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저들은 우리의 동지가 아니다!!

―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며

 

방의표 | 회원

판단착오와 반성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나는 ≪정세와 노동≫ 제101호(2014. 5.)에 돈이면 다냐? 힘이면 다냐? 미안하면 다냐?라는 짧은 글을 이곳 회원마당에 기고했다. 말도 안 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분노를 담아 글을 썼다. 하지만 그 글을 기고하고 나서 몇 주 뒤, 그 글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세월호 참사, 그 세월호 학살의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글을 썼던 2014년 4월 말 당시에)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권, 국가권력의 만행이요 학살임을 느끼고 있었고 글에도 그런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지만 나는 실수를 했던 것이다. 제목부터 실수였다. 제목 돈이면 다냐? 힘이면 다냐? 미안하면 다냐? 이것은 세월호 학살의 가장 큰 원인이 마치 이 나라 자본의 문제(안전을 무시하고 이윤추구가 우선인 자본)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썼냐면 그 당시 나는 세월호 학살의 원인을 두 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학살과 관련해 국가권력과 자본을 같은 선상에서 파악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때 이 나라 언론은 세월호가 침몰하자마자 세월호의 연식, 증축 개조를 언급하며 이 나라 자본의 안전 불감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덧붙여서 유병언의 사생활, 종교, 연예인까지 들쑤셔 가며 이 나라 자본이 돈벌이에 환장해서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갔다고 보도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한때 저 놈들의 농간에 놀아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자본의 안전 불감증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학살이었다고 당시 좀 더 강하게, 명확하게 규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 지면을 빌려 그때 나의 실수를 반성한다.

1년 전, 민중들이 왜 광장에 나왔을까?

1년 전,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유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구조상황을 지켜봤지만 유족들에게 돌아온 것은 절망이었으며 유족들은 절망과 동시에 이 사건의 진실, 즉 이 사건은 학살이란 것을 알아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목격한, 구할 수 있었음에도 구하지 않았던 모습을 TV로 본 이 나라의 민중들은 광장으로 나왔다. 날이 갈수록 사는 게 팍팍해져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지만 민중들은 주말 오후에 광장을 가득 메웠다. 우리 민중들이 왜 나왔을까? 청해진해운과 각종 이권에 연루된 자본들과의 커넥션 때문에? 유병언과 그의 종교 그리고 신도들의 악행에 화가 나서? 이 나라의 재난방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개선을 요구하려고? 아니면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이 체제, 자본주의의 문제니까 자본주의를 극복하려고? 글쎄, 내가 관심법을 몰라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나도 주말에 광장에 나갔던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내 생각엔… 광장에 나온 이유는 그냥 답답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였다. 말이 안 되니까, 이 답답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없다가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참을 수 없어서 광장에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유족들, 우리 민중들은 정말 알고 싶었다. 왜 수학여행 간 학생들을 안 구했는지, 그 배에 탄 다른 승객들이 살려 달라고, 도와 달라고 창을 두드리며 소리 지르는데 배들은 그 앞에서 계속 빙빙 돌기만 하고 배를 침몰하게 내버려 뒀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우리 민중들은 확실히 알아 가고 있었다. 지금 이 나라가 이 정권이 정말 몹쓸 나라, 몹쓸 정권이란 것을 말이다. 민중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민중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안고 광장에 나왔다. 그러나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인 민중들의 분노가 솟구쳤던 그때 평소에는 세상을 바꿔 보겠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떠들던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며 민중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광장에 나온 민중들에게 실망감만 안기며 다시 그들을 굴욕적인 일상으로 돌려보냈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헛발질, 헛발질 계속되는 헛발질

그렇게 한 번 가라앉았던 세월호 정국이었지만 이대로 묻힐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다시 돌파구를 만들어 준 것은 유족들이었다. 부끄럽게도 유족들이었다. 그분들의 죽음을 각오한 단식농성, 거리투쟁 등으로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었고, 다시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오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다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 흐지부지되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늘 그래 왔듯이 한통속임을 보여 줬고 저들 정치인들, 정권에 호소하는 방법으로는(특별법을 만들어서 함께 진상규명하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때도 2014년 봄에 실망감을 준 그 사람들은 어김없이 다시 연단에 서서 이 말만 반복한다.

 

세월호 참사는 탐욕의 자본, 규제 완화, 신자유주의 문제입니다. 이를 극복하고 안전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다시 세월호 정국은 푹 가라앉아 버렸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을까? 난 단언한다.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운동민중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노란배와 노란리본을 접고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같이 눈물 흘리는 것이 마음을 얻는 것일까? 마음을 얻는 것은 그렇게 감성적인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적어도 세월호 정국에서 민중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그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수없이 얘기했지만 민중들이 갖고 있는, 점점 더 커져 가지만 어찌 다뤄야 할지 모르는 그 분노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계속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선전사업(당시 계속 회자되던 세월호 참사의 각종 의혹들)을 강화하고 결정적으로! 이를 응집시켜 보여 주는 구호를 만들고 민중들과 함께 외쳐야 했는데 기껏 외치는 구호가 이것이었다.

 

박근혜는 책임져라!!

 

이 구호가 정말 우습게 느껴지는 것은 저 학살자들이 처음부터 책임 질 생각이 없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저들이 보여 준 모습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보고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학살을 저지른 저들을 단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민중의 힘으로 강제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이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주구장창 저 구호 박근혜는 책임져라!!만 외쳤다. 저들은 박근혜 퇴진!이란 구호를 외치지 않았고 외칠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집회에 나온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으나 저들은 그 외침을 철저히 외면했다 지금 2015년 전국 방방곡곡에서 민중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데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박근혜 퇴진!이란 구호가 안(못) 나오고 있다. 그리고 저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뻔뻔하게도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이제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헛발질만 하면서 자신들의 운동방식을 반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민중들의 마음과 동떨어진 짓거리만 일삼고 있다.

무엇이 더 우리들의 마음에 와 닿는가

아직도 세월호 학살은 탐욕의 자본이요,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얘기하는 저들의 모습, 민중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보려 하지 않고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진정 급진적인(?) 얘기만 하는 저들을 더 이상 믿어서는 곤란하다. 생각해 보라, 자본이 언제 탐욕스럽지 않은 적 있었나? 자본주의 체제가 문제투성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 아닌가. 그러나 자본의 탐욕스러운 모습들,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들이 명확하게 보이는가? 세월호 학살 당시 일어났던 일들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더 명확하게 보이는가? 탐욕스런 자본, 자본주의 문제는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콕 집어낼 수가 없다. 왜냐면 우리는 이 체제 안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받았으며, 지금도 여기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언가 문제 있고, 불만 있고, 화가 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찌해 볼 수가 없다. 우리에게 이미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하다.1) 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겠는가? 명확하게 보이는 문제를 집중 공격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니겠는가. 올해 들어 더욱더 신자유주의 공세를 노골적으로 강화하며 노동자, 민중이 생존권마저 말살하려 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명확하게 보이는 큰 약점, 지배계급 입장에선 정권의 안위마저 걱정하게 만드는 약점은 세월호 학살밖에 없다. 세월호 학살에 분노하고 나온 민중들에게 신자유주의, 탐욕의 자본 얘기보다 세월호 학살은 박근혜 정권의 만행이며 관련 증거를 계속 폭로하고 이를 박근혜 퇴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민중들의 마음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그러나 저들 저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한다는 작자들은 아직도 퇴진이라는 구호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낀다. 운동의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퇴진구호는 시기상조라고 얘기한다. 이쯤 되면 우리는 알 수 있고 알아야만 한다. 저들의 정체를….

저들은 더 이상 우리의 동지가 아니다!

저들은 앞으로도 우리 민중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데 앞장설 것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하건 모르고 하건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저들은 지난 세월호 정국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 자들이다. 단호하게 배격하자. 저들은 더 이상 우리의 동지가 아니다. 걸림돌일 뿐이다. 세월호 1주기가 된 지금 우리의 적들은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뜻을 돈으로 능멸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흔들리지 않고 앞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진실은, 책임규명은, 단죄는 오직 민중의 힘으로 강제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운동을 방해한 저들을 단호히 떨쳐 내고 다시 시작하자.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들은 우리의 동지가 아니다!!

덧글: 얼마 전 미 대사 피습사건 때 박근혜는 귀국하자마자 리퍼트 대사를 만났다. 세월호 유족들의 면담요구는 철저히 무시하던 박근혜다. 이제 유족들도 느끼셨을 것이다. 이 나라, 이 정권이 누구를 더 우선으로 여기는지 말이다.  노사과연


1) 그만큼 강하기도 하고 실은 그만큼 세월호 학살이 이 정권에 큰 타격을 줄 것임을 알기 때문에, 세월호 학살에 대한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보수언론들이 모두 자본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정권의 최대 약점인 세월호 학살을 무마하기 위해서 자본의 문제를 언급하며 어느 정도의 자본의 손실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수언론과 똑같은 말을 일삼는 저들에게 무슨 희망이 보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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