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역시 저 인간들은 한통속이다.

— 부르주아 정치판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영화

“선거 캠페인”   

유재언 | 회원

campaign01

The Campaign (2012)

연출: 제이 로치

시나리오: 크리스 헨시, 숀 하웰

주연: 윌 페렐,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두 가지만 떠올려 보자.

하나, 우리는 2013년 12월 30일, 철도파업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던 모습을 기억한다.(그 후에 철도파업 노동자들에게 벌어졌던 일들도 기억한다.) 우리는 2014년 10월 31일, 세월호 특별법(수사권·기소권 없는!!)을 타결하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의원들이 서로 손을 잡고 굳은 결의(이대로 밀어붙이자!)를 다지는 모습을 봤다.

둘, 요즘 개헌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매우 우호적으로 서로 이것 저것(권력지분 나누기) 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나만 그렇게 보이나?) 어디 그뿐인가, 선거구 조정을 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라. 누구에겐 불리하고 유리하니까 어쩌구 저쩌구… 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들의 저런 만행을 보며 저들을 단죄하기는커녕 순진하게도 4년, 5년 주기로 저들의 주도로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극에 휘둘리고 있다. 그 거대한 사기극은 선거다. 우리는 학교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배웠지만 현실에선 선거란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가장한 사기극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래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이 사람은 괜찮겠지, 좀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표를 행사하지만 그들에 대한 미련이 내 미련함이었음을 확인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좀 더 노골적으로 얘기해보자. 그래도 자유주의 세력(새정치민주연합)이 군사독재 후예들(새누리당)보다는 우리들 편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어땠는가? 물론, 이런 생각을 선거 때마다 하게 되는 이유는 세상의 변혁을 꿈꾼다는 분들마저 선거철만 되면 무슨 새로운 꿈을 꾸신 건지, 죽죽 저 자유주의 세력(새정치민주연합)에 흡수되어 저들의 주구로 전락해 버린 책임도 크지만 말이다.

자, 왜 선거는 항상 우리를 배신하는 걸까? 후보들은 모두 선거 때 국민을 위해 희생하겠다며 소중한 한 표를 자신에게 달라고 하는데 왜 선거만 끝나면 저들은 우리들을 배신하는 걸까? 저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걸까? 우리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것, 차마 보고 싶지 않은 부르주아 정치판의 추한 모습을 뉴스보다 더 노골적으로 제대로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선거 캠페인(The Campaign 2012년)’이다. 영화 ‘선거 캠페인’은 미국영화인데 이 영화를 소개하게 된 이유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현재 한국이 어떤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정당지형도는 똑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미국은 공화당, 민주당으로 한국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교통정리가 되어있지 않은가.

campaign02

후보 선정 기준은 간단하다. 자본가 모치형제의 말을 잘 들으면 된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당선이 유력한 북부 캐롤라이나 민주당 소속의 하원의원 캠 브래디(윌 페렐)는 재선을 코앞에 두고 섹스스캔들1)이 터지고 만다. 이 때문에 캠 브래디에 대한 민심이 급격히 안 좋아지자 그동안 캠 브래디를 지지하던 그 지역의 자본가 모치 형제는 캠 브래디에 대한 지원을 끊고 새로운 후보로 공화당 소속의 마티 허긴스(자흐 갈리피아나키스)를 내세워서 선거를 치르기로 결심한다. 자본가 모치 형제는 조만간 미국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저임금의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공장을 운영할 계획인데 이들의 계획에 따라서 법안을 상정하고 실행해 줄 자신들의 충견(忠犬)으로 캠 브래디를 생각했지만 그 충견이 말썽을 부리자 마티 허긴스를 지목하게 된 것이다. 마티 허긴스는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자 기꺼이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모치 형제가 보낸 선거 홍보담당관 팀 와틀리(딜란 맥더모트)의 지원으로 단숨에 캠 브래디를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이 오르게 된다. 결국 모치 형제에게 버림받았지만 차기 부통령이 되기 위해서 이번에 반드시 당선되어야 하는 캠 브래디와 모치 형제의 지원을 받으며 선거에 출마한 정치초년병 마티 허긴스가 의원자리를 놓고 벌이는 지저분한 싸움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인물들은 선거에 출마한 캠 브래디와 마티 허긴스 그리고 그를 돕는 선거 홍보담당관 팀 와틀리다. 캠 브래디는 정치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자본가들에게 평소에 아부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으니 기존의 부르주아 정치인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의 3선 의원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유세현장에서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지만 당선 후에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해외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키며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모습은 이 영화에서 자본가 모치 형제의 충견 역할을 해온 캠 브래디와 똑같다. 마티 허긴스는 이 영화에서 극단적인 성격의 변화를 겪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정계에 입문하지만 점점 선거전을 치르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 캠 브래디보다 더 지독하고 악랄하게 변화한다. 마티 허긴스는 캠 브래디가 초등학교 시절지었다는 동화의 한 구절(무지개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공짜)을 보여주고 그 구절을 맑스의 공산당 선언까지 연결시키며 캠 브래디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까지 할 정도니까. 마티 허긴스는 한국에서 누구랑 비교하면 좋을까. 세상을 변화시켜보겠다며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며 정계에 진출해서 망가진 사람이 어디 한 둘이어야지.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이건 영화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를 다룬 시사 고발프로가 되고 만다. 더군다나 코미디 영화인데 이렇게 마무리되면 미국 헐리우드 영화가 아닌 게 되지. 지저분한 현실은 조금 보여주되 어떻게 해서든 주인공들이 다시 마음을 다 잡고 협력해서, 이런 지저분한 현실은 우리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극복할 수 있어요, 세상은 이 정도만 하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라며 희망을 줘야 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겠지. 특히 미국 헐리우드 영화는 그런 결말을 더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낯이 뜨거울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떻게 마무리 되냐고? 마티 허긴스는 캠 브래디의 계속된 실수로 인해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게 되고 당선이 유력해지자 그동안 자신을 지원했던 자본가 모치 형제와 만나게 된다. 주인과 충견의 첫 만남인 셈이지. 그러나 이 자리에서 마티 허긴스는 모치 형제의 계획(노동자 대량해고)을 알게 되고 모치 형제와 결별을 선언한다.

campaign05

자본가 입장에선 누가 당선되건 상관없다. 누가 자신들의 충견이 될 수 있는지 그것만 확인되면 누구든 지원해서 의원으로 만들어 준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러나 이건 영화니까 이해해주자. 유치해 보여도 여기서 우리는 또 흥미로운 지점을 읽어낼 수 있다. 그동안 모치 형제의 명령을 받고 마티 허긴스를 도왔던 선거 홍보담당관 팀 와틀 리가, 마티 허긴스가 모치 형제와 결별을 선언하자 바로 다음 날 캠 브래디 선거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2) 캠 브래디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모치 형제의 지원을 받는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새누리당이건 새정치민주연합이건 소속은 중요하지 않다. 저들은 모두 독점자본의 관리하에 있으며 저들은 모두 독점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말이다. 저들은 결국 일심동체라는 것을 말이다.

선거 판세는 모치 형제의 지원을 다시 받게 된 캠 브래디가 유리해지고 결국 선거에서 캠 브래디는 당선되는데 캠 브래디는 당선 수락연설을 하다가 갑자기 청중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마티 허긴스에게 의원직을 넘기겠다고 선언한다. 마티 허긴스는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수락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대놓고 막장 드라마로 변해 버린다. 그동안 서로 죽일 듯이 싸웠던 캠 브래디와 마티 허긴스가 화해하고 더 나아가 지금까지 벌여놓은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고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겠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 억지설정 아닌가. 물론 그들이 서로 협력하게 되는 계기가 있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말이다. 그리고 몇 달 뒤 하원 의원 마티 허긴스는 자신의 보좌관 캠 브래디와 함께 그동안 자신들을 지원했던 자본가 모치 형제를 청문회에 출석시켜서 그들의 죄를 물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정말 이토록 낯 뜨거운 엔딩이라니. ㅋㅋㅋ

campaign04

어떻게 해야 저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방법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거 내내 자본가들의 지원을 받던 마티 허긴스와 캠 브래디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초심을 되찾아서 자본가의 마수를 끊고 참된 정치를 실천하는 영화의 후반부가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괜찮은 영화다. 이 영화를 소개한 이유이기도 한데, 이 영화 만큼 자본가들이 조종하는 이 지저분한 현재 부르주아 정치판의 모습을 제대로, 그것도 아주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엉터리지만 말이다.)

이제 마무리해야겠다.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고 영화 ‘선거 캠페인’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영화가 끝났으니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 왔다. 스스로 물어보자. 자본가들의 노예, 주구인 부르주아 정치인들과, 용돈 줘가며 그들을 관리하고 우리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는 독점 자본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노사과연>


1) 이 영화는 성적인 코드가 난무하는 좀 지저분한 하수구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의 연출자 제이 로치는 이런 류의 코미디 영화를 많이 만들어 왔는데 한국에 소개된 그의 대표작은 ‘오스틴 파워’다.

2) 이와 똑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선거 때 마다 이리저리 재다가 막판에 당선이 될 만한 곳으로 이적(移籍)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한광옥, 한화갑, 김덕룡, 김현철씨 등이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이적(移籍)은 거의 이적(異跡)에 버금갈 만큼 놀라웠다.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0개의 댓글

연구소 일정

3월

4월 2024

5월
31
1
2
3
4
5
6
4월 일정

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6

일정이 없습니다
7
8
9
10
11
12
13
4월 일정

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0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3

일정이 없습니다
14
15
16
17
18
19
20
4월 일정

1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0

일정이 없습니다
21
22
23
24
25
26
27
4월 일정

2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7

일정이 없습니다
28
29
30
1
2
3
4
4월 일정

2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0

일정이 없습니다