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잘~들 논다

—“정윤회 게이트”를 보면서—

권정기 | 편집출판위원장

이른바 “정윤회 게이트”로 제법 소란스럽다. 정윤회와 박지만의 권력암투, 그리고 여기에 김기춘까지 얽히며 출연진들이 제법 볼 만하다. 문제는 황금알을 낳는 닭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윤회와 “3인방”의 독차지였는데, 박지만 측에서의 반격이 시작된 듯하다. 그 사이에서 벌이는 김기춘의 외줄타기도 심심풀이 땅콩이다.

권력 최상층부 깊숙한 곳에서의 암투는 당연히 항상 있어 왔다. 그런데 이렇게 전면적으로 폭로되는 것은, 그 문제가 내부적으로 통제·관리가 안 될 정도로 곪을 대로 곪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악취에 메스껍기는 하지만, 노는 꼴을 좀 들여다보자.

먼저 박근혜를 보자. 그는 7일 “‘찌라시(사설정보지)’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다. 물론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자신의 정치생명에 매우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어서 발끈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마시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한다. 검찰이 알아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결론을 내려줄 것을, 그 신문을 응징할 것을 주문한다. 이 말은 자신은 “허세”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실세(정윤회와 3인방)를 건드릴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당연히 여기에 화답한다1).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은 처음부터 상당히 부풀려졌거나 아예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건 그것대로 밝혀내 작성과 유출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청와대 내부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청와대 내부 운영 시스템 전반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국민은 대통령 주변에서 내분(內紛)과 알력, 다툼이 일어났던 상황 전반에 대한 근원적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결코 정씨에게 면죄부(免罪符)를 주는 것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의혹 문건”은 “진실이 아닐 수 있”고, 오히려 문건 “작성과 유출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문건을 유출시킬 정도로 기강이 해이해진 “청와대 내부 운영 시스템 전반을 고쳐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태의 본질을 잘 알고 있고, 이번 일과 같은 적전분열을 예방하려고 한다. 그래서 “정씨가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부적절한 언행(言行)을 해왔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 곳에 단서가 남아 있다2)”고 엉뚱한 이유를 대면서, “대통령 주변에서 내분(內紛)과 알력, 다툼이 일어났던 상황 전반에 대한 근원적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비굴하다. “근원적 대책”, 즉 박근혜가 측근들에게 먹이를 골고루 나누어 주어, 극한적 싸움을 예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이른바 “진보언론”이라는 야당지 ≪한겨레신문≫을 보자3).

대통령 바로 옆에서 국정 농단과 전횡이 번연히 벌어지는데도 사실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3인방 등 문제의 근원을 잘라내고 주변을 쇄신해 체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국정 붕괴의 피해는 온 국민이 입는 것 아닌가.

“국정 농단”, “국정 붕괴의 피해는 온 국민이 입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 우리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정농단4)”이란 국가정치에서 오는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말한다. 그래서 “국정농단을 해결하자”는 것은, 정윤회와 3인방이 독차지하는 권력과 이익을 박지만, 김기춘, 그리고 나아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도 나누자는 것인데, 우리로서는 관심 없는 예기다. 국정농단을 해결해도 우리에게는 돌아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 붕괴의 피해는 온 국민이 입는 것”도 아니다. 그 반대이다. 국정이 붕괴되면 인민을 벼랑 끝으로 떠미는 공무원연금 개악, 중규직 도입, 복지 삭감, 노동자·서민 증세 등의 국정도 붕괴될 것이다. 물론 “국정 파트너”인 새정연은 피해를 입겠지만.

정의당을 보자. 대변인 김종민은 말한다5).

정윤회와 박지만의 권력놀이, 이들의 대리전 양상을 띤 청와대 부속실과 민정수석비서관실의 파워게임, 청와대와 문건작성자들의 진실공방 등 대체 박근혜정권 지난 2년간 청와대 저 깊숙한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국민은 지금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신들의 권력놀음 앞에 대한민국마저 제물로 바치려는 세력들을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명심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2014년 12월 4일)

“국민은 지금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물론 지지층 국민, 지배계급을 구성하는 국민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인민을 구성하는 국민은, 야수와 같은 국가권력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서 무기력해지는 것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마저 제물로 바치려는 세력들을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한민국이 제물로 희생되면 안 된다고? 인민들에게 절망과 눈물뿐인 대한민국이 영원무궁토록 존재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정의”인 모양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자신의 계급적 입장의 발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그런데 다음은 문제가 있다. 통합진보당 대변인 홍성규는 말한다6).

비선조직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전혀 사태파악조차 되지 않는 듯하다.

….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이 둑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끝까지 은폐와 책임회피로만 일관하다가는 결국 정권의 파국을 맞게 될 뿐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2014년 12월 7일)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것을 보면, 이들도 새정연과 함께 새누리당과 이권과 권력을 나누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 구제불능의 국가주의를 어찌할 거나! 칼을 갈고 있는 사람을, 떡 줄 사람으로 보고 김치 국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근혜가 “사태파악”을 해서 “호미로” 막아, 터지기 직전인 둑을 안전하게 수리하면,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진당은 해산된다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정권의 파국을 맞게 될 뿐임을 강력히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파국”을 위해 혼신의 힘으로 투쟁하는 것이, 자신이 살 유일한 길임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내친김에 민중을 대변한다는 ≪민중의 소리≫7)를 보자.

박대통령이 정윤회와 십상시의 국정 농단 의혹에서 빠져나오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화근을 도려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런데 박대통령의 언행은 계속 그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옹호하면서 찌라시 탓을 하면 할수록 국민 여론은 더 등을 돌릴 것이다. 박대통령의 시국인식이 정말 걱정스럽다.

박근혜정부에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화근을 도려내”고 전열을 정비하라고 한다. 힘을 내어 민중들에게 곤봉을 휘두르라고 한다. “민중의 소리”라면서 “독점자본의 소리”를 하는 이 매체가, 민중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할까봐 “정말 걱정스럽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저들 내부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박근혜는 그것을 관리할 능력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그동안 윤창중, 윤진숙, 문창극 등 인사문제에서 거대한 업적(?)을 거둔 세력이 계속 독식할 것이고, 더욱 위대한 업적이 이어질 것이다. 이전투구도 계속될 것이고, 고성은 문밖으로 새어나올 것이다.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다. 박정권은 독점자본에게는 악몽이 될지도 모른다. 점입가경을 기대해 보자. <노사과연>


1) 사설, “靑 문건 파문이 ‘정윤회 免罪符’로 끝나선 안 된다”, ≪조선닷컴≫, 2014.12.1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09/2014120904702.html

2) ≪조선닷컴≫ 같은 글.

3) 사설 “여전히 ‘국정 농단’ 모르쇠 하는 대통령”, ≪한겨레신문≫, 2014.12.07.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667857.html

4) “농단(壟斷)”이 무엇인가 하고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다.

농단하다: [동사]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다.(네이버 사전)

5) [브리핑] 김종민 대변인, “정윤회게이트 관련”, 정의당.

http://www.justice21.org/bbs/board_view.php?channel=&wagent=&num=41500&page=1&keycode=&keyword=&c1=&c2=

6) [대변인서면브리핑]홍성규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아직도 전혀 사태파악이 안 되나?”, 통합진보당. http://www.goupp.org/kor/news/news_read.php?rn=&bb_no=112469&bb_code=GRBBS_1_1&con_cate_01=&use_tf=&mode=S&list_view_type=list&nPage=2&nPageSize=20&order_field=&order_str=&search_field=ALL&search_str=

7) 사설, “박대통령, 찌라시 탓 말고 읍참마속 해야”, ≪민중의소리≫ 2014년 12월8일. http://www.vop.co.kr/A00000823220.html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5개의 댓글

  • “야수와 같은 국가권력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서 무기력(!)해지는 것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지켜보고 있다.”
    “이들도 새정연과 함께 새누리당과 이권과 권력을 나누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음에 틀림없다(?)”
    “통진당은 해산된다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정말 잘못 읽고 계신 것 같아요.

  • 위에 댓글 다신 분께 여쭤요. 필자가 무얼 잘못 읽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전 님의 생각과 반대로 필자의 이 글이 속시원하게 다가옵니다만!

  • 대변인이 하는 말은 국민들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 자기 전략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화근을 도려내라는 건, 저들이 그렇게 할 리가 없다는 것 뻔히 알고 하는 말이죠.

    당연히 칼을 갈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죠. 해산 결정이야 차분히 대비해왔던 거구요.

    저들 내부의 자중지란은 오히려 여유가 있기 때문 같아요. 내부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박근혜는 그것을 관리할 능력이 없음이 증명된 게 아니고요. 지금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이권다툼한다고, 대통령 지지율 좀 내려간다고, 국가권력이 무기력해지진 않죠. 해산 공작이야 이미 분당 이전부터 차근 차근 준비해왔던 건데.

    오히려 이제부터 쇼타임 아닌가요. 박정권이 독점자본에게 악몽이 될 리가 없죠.

  • 너무 갑갑해서 이번 호 언제 나오나 뻔질나게 드나들다가, 해산 결정 보고 바로 찾아왔다가 쓸데 없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바로 위 댓글도 그렇고,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어쨌든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표면으로 비치는 것과는 다른 정치 공작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쓸데없는 말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저들을 바로 볼 수 있게 할 수 있게 할테니까요. 제 댓글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힘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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