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스타케미칼 해복투 차광호 동지는 왜 홀로 굴뚝에 올라가야 했을까?

*편집자주:  스타케미칼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글이다. 인쇄 시간에 쫓겨 ≪정세와 노동≫ 106호(2014년 11월호) 지면에는 싣지 못했지만, 더 많은 동지들과 스타케미칼 투쟁을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판으로 우선 올린다.

차헌호(스타해복투 승리를 위한 지역대책위)

 

민주노조

 

홀로 굴뚝에서 150일이 넘도록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다. 그는 구미에 있는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 해복투 대표 차광호 동지다. 그가 조합원으로 있는 스타케미칼지회는 한국합섬 노동조합에서 시작되어 민주노조 20년의 역사를 가진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지금은 11명의 해고자만이 자본과 싸우고 있다. 20년의 민주노조 역사를 가진 노동조합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많던 투쟁하던 조합원들은 어디로 간 걸까? 차광호 동지는 왜 홀로 굴뚝에 올라가야 했을까?

이 상황은 한국합섬 자본의 위기에서부터 시작됐다. 한국합섬이 파산하면서 조합원들은 5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며 스타케미칼로 고용이 승계되었다. 고용을 승계한 스타케미칼 자본이 어렵다고 할 때마다 조합원들은 긴긴 시간을 버티며 얻은 일자리를 또 다시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런 조합원들의 우려가 곧 현실이 되었다.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케미칼 자본은 채 2년을 가동하지 않고 공장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자본의 입장을 그대로 주장하는 어용이 장악했다. 어용들은 “차광호 집행부가 파업을 해 공장을 말아먹었다”고 선동하며 단시간에 집행부를 장악했고 지회를 차지하자마자 금속노조 구미지부를 등에 업고 실리를 강조했다. 폐업 공포와 언제 다시 끝날지 모르는 고용승계 투쟁에 지친 조합원들에게 어용의 얘기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싸우지 않고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길처럼 보였다. 결국 다수의 조합원들이 어용의 요구대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떠났다. 민주노조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자본의 위기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위기가 되었다. 어용세력들과 다수의 조합원들은 실리를 챙긴다며 민주노조를 내팽개쳤고, 차광호 동지는 이대로 민주노조를 무너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새벽에 홀로 굴뚝에 올랐다.

해복투 동지들은 공장이 멈춰서고 굴뚝에 오를 때까지 1년 5개월 동안 피 말리는 시간들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어용들과 피 튀기게 싸웠다. 그러나 쪽수가 훨씬 많은 어용들에게 밀리고 또 밀렸다. 이때 금속노조 본조의 행태는 기가 막혔다. 이런 행태는 차광호 동지가 굴뚝에 올라간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금속노조는 해고자 신분 6개월이 지나면 지급해야 할 신분보장기금을 2년이 넘도록 지급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구미지부가 스타케미칼 어용들과 손잡고 차광호외 해고자를 제명하는 짓거리를 해도 금속노조는 징계하지 않았다. 스타케미칼지회가 조합원들에게 사직서를 권유하며 민주노조의 정신을 훼손해도 금속노조는 징계하지 않았다. 지금도 스타케미칼 어용지회는 금속노조 소속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금속노조 구미지부에 상근간부를 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민주노조인가!

 

희망버스

 

차광호 동지가 굴뚝에 오른 지 89일 되던 날 희망버스가 왔다. 희망버스는 가뭄에 단비였다. 민주노조를 지키고 분리매각을 막아내기 위해서 고공농성을 진행했지만 공조직은 이 투쟁을 엄호하지 않았다. 스타해복투와 KEC지회, 구미 화물연대, 지역대책위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런 가운데 찾아온 희망버스는 모두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굴뚝 고공농성을 전국적으로 알려낸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차광호 동지는 당시 희망버스를 이렇게 기록했다. “희망버스를 통해 전해준 응원 글과 편지가 굴뚝으로 올라왔는데 그 편지를 읽고 티셔츠가 다 젖도록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날 공장 정문에서는 구미지역 동지들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모여 뒤풀이가 이어졌고 우리 모두가 얼마나 들떠있었는지 집단율동까지 즐기며 평생 잊지 못할 날을 보냈다. 희망버스는 스타케미칼 투쟁을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되었고 희망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공조직이 돌아보지 않는 소외된 투쟁을 전국의 동지들이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희망버스가 다녀가고 두 달이 흘렀다. 지금껏 교섭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굴뚝 고공농성은 150일이 넘었다. 여름을 보내고 겨울이 왔다. 차광호 동지를 제외한 10명의 동지들 가운데 일부는 철농장을 사수하고 일부는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상경팀은 스타케미칼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며 2차 희망버스를 조직하기 위해서 발로 뛰고 있다. 차광호 동지의 굴뚝 고공농성은 최후의 선택이었다. 이 선택은 민주노조를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의 절규이며 20년 청춘을 바친 공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노동자의 자존심이다.
11월 29일, 2차 희망버스에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차광호 동지가 온전히 땅을 밟을 그 날까지 동지들의 지지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희망은 굴뚝에서도 자란다는 걸 확인시켜주시기 바란다.

 

경과
– 2013. 1. 2. 공장 청산 발표
– 2013. 1. 3. 유승재, 서병욱 집행부 불신임 서명, 차광호 지회장 등 집행부 사퇴
– 2013. 1. 4. 유승재를 비대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 구성: 사장 면담(장병국 지부장 직무대행, 유승재, 서병욱 등), 면담 결과 설명하며 차광호 집행부가 파업으로 공장을 청산에 이르게 했다고 함
– 2013. 1. 8. 비대위원장을 지회장으로 하는 안건과 차광호 등 3명 징계제명안 상정: 부결
– 2013. 1. 21~29 지회임원 선거: 유승재 지회장 당선(퇴직위로금 받고 사표내라고 조합원에게 종용)
– 2013. 1. 17. 선거 중에 아무 권한없이 유승재가 회사와 청산 합의서 작성, 합의서 작성일과 발표일은 2. 1.(금속노조는 합의서 효력없음을 이후 확인)
– 2013. 2. 5. 조합원 168명 중 139명 사표
– 2013. 2. 8. 차광호 외 27명 해고(스타해복투 구성)
– 2013. 3월 스타케미칼지회 차광호 외 5명 징계제명 의결: 이후 금속노조 구미지부 징계제명
– 2013. 8월 금속노조 징계위원회 차광호 외 5명 ‘징계 이유없음’ 결정(징계의결서)
– 2014. 5. 26. 스타케미칼지회 회사와 사표낸 조합원 위로금 각 520만원, 해고자 1천만원 지급, 철거 등 방해하지 않겠다, 지회는 회사에서 철수한다 등 합의(금속노조 구미지부 운영위 보고되었으나 폐기)
– 2014. 5. 27.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 차광호 사내 45M 굴뚝에 농성돌입
– 2014. 5. 27~ 현재까지 스타케미칼 해복투와 지역대책위 굴뚝농성 사수와 스타케미칼 투쟁승리를 위한 농성과 투쟁 진행
– 2014. 5. 29. 사측 차광호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점거 혐의로 칠곡경찰서 고소
– 2014. 6. 5. TK케미칼 1공장 기자회견
– 6. 30. 사측 차광호 등 13명에게 방해금지가처분신청(대상 스타해복투 11명, 화물연대 구미지회장 여귀환, KEC지회장 김성훈,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 배태선)
– 2014. 7. 16. 사측이 제기한 방해금지가처분신청과 해복투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 2014. 9. 23. 해복투 통상임금 승소
– 2014. 8. 23. 구미 스타케미칼 굴뚝 농성장에 희망버스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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