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서평>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를 읽고

이승진 | 서울 중랑구 면목동, 청년 삼포세대

 

 

2005년의 줄기세포 사건을 다룬 영화 <제보자>는 벌써 170만 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난치병 환자를 고칠 수 있는 원천기술이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줄기세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사건. 당시 국민들은 어려운 생명공학 용어들을 공부하게 되었고, 브릭(BRIC)이라는 인터넷 누리집에서는 젊은 과학자 누리꾼들이 세계적인 과학학술잡지에 실린 논문 사진이 포토샵처리 되었다는 허망한 진실을 찾아내기도 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200일, 2005년부터 우리 사회 노동문제를 성찰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가 세월호 사고를 탐구한 단행본을 내놓았다. 4월 16일부터 세월호 탑승객 구조장면이 TV를 통해 일주일 넘게 생중계 되었고, 결국 많은 어린 학생들이 사망하고 말았다. 국민들은 큰 충격과 더불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구조가 안 된 것일까?” 선원들의 과실이라는 정부 공식 발표는 그 상황을 잘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전국 반상회를 소집, 유병언 일가를 주범으로 지목했지만, 국민들은 이후 그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황망한 뉴스를 전해 들어야 했다.

사람들은 사고 원인을 스스로 추리했고 다양한 발견과 가설을 제기했다. 언론은 “기레기”로 불신을 받는 동안, 시민들은 SNS에서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누며 진실을 찾아가려 했다. 혹자는 이렇게 SNS에서 이뤄진 누리꾼들의 세월호 탐구를 루머라고 단정짓기도 했다. 하지만 회원 기반의 독립연구집단인 <노동사회과학연구소>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사회과학자의 안목으로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필요한 것은 재조명해 4월 16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꼼꼼하게 재구성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연구소의 전문 연구자들이 SNS상의 평범한 시민들의 안목에 눈높이를 맞추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단편적이고 두서없는 누리꾼들의 글이지만 이를 한 땀 한 땀 꿰매어 하나의 설득력 있는 연구보고서를 만들어냈다. ≪뉴스타파≫ 같은 독립 언론을 뺀 대부분 언론은 단지 조타실수와 화물과적으로 시작된 사고였고, 당시 어쩌다보니 다들 나몰라라 해 구조가 실패했다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했다. 결국 유가족들이 공을 들여 사고 전후 항적도를 복원했고,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 뱃머리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돌아간 게 정부 발표만으로는 잘 설명이 안 된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형편이다.

이 책의 마지막 글인 ‘세월호 학살과 한국 자본주의’에서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즈음으로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바뀌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IMF이후 양극화는 점점 커져 “내수는 얼어붙어서 심지어 웬만한 대기업 마트는 매출 감소를 겪고 있고, 사치품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는 인양해야 한다”는 ‘세월호 피로감’ 논리가 점점 먹혀드는 것일까?

원래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 주장은 진보보다는 보수의 전매특허였다. 하지만 지금 안전은 노동자 서민이 직면한 삶의 문제고, 국가가 대신 나서서 지켜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 책의 제목과 다르게, 우리의 일상은 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서울의 저소득지역인 우리 동네만 보더라도 보행자는 여전히 차를 피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녀야 하고, 건설현장 인부들은 오늘도 안전장구 없이 철골구조물 위를 횡단한다. ‘남성 휴게텔’ 등의 이름을 단 곳에서는 국가가 방조하는 사이 노예와도 같은 성매매가 이뤄지고, 우리 동네에 특히 많은 소규모 봉제공장의 이주노동자들은 마스크 없이 지하에서 가죽에 본드칠을 하고 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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