피노자, 로크, 라이프니츠 철학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번역> 흐루쇼프가 거짓말했다”는 이번 호로 본문이 마무리되었다. 그로버 퍼는 실증적 자료들을 통해, 쓰딸린 탄핵의 주요한 근거가 되는 흐루쇼프의 ‘비밀연설’이 조작과 거짓에 기초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이후 번역ㆍ연재될 ‘부록’ 부분에서도, 흐루쇼프의 날조들이 폭로될 것이다.

“<번역> 인도 독립 투쟁의 역사”에서 영국제국주의가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을 보면서, 자본과 정권이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갈라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노동자 눈으로 영화를 읽는’ 유재언 편집위원의 글도 연재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영국 탄광노동자들을 다룬 ≪브래스트 오프(Brassed Off )≫(1996)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바라본다.

 

*            *           *

 

1천400백만 명이 봤다는 ≪국제시장≫을 언급하며, 박근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서도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발언 이후 3.1절을 앞두고 국기 게양을 강제로 추진한다는 둥, 국기 게양ㆍ하강식 부활한다는 둥의 이야기가 나오다, 급기야 지난 4월 6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의 대표발의로 이른바 ‘애국3법’(대한민국 국민의례법,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 대한민국 국기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에 ‘애국심을 강제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은 박근혜 정권에 의해 세월호 학살이 자행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 정권은 300명이 넘는 목숨을 무참히 학살했다. 그리고 진실을 밝혀 달라는 유가족들을 외면했다. 아니, 외면을 넘어 그들에게도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게 나라냐”고.

우리는 말한다. “그렇다. 이게 나라다”라고! 어떤 국가도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피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국가가 바로 지배계급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배계급인가? 그렇다면, 이 나라는 당신의 나라이다. 하지만 당신이 지배계급이 아니라면, 이 나라는 당신의 나라가 아니다. 당신의 나라도 아닌데, 애국심은 무슨 애국심이냐!

하지만 우리는 온갖 사람들로부터(교육기관, 각종 매체 등등) 그놈의 ‘나라 사랑’을 배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걱정하며, ‘우리나라’ 제품이 해외에서 잘 팔리면 기분이 좋고, ‘우리나라’ 대표팀이 ‘다른 나라’를 이기면 좋아한다.

그런데 그래서 당신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저들의 말처럼, “노동시장이 개혁되면”, “내 아들과 딸의 취업이 열”릴 것 같은가? “비정규직이 보호”될 것 같은가? “규제가 개혁”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당신의 살림이 나아질 것 같은가? 수출이 잘 되면, 당신의 생활이 나아질 것 같은가? 그래 ‘국민행복’ 시대에 당신은 행복한가?

당신이 나라를 걱정할 때, 당신은 애국주의, 국가주의의 영원한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 이 나라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라 걱정할 시간에 자기 자신이나 걱정하라!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애국주의가 판치는 이곳에서, “애국”, “애국”하는 자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의 나라 대한민국, 애국심은 개나 줘 버려”라고!

 

2015년 4월 16일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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