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집회장소에서 접하게 되는 몇 가지 주장에 대한 단상

방의표 | 회원

 

1. 국민정서

공적연금에 대한 투쟁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지밥그릇만 챙기고 있다며 이런 무위도식 철밥통 공무원들과 교사들을 이참에 몰아내자고 말씀들 하시더군. 그러면서 이때 꼭 ‘국민정서’를 언급한다. 국민정서라… 단호하게 그 국민정서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 국민정서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그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그 국민정서를 가진 분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 국민정서는 결코 당신(국민)의 의지대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 국민정서는 결국 당신(국민)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피하지 말고 더 떳떳하게 그 국민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악을 반대하는 투쟁은 공무원교원 자신들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민중의 생존을 위한 투쟁임을 알려야 한다.

우선은 말이다, 국민정서 언급하며 지금 현장에서 투쟁하는 공무원을 향해 욕하는 분들 보시라고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을 찾았다. 부디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어떤 계급착취도 경제법칙의 필연적인 작용과 피억압자에 대한 공공연한 테러만으로는 그 지배를 유지해갈 수 없다. 지배계급은 어떤 경우에나 자기의 사회적 상태나 가능성에, 따라서 인민 대중에 대한 이런 저런 이데올로기적 공작이라는 수단에 의존해 왔다.”
– 베 벳쏘노프, “資本主義と労働者の意識の操縦(자본주의와 노동자의식의 조종)”, 쏘련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와 국제관계연구소 편, ≪世界経済と国際関係≫(일본어 번역판) 제7집, 도쿄, 1969, pp. 150-151.

“그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적 공작수법은 자신들, 그러니까 지배계급 자신의 이익을 사회구성원 공통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하여 대중의 정서에 부단하게 호소하는 것이다.”
– 채만수, “추악함과 강고함, 그리고 환상의 변주곡” 中

그 국민정서는 결코 자연적으로 국민의 의지대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괘씸한 목적을 갖고 끊임없이 주입한 결과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 국민정서와 싸워서 꼭 극복해내야 한다.

 

2. 안전사회

요즘 세월호 집회장소에서 연단에 올라 말씀하시는 분들 중에 꼭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제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극복하고 안전사회 건설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책 없는 국민 대책회의 활동가들이 이런 얘기들을 하고 다닌다. 더군다나 얼마 전 일어난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로 이런 얘기들이 더 먹히고 있는 느낌이다. 말은 바로 하자.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는 안전사고가 맞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안전사고인가? 이미 밝혀진 사실만 보더라도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죽게 내버려뒀음이 드러나고 있는데(더 심한 짓도 했다고 한다.) 이게 안전사고인가? 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며 안전사회 건설하자고 떠들어 대고 있는데, 국민 대책회의에서도 요즘 계속 안전사회 건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국민 대책회의인가? 박근혜 대책회의인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세월호 참사 아니 세월호 학살의 아픔을 극복하는 첫 걸음은 철저한 진상규명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진상규명은 4월 15일, 16일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백하게 밝히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안전사회 건설하자고 떠드는 놈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 이제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이 얘기도 요즘 세월호 집회현장에서 연단에 올라 마이크 잡고 떠드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이 얘기만 들으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뭘 얼마나 했다고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한단 말인가. 매주 토요일 집회현장에 사람들만 모아놓고 “잊지 않을게” 노래 부르고 노란 리본 접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의 이름만 외치다가 행진한 게 다 아니었나. 그렇게 장기적인 싸움 준비하자고 하면서 싸움의 주도권을 오히려 저들 학살자들에게 내주지 않았냐 말이다. 그 결과 지난 10월 31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계속 4월 15일, 16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규명의 강도를 높였어야 했는데(그래야 집회참가자들도 늘어나는 법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똑같은 얘기만 하고 안전사회 외치더니 이 꼴이 나고 말았다. 이제 또다시,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내부에서 암약하면서,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장기적인 싸움”을 어떻게 해나갈지 정말 기대된다.

 

4. 모든 것은 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입니다.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듣게 되는 말 중에 이 말이 제일 화가 난다. 모든 것이 다 자본주의 문제, 신자유주의, 규제완화 때문이란다. 한심한 좌파들이 이 따위 얘기를 하고 다닌다.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가 규제완화가 구명조끼 입고 차분하게(셀카까지 찍는 여유를 부릴 정도로)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죽게 내버려둔 거냐? 학살임이 이미 드러났고 그에 걸맞는 투쟁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2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놈의 탐욕의 자본,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규제완화 때문이란다. 쉽게 얘기할 게. 이 사건은 살인 사건이야. 그렇다면 살인 현장에서 증거를 찾는 노력을 하면서, 살인범을 잡을 생각을 해야지. 살인범이 살고 있는 환경(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을 탓하며, 그 환경이 범인이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집회장소에서 듣게 되는 이런 말들….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덧글 : 일베(일간베스트) 관련해서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듣게 된다. 생업을 접고 거리로 나선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못해 줄망정,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돈이나 뜯어내려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심지어 목숨 걸고 단식을 하는 유족들 앞에서 음식을 처먹으며 폭식투쟁(?)을 벌였던 그 일베들을 보며 어떤 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일베 사태는 이 시대의 경쟁 교육과 성공지상주의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이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자고 얘기하는데, 이 얘기는 정말 뻔한 영양가 없는 얘기다. 앞에서 얘기한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규제완화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한심한 얘기다. 이렇게 되묻고 싶다. 이 나라의 교육은 예전부터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항상 살벌한 경쟁 교육이었으며 아이들은 항상 제 동무를 짓밟아서라도 성공하라고 집에서 학교에서 (요즘은 학원에서도) 암묵적으로 교육받아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당시 이 정도로 국가기구(국정원)의 비호와 지원을 받으며 착실하게 양육되는 일베 같은 파쇼 꿈나무들이 있었던가. 또 이런 식의 폭력과 만행을 떳떳하게 일삼는 어린 파쇼 꿈나무들이 있었던가 말이다. 제발 괴로워도 힘들어도 진실을 보려고,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하자. 점잖은 소리는 제발 집어 치워라!!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2개의 댓글

  • 방의표님의 의견을 읽고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한 제 의견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다른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계속해서 진상규명을 강도높게 주장하고, 의혹제기를 지속했다면 (저는 물론 진상규명과 의혹해소를 확실히 지지합니다만) 최근 대중의 일명 ‘세월호 피로’ 나, 일베발 우경화 경향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집회인원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참여연대나, 기타 자칭 진보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들은 반 진상규명, 대중의 우경화를 선도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중심으로 대중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진보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참여적 시민대중의 여론형성을 맡고 있는 이상, 진상규명과 의혹제기라는 정론은 오히려 더욱 대중참여를 축소시키지 않았을까요.

    -학생의 질문-

  • 역시 주도층은 주제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만 저들 참여연대 류의 시민단체들이 저러하다면 일부 변혁파 단체들은 방의표님의 문서에 있는대로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규제완화 등만 언급, 주장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어 문제입니다. 참여연대 류의 사고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대중참여의 축소에 기여한 듯 보입니다.
    경쟁교육의 경우도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 수록 있는 평준화의 경우 때문에 오히려 일부 규모에선 축소 사실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물질 기반은 더 나빠졌을텐데 지금에 와서 일베인지 일문인지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역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물질기반은 과거로 갈 수록 더 좋았을텐데 일제 하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하에서는 저런 일베류의 활동을 보기는 더 힘들었습니다.

연구소 일정

3월

4월 2024

5월
31
1
2
3
4
5
6
4월 일정

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6

일정이 없습니다
7
8
9
10
11
12
13
4월 일정

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0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3

일정이 없습니다
14
15
16
17
18
19
20
4월 일정

1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0

일정이 없습니다
21
22
23
24
25
26
27
4월 일정

2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7

일정이 없습니다
28
29
30
1
2
3
4
4월 일정

2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0

일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