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의적인 서신 검열에 면죄부를 준 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전주교도소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

≪작은책≫ 원고 발송 불허 및 서신 검열 사건

국가배상청구 소송 1심 패소 판결에 대한 논평

 

 

법원이, 월간지 연재 원고의 발송을 불허 당하고 서신을 검열 당한 양심수가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놨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현용선 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8년형을 선고 받고 전주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2500만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소 측이 서신 검열 권한을 남용하는 관행에 손을 들어준 것이자 교정시설에 만연한 서신 발송 금지 조치에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다.

 

법원은 서신 검열에 대해 “형집행법 및 그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 판단되고, 달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만 판단했다. 구 행형법은 원칙적으로 서신 검열을 허용했고 집필에 대한 사전허가제를 규정했다. 그러나 이미 자유를 박탈당한 수용자로부터 편지를 쓸 자유마저 박탈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드디어 2007년 전면개정된 형집행법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의 내용은 검열받지 아니한다”(제43조 제4항)고 규정하여 서신 무검열 원칙을 선언했다. 다만, 그 예외로 개별 서신이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출 때에만 검열을 허용하고 있다.

 

시설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서신 검열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이는 개별 서신에 대해 극히 예외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 정당성에 대한 입증 책임도 소 측이 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른바 ‘공안사범’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보내고 받는 모든 편지를 무제한 검열하는 것은 현행법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형집행법의 서신 무검열 원칙을 무시한 이번 판결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1심 중 소 측이 서신 검열을 인정한 건수는 2013년 115건, 2014년은 9월까지 83건에 달했다. 그러나 소 측은 이씨의 서신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소 측은 검열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수용자의 최근 동정이나 담당 교도관의 경험칙을 바탕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증인으로 나선 교도관들도 봉투의 수신자가 인권사회단체 등이면 검열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이렇다보니 검열 대상에 인권사회단체와 언론사 기자는 물론이고 이씨의 가족과 지인도 포함됐을 정도로 검열이 자의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이씨가 행정소송과 언론중재신청 사건의 담당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도 검열 당했다. 게다가 검열 결과 실제로 발송을 불허한 서신이 없는데도 서신 검열은 입소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서신 검열의 진짜 목적이 이씨의 동향을 파악하고 내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게다가 법원은 대법원 판결로 그 불법성이 확인된 월간 ≪작은책≫ 연재 원고의 발송 불허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집필문의 내용과 불허처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소 측의 손을 들었다. 이씨의 원고 내용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깔아뭉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소 측이 이씨의 원고 발송을 또 다시 불허하더라도 책임을 추궁할 길이 없게 된다.

 

법원은 소 측이 서신의 개봉을 요구하고 발송 포기를 강요했다는 이씨의 주장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선 한 교도관은 이씨뿐만 아니라 조직·마약·공안사범에게 개봉 제출을 요구하는 소내 방송을 했음을 인정했다. 이미 2012년 헌법재판소는 수용자의 발송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놨다. 그럼에도 소 측은 공안수들은 서신을 검열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서신을 개봉하여 제출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위헌 결정 이후 이씨에게 서신을 개봉하여 제출하도록 강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도 이를 강요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마저 무시한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에 감옥 수용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이번 판결을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것이다.

 

 

2015226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중투쟁연맹(ILPS) 한국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WSL) 한국위원회,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의 석방 추진 모임, 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일하는예수회, 오산다솜교회,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전북인권교육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경기남부/군산/김제/익산/전주),평화와 통일을 열어가는 오산 노동자문화센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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